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국립공원, 갈 길이 멀다! 뭇생명의 삶터, 국립공원

* 이 글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계간지 '초록숨소리' 여름호에 실린 글입니다.

 

2008년 1월 16일까지 경주국립공원은 환경부로부터 사무위임을 받은 경상북도지사가 경주시장에게 재위임하여 관리되고 있었다. 당시 경주국립공원은 경주시 산림과 직원 1명이 관리하였는데, 면적 138.715㎢를 1인이 담당했었다면 놀라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1명이 경주국립공원 관리 이외에도 다른 업무를 7가지나 맡고 있었다는 대목에선 긴 탄식음이 나온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임에도 지정된 후 한 번도 자연자원조사를 하지 않았음에 이르러서는 대체 국립공원 관리 주체인 환경부는 뭘 하고 있었는지 의아하게 된다.

 

상황이 이 지경이었으니 경주국립공원은 많은 문제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토함산, 남산, 대본, 서악, 화랑, 소금강, 단석산, 구미산 등 8개 지구로 나눠져 있는 경주국립공원은 경계도 분명치 않았고, 국립공원이라는 안내판도 없었으며, 자연스럽게 생긴 수백의 탐방로가 거미줄처럼 엉켜있었다. 당연히 그곳이 국립공원임을 아는 사람도 적었다. 경주국립공원은 국립공원이지만 국립공원이랄 수 없었던 곳이었다.

 

2004년부터 법, 제도, 관리체계 등 국립공원의 다양한 문제를 공론화하던 ‘국립공원 정책포럼’(이하 포럼)이 ‘경주국립공원의 현주소와 정책 전망’을 주제로 다룬 건 2006년 4월이었다. 경주국립공원의 문제점이 언론에 한 두 줄 나오고, 지역사회에서도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는 생각들이 오가던 시기였다. 경주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진행된 포럼에 발제, 토론자로 나왔던 모든 분들이 경주국립공원은 환경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한다는 강력한 주문이 있었고, 경주시와 경주시의회도 포럼 결과와 같은 의견을 피력하며 경주국립공원 관리 이관은 급물살을 탔다. 그러니 경주국립공원이 경주시에서 환경부로 이관된 2008년 1월 16일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에게는 뜻 깊은 날이었다.

 

바람이 많고 몹시 추웠던 날 진행된 이관식에는 김용식 대표, 오구균 이사장, 김동필 집행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관식은 새로 지은 경주국립공원사무소 앞에서 진행되었고 ‘식’이란 것이 의례 그렇듯이 이름 있다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한마디씩 했다. 축하한다고, 기대된다고, 감사하다는 덕담에 가까운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국립공원관리일원화를 주장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경주국립공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주 현지에서 포럼까지 진행한 우리는 뿌듯하지만은 않았다. 국립공원을 산림생태계, 탐방객, 시설 중심으로 관리를 해온 환경부-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공단)이 사적 중심의 경주국립공원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타 부처, 지역사회, 주민과의 협력과 조율에 관한한 낙제점을 받고 있는 공단이 국립공원 관리를 위해 문화재청, 경주시 등과 제대로 관계해 나갈 수 있을지 염려되었다.

 

기대와 우려 속에 3년 6개월이 흘렀다. 공단이 관리를 맡은 후 경주국립공원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경주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국립공원 구역조정을 통해 공원경계선을 합리적으로 조정했으며, 남산만 지정되어있던 탐방로를 다른 지구까지 지정 고시하고, 사유지 비율도 낮췄다고 한다. 사적국립공원 특징을 살려 경주시에서 관리하는 지정문화재 이외의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조사, 관리체계가 갖춰지고 있다고 한다. 경주시와는 지역사회협력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립공원 관리를 협력하고 있으며, 직원이 현장에 있으니 지정문화재의 파열이나 균열 등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한다. 1명이 관리하던 경주국립공원을 정규, 비정규직을 합하여 70명이 관리하고 있으니 변화는 당연한 일이다. 경주 시민들은 경주국립공원이 깨끗해졌다는 말로 변화를 이야기한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경주국립공원은 갈 길이 멀다. 우선 경주국립공원은 8개 지구로 분산되어있으니 지금 조직으로는 현장에서 일어난 일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 국립공원 경계 안에 있는데 지정문화재는 경주시가, 비지정문화재는 경주국립공원사무소가 관리하고 있으니 관리일원화가 이뤄졌다 하기도 애매하다. 지금 경주국립공원사무소엔 역사문화 전공자가 1명밖에 없다고 한다. 사적 국립공원에 걸맞지 않은 인력 구성이다. 환경부와 공단은 경주국립공원을 관리하게 된 이상 현실의 문제와 미래를 전망하는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환경부-공단에게 경주국립공원 관리가 이관될 이유가 없었으며, 문화유산 결정체인 경주국립공원의 정체성도 훼손하는 일일 것이다.

 

글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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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