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자전거, 산과 숲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뭇생명의 삶터, 국립공원

산악자전거, 산과 숲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우리는 숲과 산을 같은 곳으로 이해한다. 바닷가 숲이나 마을 입구 숲, 도심 숲처럼 산에 있지 않은 숲도 있으나 대부분의 숲은 산에 있기 때문이다. 숲의 주인은 누구일까. 풀과 나무, 야생동물이라고 답하면 될까!

전통적으로 숲은 야생동식물과 인간이 공생·공존하는 장소였다. 인간은 숲에서 산나물을 뜯고, 열매를 채취하고, 땔감을 만들고, 야생동물을 잡기도 했다. 인간에게 숲은 삶을 유지하고 경제생활을 이어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었다. 또한 숲은 대기를 정화하고, 물을 품고, 토사 유출을 방지하고, 야생동식물을 보호하며, 아름다운 숲 경관과 숲에서 나오는 여러 물질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도 한다. 숲은 인간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렇다면 숲을 삶터로 살아가는 야생동식물과 숲으로 인해 삶이 풍요로워지는 인간 사이의 갈등은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을까? 산에 도로를 내고, 경관 좋은 곳에 살기 위해 산 한쪽을 깎아 집을 짓고, 산에 사는 야생동식물을 마구잡이로 채취, 포획하는 과정에서 숲이 훼손되는 것을 보고, 느낀 사람들의 숲 생태계, 야생동식물 보호활동으로 외화 되었을 것이다.

숲에서 야생동식물은 최소의 삶을 유지하는 반면, 인간은 더 많이 갖고, 더 많은 즐거움을 찾으려 하니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과 제도, 캠페인 등이 행해진다. 국립공원, 군도립공원, 백두대간, 천연보호구역, 보전산지 등은 보전과 이용의 갈등 속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보호해야할 지역’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러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보호지역을 제외한 다른 숲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숲은 특성과 이용하는 사람들의 유형에 따라 할 수 있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임도는 숲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길이니 숲을 단순 통과할 목적이나 숲의 일정 지점에 도달할 목적으로 차량을 운행해서는 안 된다. 산악자전거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자전거 인구는 3백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이제 자전거는 교통수단만이 아니라 여가, 스포츠 등으로 활용범위가 더 확대될 것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자전거가 친환경교통수단인 점은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고 자전거 전용도로, 안전장치 마련 등을 고려하게 한다.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자전거 이용자도 자전거와 타 교통수단, 자전거와 생명체 등의 관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산악자전거는 관계 속에서 자전거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숲에서 자전거를 탄다고 상상해보자. 자전거를 타고 숲에 난 길을 다닐 때, 그 길이 찻길이라면 차와의 관계가 형성되고, 그 길이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면 사람과의 관계가 형성된다. 차와의 관계에서는 자전거는 약자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자전거는 강자가 된다. 자전거는 사람의 걷는 속도와 방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숲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숲의 환경으로서는 이질적인 측면이 있으니 숲 생태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숲은 사람의 발길만으로도 훼손된다. 넓혀지고, 깊어지고, 물길이 생기고, 이게 시발점이 되어 산사태까지 난다. 알면서도 사람의 다님을 막을 수 없으니 등산로 복구복원을 해야 한다. 넓혀진 산길을 좁히고, 파인 곳엔 돌이나 흙은 채워 넣고, 횡배수로를 만들어 등산로가 물길이 되지 않도록 한다.

산악자전거는 사람의 발길보다 더 강한 파임 현상, 주변 식물의 눌림, 숲을 자유로이 왕래하는 야생동물과의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이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산악자전거가 사라져야할까? 이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답해야 한다.

숲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인간의 여가와 스포츠로 산악자전거를 인정한다면 이는 국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면 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호지역이나 등산 활동, 생태적 가치, 숲의 기능 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과한 시설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일정 지역, 정해진 구간을 산악자전거 전용 길로 지정하면 된다. 그래야만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자유롭게 된다.

숲의 주인은 누구일까. 숲은 야생동식물과 인간이 공생·공존하는 장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야생동식물이 제대로 살 수 있어야만 인간도 생존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숲 생태계를 헤칠 위험이 있는 인간의 활동은 더 많은 고민과 신중한 검토,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법, 제도보다 숲 안에서 우리가 얻는 것들이 지속되려면 숲과 숲에 사는 야생동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규칙보다는 공감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글은 산사랑 2012년 11+12월호 (한국산지보전협회 발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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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