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라는 말 자연 속의 단상
2011.10.17 17:48 김성호 Edit
참’이라는 순수한 우리의 말은 그 자체로도 정말 좋은 말입니다. 그러니 '참’ 이라는 말이 어떤 말 앞에 오면 다음에 오는 말은 모두 더 좋은 뜻을 가지게 됩니다. 참사랑, 참마음, 참사람, 참말, 참뜻… ‘참’ 이라는 말은 거짓의 반대말로 진짜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으뜸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체에도 ‘참’ 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들이 종류마다 하나씩은 있습니다.
참나무 숲
그 많은 나무 중에도 참나무가 있습니다. 도토리가 열매로 맺히는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을 함께 묶어 참나무라고 합니다. 서양에서도 도토리가 맺히는 모든 나무는 참나무과 참나무속으로 분류하는데, 참나무속을 나타내는 속명 Quercus는 ‘진짜’를 뜻하는 것이니 참나무는 나무 중에서도 진짜 나무라는 뜻이 됩니다. 진짜 나무인 참나무로 만든 숯이 또한 숯 중의 으뜸인 참숯입니다. 깨 중에도 최고는 참깨이며, 참깨에서 짜낸 기름을 역시 참기름이라고 합니다. 나물 중에도 으뜸으로 치는 나물에는 참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도미 중에도 참돔이 있고, 다랑어 중에도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참다랑어이며, 복어 중에도 최고로 치는 것은 참복이고, 조기하면 참조기며,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참홍어만 찾습니다. 그리고 참매미가 있으며, 참게가 있고, 참버섯도 있습니다.
참나물/ 사진=자연도감
그런데, 주위에서 아주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많고 그래서 무척이나 친근한 생명체에도 역시 참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새가 그렇습니다. 참새가 새 중의 으뜸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주위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고 그래서 우리와 가장 친한 새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참꽃은 진달래를 두고 하는 말이고 보면 참꽃도 꽃 중의 진짜 꽃이나 꽃 중의 으뜸인 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봄은 왔다 하지만 아직은 따듯함보다 차가움이 더 강하여 다른 꽃들이 대부분 잠들어 있을 때, 그 차가움을 이겨내고 우리나라 어디서나 소박한 꽃을 잘도 피워내는 친근한 꽃이기에 그리 부르기가 쉽습니다. 거머리 중에도 참거머리가 있습니다. 모심기를 하거나 논매기를 할 때 원치 않는 헌혈의 길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논에 많았던 것이 참거머리였습니다. 참개구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개구리 중에서도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을 만큼 많고 그래서 우리와 가장 친한 개구리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나 으뜸의 뜻으로 ‘참’이 붙어 있는 생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쉽게 만날 수 있어 친해져서 ‘참’이라는 말이 붙은 생명체들까지도 그리 쉽게 만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 많던 참새조차 다 어디로 숨었는지 만나기가 쉽지 않고, 그 흔한 참개구리도 이제는 흔하지가 않습니다.
참새
참거머리
참개구리
이렇게 흘러가다 ‘참’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생명체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도 아예 ‘참’이라는 참 좋은 말이 영영 사라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아니, 걱정하는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기에 이제는 솔직히 겁이 납니다.
오늘 범어사에서 10분 더 가면 금강암이라는 암자가 있습니다.
산책 겸 그곳에 있는 친구를 만날 겸 절밥에도 욕심이 있어 그곳에 가끔 올라갑니다.
오늘 내려오다가 굵기가 볼펜만하고 조금 큰 지렁이만한 뱀을 만났습니다.
성원이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사진으로 찍어오지 않았다고 야단입니다.
그 녀석을 바라보느라 그런 생각도 못했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아기뱀(?) 아니면 그런 품종의 뱀이 어디로 긴잠을 자러 갈지 걱정하며
바라보는데만 시간을 다 썼습니다.
그냥 저도 모르게 이곳에서라도 그 녀석을 만났다는 얘기를 해야할 것 같아서요..
저는 '참'사람일까요?
선생님의 글을 보고 한참을 생각합니다.
참엄마, 참아내, 참딸, 참며느리....
그러고보니 사람에게도 참하다는 말을 쓰네요.
참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