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는 무엇을 먹으며 새끼를 키워내는가 숲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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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는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늦은 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번식을 하고 가을이 되면 떠나는 여름철새입니다. 몸은 노란색인데 검은 눈선이 뒷머리까지 둘러있는 것이 특징이고 몸길이가 25센티미터에 이르러 숲새로는 제법 큰 편입니다. 꾀꼬리는 몸이 노란색이어서 예부터 황조(黃鳥)라고 불렀으며, 유리왕이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사이좋게 노니는 꾀꼬리 한 쌍에 빗대어 읊은 <황조가(黃鳥歌)>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꾀꼬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맑고 예쁜 목소리일 것입니다. 실제로 꾀꼬리가 내는 소리는 참으로 맑고 예쁩니다. 하지만 가끔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낼 때가 있어 어리둥절하게도 하며, 마치 다른 새가 내는 소리로 착각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그만큼 꾀꼬리가 내는 소리가 무척 다양하기 때문인데, 조선 후기의 학자 이만영이 1798년(정조 22녀)에 엮은 <재물보(才物譜)>와 1820년대 유희가 여러 가지 사물의 이름을 풀이한 일종의 어휘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물명고(物名攷)>에는 꾀꼬리에게 32 가지의 소리 울림이 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꾀꼬리는 나뭇가지 사이에 마른 풀 등을 엮어 바구니 모양으로 둥지를 매달듯 짓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20 ~ 30 미터 정도로 워낙 높은 곳에 둥지를 짓기 때문에 꾀꼬리 둥지를 관찰하려면 찾기도 힘들거니와 찾았다하더라도 꽤나 목품을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꾀꼬리가 더러 경사면에 서있는 나무에 둥지를 짓는 경우가 있어 목품을 덜어주기도 합니다.

꾀꼬리 한 쌍이 다섯 마리의 어린 새를 위해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고 있습니다. 어린 새들은 쥐죽은 듯 둥지에 엎드려 있다가도 어미 새들이 둥지에 접근하면 서로 고개를 최대한 높이 쳐들고 입을 쫙 벌립니다. 조금이라도 고개를 더 쳐들면 쳐들수록, 입을 더 벌리면 벌릴수록 그만큼 먹이를 받아먹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경쟁은 바로 둥지부터 시작인 것입니다. 하지만 어미 새들은 가능한 골고루 먹이를 나눠주려 애씁니다. 가장 높이 고개를 든 어린 새에게 먼저 먹이를 전하지만 먹이를 넘기는 것이 신통찮다 싶으면 방금 전 먹이를 받아먹은 것으로 간주하고 바로 빼서 다른 어린 새에게 주는 식으로 조절합니다. 먹이는 싱싱한 애벌레가 주를 이루며, 계절 과일로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사이사이에 가져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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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가 둥지에 접근하자 어린 새들이 동시에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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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꾀꼬리가 어린 새들에 나르는 먹이는 대부분 애벌레며 더러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간식으로 가져옵니다.

먹으면 나올 수밖에 없는 배설물입니다. 성체 새들의 배설물은 거의 액체 수준이지만 어린 새의 배설물은 대부분 얇은 막으로 둘러싸여있습니다. 부리로 물어 처리하기 위한 생리학적 배려입니다. 어미 새들은 먹이를 준 뒤 잠시 기다립니다. 먹이를 먹으면 먹이가 장을 자극하여 바로 배설을 유도하기 때문에 잠시 기다리는 것입니다. 먹이를 받아먹은 어린 새는 엉덩이를 살짝 둥지 밖으로 돌려 배설을 하여 어미 새들의 배설물 처리 수고를 덜어주고 도와줍니다. 일반적으로 어미 새들은 어린 새들의 배설물을 가능한 멀리 가져다 버립니다. 둥지에서 어린 새의 냄새를 줄이는 것이 천적으로부터 둥지의 어린 새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른 새들과 달리 꾀꼬리는 열 중 아홉의 배설물을 어미 새 스스로 먹어버립니다. 부화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아주 어린 새들의 배설물은 어미 새들이 먹어서 처리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아직 소화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 먹이에 담긴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은 채로 배설되기 때문에 아직 영양의 가치가 충분한 것이 이유입니다. 그러나 어린 새들이 적당히 크면 영양의 가치가 없어진 배설물을 부리로 물어서 멀리 버리게 되는데 꾀꼬리 어미 새들은 어린 새들이 다 커서 둥지를 떠날 때까지도 배설물을 먹습니다. 꾀꼬리 어미 새들은 어린 새들이 양분을 다 빼앗아가고 남긴 배설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어린 새를 키워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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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 새가 어린 새의 배설물을 먹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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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새 첫째가 둥지를 나섰습니다. 고된 번식일정도 이제 그 끝에 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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