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둘이 되니, 더 여유가 생기네~ - 생생육아

3fa51ef9214f35b11fa02e482869fac1.여섯 살, 세 살(19개월) 난 두 딸을 키우는 건 만만치 않은 힘과 노력, 노동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물론 주변에는 아들만 둘을 키우는 분도 있고, 자녀 서너 명도 너끈하게 키우는 분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건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날씨가 푸근한 탓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바로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다.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오르내리고, 뺑뺑이나 목마를 탈 때도 있다. (19개월 된 둘째도 이 모든 것들을 곧잘 탄다. 그래서 아줌마들이 둘째를 보고 이런 말을 하신다. ‘저 쬐그만게 야무지게도 타네.’ 아마 어릴 때부터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노는 기술을 터득했기 때문이리라.)



내가 퇴근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연이어 들러 두 딸을 찾으면 7시30분 가량이 된다. 아이들은 집으로 가지 않고, 곧장 놀이터로 뛰어간다. 지금은 놀이터부터 가는 것이 아이들에게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매일매일 마주치는 동생, 언니, 친구들과도 곧잘 논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있다. 자매라서일까? 우리 두 딸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바로 ‘둘이 함께 노는 것’이다. 주변에 친구도, 동생도 많은데 굳이 그네도, 미끄럼틀도, 뺑뺑이도 함께 탄다. 작은 애가 타면 큰 애가 그네를 뒤에서 밀어주고, 미끄럼들을 탈 때는 큰 애가 동생을 챙겨서 안내한다. 뺑뺑이를 탈 때 역시 언니 또는 동생이 서로를 태워주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큰 애가 작은애한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가위바위보’ ‘얼음땡 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 등을 가르쳐주고 있다.(둘째는 물론 전혀 개념 없는 상태...)



집에서도 첫째와 둘째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첫째가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가르쳐 주는 게 대부분인데, 요즘은 둘째가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싹트네> <악어떼> <사과 같은 내얼굴> <곰세마리> <통통통> 등의 노래를 불러주면 율동을 따라하며 좋아한다.



요즘에는 함께 이불 쓰고 노는 이불놀이나 볼풀에 들어가기, 병원놀이  하는 재미에도 빠진 상태다. 주로 둘째가 환자가 되어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인 수아에게 혹사(?)당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가장 많이 보는 자매이다 보니, 물론 매일 서로 뺏고 안뺏기려 하면서 울며불며 싸우는 날이 많지만 그렇더라도 그동안 정과 애정이 쌓였기 때문인가 보다. 덕분에 난 둘이 놀 때는 책을 읽을 수도, 집안일을 할 수도, 컴퓨터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커가면서도 자매끼리 많이 다투고, 싸우겠지 하면서도 둘이 노는 것을 보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둘이 함께 노는 것을 보면, 참 뿌듯하다. 가끔은 ‘내가 언제 저런 두 딸을 낳았나?’ 싶기도 한데, 자녀가 한 명일 때보다 두 명일 때 확실히 엄마의 관심과 보호를 덜 바라는 듯하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집의 엄마들을 보면, 학교에 들어가도 엄마와 뭐든 함께 하려고 해서 좀처럼 짬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그런데 자녀가 둘이 되면, 서로 함께 놀 때 엄마의 시간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육아의 부담은 줄고, 아이들에게는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생기고.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다행이다.



자녀가 둘인 것이 반드시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음을 나도 요즘에 와서, 둘째가 점점 커갈수록 더 많이 느끼고 있다. 나 역시 힘들어도 내가 둘째를 낳으려고 했던 것은 바로 형제나 자매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또한 자녀가 둘이 되면 서로 함께 놀기 때문에 엄마의 육아 부담과 노력이 줄어든다는 선배 엄마들의 조언이 있었기에 둘째를 낳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한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형제와 자매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서운해할, 성격이 무척 소극적인 첫째딸 수아를 위한 배려 차원이기도 했다.  



물론, 경제적인 부담이 조금 더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자매인 탓에 둘째한테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어린이집에 맡기는 비용(40만원) 정도다. 옷이나 육아용품 대부분은 첫째가 쓰던 것을 대부분 물려받았다.(둘째한테는 사실 미안하지만...) 첫째 아이의 옷도 지인에게 얻어서 입혔는데, 요즘은 인터넷 중고용품을 거래하는 카페에 푹 빠져서 그곳에서 자주 구입해서 입힌다. (애들옷, 책이나 장난감 같은 애들용품뿐 아니라 요즘에는 내 옷이나 가방 등도 이곳에서 주로 구입한다... ^^) 엄마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옷을, 물론 누군가가 입혔던 옷이지만 반값 이하로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새 제품을 반값 정도에 살 수도 있다. 둘째가 보는 책 역시 첫째 때 읽혔던 것이 대부분이다. 추가로 들어가는 보육비용은 나와 남편이 더 아끼면 가능한 수준은 된다. 마트에 2번 갈 것, 한 번만 가고. 아니 요즘은 마트를 아예 가지 않는다. 필요한 물품은 그때그때 집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구입한다. 이밖에 쓸 데 없이 들어가는 돈의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있다.



무엇보다 형제 자매는 (장성하고 나서) 기쁠 때보다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들 한다. 나도 어릴 때 그렇게도 많이 싸웠던 두살 터울의 여동생과 지금은 허물없이 지낼 정도로 참 친하다. 자매가 있다는 게 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첫째를 낳고 난 뒤 둘째를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할 것이다. 우리 회사에도 자녀를 둘 이상 낳은 사람이 거의 없다. 요즘 내 또래나 후배들의 경우에는 1명을 낳는 것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금 1.15명 수준에 불과하다. 기왕이면 몸이 힘들어도,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아도 자녀를 위해 형제나 자매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을 잊지 않고 자녀 계획을 세우는 건 어떨까.  



실제 다자녀 가구들을 보면,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은 가정이 더 많다고 한다. 나 역시 둘째를 낳고 난 뒤 지출이 커져 경제적으로 부담이 늘었지만, 그 부담보다 더 값진 것들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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