노랑할미새는 왜 쉬지 않고 꼬리를 깝죽거릴까 윤순영의 시선
2019.08.20 13:34 윤순영 Edit
수련 연못 독차지한 여름 철새…곤충 내몰기, 포식자에 과시 등 논란
» 노랑할미새 수컷.
지난 7월 경기도 포천의 광릉숲(국립수목원)연못이 수련이 뒤덮였다. 이곳에는 해마다 찾아오는 터줏대감 노랑할미새가 있다. 오늘도 쉬지 않고 사냥에 열중한다. 번식시기다. 이미 이소를 한 새끼들까지 모두 모여 무리들이 분주 하게 보인다. 노랑할미새를 위한 환경이 연못에 잘 조성돼있다. 물가를 좋아하는 노랑할미새가 수련 잎을 발판으로 삼아 날고 걸으며 수련 잎에 붙은 애벌레와 곤충들을 사냥을 한다.
» 수련으로 뒤덮인 광릉 국립수목원 연못.
» 관람객이 연못가의 수련을 보고 있다.
빈번하게 오가는 관람객들 때문에 방해가 있으면 눈치를 살피며 다른 곳으로 재빨리 날아갔다 다시 오기를 반복하며 자리를 내주지 않고 분주히 사냥에만 열심이다. 수련이 가득 찬 연못은 노랑할미새의 앞마당이자 잔칫상이다. 예전엔 개울에 나가면 흔히 만날 수 있는 새가 할미새다. 그래서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할미새과 새들은 꼬리를 아래위로 쉬지 않고 자주 흔들어 아주 번잡하게 보이기도 한다. 노랑할미새도 마찬가지다.
» 개울가 바위에 앉아 있는 노랑할미새 수컷.
» 땅바닥에 주로 앉지만 그렇다고 나뭇가지를 피하는 것도 아니다. 암컷이다.
» 위 아래로 꼬리를 흔들어 대는 노랑할미새 수컷.
노랑할미새는 산과들 물이 흐르는 개울을 좋아하고 개울 근처의 인공 석축 구멍이나 인가의 지붕 틈, 암벽 사이를 이용해 둥지를 튼다. 둥지는 이끼, 마른 풀잎, 가는 나무뿌리 등으로 만들고 안에 동물의 털을 깐다. 필자가 어릴 때 쉬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바쁘게 돌아다니는 할미새를 보고 깝죽대며 걸어 다니는 모양이라 동네 아이들과 함께 '깝죽새'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땅바닥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
» 사냥감을 노리는 노랑할미새.
» 다른 사냥감을 찾아 자리를 옮기는 노랑할미새 수컷.
» 얇은 수련 잎에 묘기를 부리듯이 앉는 노랑할미새.
하루하루 늘어나는 알들을 보았고 알을 품을 때는 가까이 가서 봐도 웬만하면 날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빤히 쳐다보곤 하였다. 알을 포기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4~6개의 알을 낳고 13일이면 부화한다. 13~14일이 지나면 자라서 둥지 밖으로 날아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때까치나 어치, 맹금류처럼 할미새도 꺼내다 길러보기도 했지만 기르기가 힘들고 까다로웠다.
» 수련 사이를 헤치고 다니며 사냥감을 찾는 노랑할미새 암컷.
» 짧은 거리를 자주 날아다닌다. 사냥감을 찾기도 하지만 곤충을 움직이게 만드는 사냥기술이다.
» 수련 잎 위를 걸어 다니며 사냥을 하기도 한다. 노랑할미새 암컷.
할미새들은 땅에서 많이 걷고 생활하는 습성이 있다. 빠른 걸음으로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들어대며 날개깃을 가끔 펼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겠거니, 괜히 불필요한 동작을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곤충들이 빠른 걸음과 꼬리 흔들림에 놀라서 움직일 때 사냥을 하려는 수단일 수도 있다. 조류학자들도 이런 행동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벌레를 쫓는 행동이라는 설이 가장 인기 있지만 그 밖에도 복종의 표시라는 주장, 포식자에게 자신이 활기 차다는(그러니까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먹잇감을 찾는 게 좋을 거라고 과시하는) 행동이라는 가설도 있다.
독일에서 할미새를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에서는 깃털을 고를 때도 꼬리를 흔들고, 먹이를 쪼는 횟수와 꼬리 흔들기가 관련이 없다며 먹이를 모는 행동이 아니라 포식자에게 보내는 과시 행동이라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아직 논란은 계속되고, 더구나 노랑할미새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다.
» 노랑할미새 수컷이 암컷보다 깃털색이 진하고 멱이 검다.
» 수련 잎은 노랑할미새 앞마당이다.
» 꼬리를 펼쳐 여유롭게 깃털 손질을 하는 노랑할미새.
번식기가 지나면 호수나 물이 많은 곳 개울에서 노랑할미새가 서식하는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물가에는 노랑할미새 먹이인 수생곤충들이 많이 서식하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 주변은 노랑할미새가 서식하고 번식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고 있어 노랑할미새가 그냥 지나칠 일이 없는 곳이다.
» 사냥을 한 노랑할미새 암컷.
» 하늘을 맴도는 새호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