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들, 아이가 아프면 정말 힘들어요... - 생생육아



수족구 » 수족구에 걸린 아기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친정어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셨습니다. 친정엄마만, 우리집에 와 계신 건 제가 둘째를 낳고 몸조리를 할 때 빼고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친정어머니께서 상경하신 이유는, 수족구에 걸린 둘째 딸을 돌보기 위함입니다. 전염성이 큰 병이라서, 감히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기에 급히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맞벌이인 탓에 저나 남편이 아이를 집에서 돌볼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니까요.



수족구 판정을 받았을 때, 참 난감하더군요. 난감하다 못해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를 어쩌지?’ 다행히 친정엄마가 경기도 수원에 살고 계셔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는데 만약 양가 어른 모두 먼 곳에 살고 계셨더라면??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더군요. 가깝게는 친한 친구가 그랬습니다. 두달여 전쯤 아이가 수족구에 걸렸는데,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모두 전라도에 살고 계신데다 연로하셔서 도움을 청할 상황이 못되어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었지요. 결국 그 친구가 부랴부랴 휴가를 내어 아이를 집에서 돌봤는데요. 이 친구 왈. “이러다 나 진짜 회사 짤리겠어. 연차도 이제는 거의 다 써서 휴가를 낼 상황도 못돼. 아이 아플 때마다 휴가 쓰려면 눈치 보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실제 직장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장 난감할 때가 아이가 아플 때라고 합니다. 예정된 출근을 미루고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유독 그날 낮시간 동안 업무 공백이 클 경우, 연차 같은 휴가를 내려해도 눈치가 보이는 경우, 급하게 약속이 잡혔거나 오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경우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에게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달라’고 차마 부탁할 수도 없고, 가까이 살지도 않는데다 동네 지리도 잘 모르는 친정·시댁 부모님에게 무턱대로 아이의 병원행을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저도 지금은 덜 하지만, 큰 아이 때문에 병원 응급실을 자주 드나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배꼽 기형이라서 종합병원 여러 곳을 옮겨다닌 끝에 수술을 해서, 여러 차례 휴가를 냈었지요. 또 심한 중이염으로 수술을 해야 할 뻔한 적이 여러번 있었기에 그때도 휴가를 자주 냈었습니다. 이밖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열이 나서, 병원에 데려가라는 전화를 받은 적도 많았는데. 이때마다 염치 불구하고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했었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쯤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맘이라면 한두번쯤은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나마 전 다른 직장맘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라, 수월한 편이었음에도 저 역시 아이 때문에 휴가를 낼 때는 늘 바늘방석이었습니다.  ‘이러다 회사에서 찍히는 거 아냐?’ ‘나를 무능한 여인네로만 보지 않을까?’ ‘윗 사람들이 날 뭘로  볼까?’ 등이 걱정되더라구요. 남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데, 나 혼자만 쓸데없는 군걱정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 때문에 자주 휴가를 낼 수밖에 없었던 제 마음은, 모든 직장맘들이 그랬듯 편하지 않았습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면 아빠 대신 엄마가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온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을 포기하고, 아이를 먼저 병원에 데려왔을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결혼을 해서, 아이를 함께 키우고, 똑같이 직장을 다니는데 늘 육아의 몫은 여성에게 전가되는 걸까? 매번 칼 퇴근해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찾아야 하는 것도 왜 여성만 해야 하는 걸까? 덕분에 여성들은 회식자리도, 친구들과의 모임을 가려해도 눈치를 봐야 하고... 집에서는 또 어떻습니까?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 청소하고, 아이 목욕시키고 재우는 일까지. 심지어 아이들 공부를 봐주거나 함께 놀아주는 일까지 모두 여성들이 해야 합니다. 



실제 맞벌이 부부의 가사 분담율을 보면 남성이 여성의 1/5 수준만 가사일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네요. 정작 맞벌이를 원하는 남성들이 많으면서도,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가사분담을 해주는 남편은 많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통계청이 5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10쌍 중 1쌍만이 공평하게 가사분담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맞벌이가구 부인은 가정관리나 가족 보살피기에 요일 평균 3시간20분을 보내고 있으나 남편은 37분만 투자하고 있습니다. 자녀 돌보기 역시 절반 이상의 가정에서 부인이 주로 담당합니다. 덕분에 부인은 여가활동도 포기해야 합니다. 주말이나 휴일의 여가활용 방법으로 남편은 ‘TV 및 비디오 시청’(34.6%)을 하는 반면 부인은 ‘가사일’(31.6%)을 주로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주위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남편은 대개 이렇습니다. 평일에는 약속이다, 야근이다, 모임이 있다면서 늦게 들어옵니다. 주말에는 ‘피곤하다’며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거나 게임 등으로 소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가사와 육아 분담을 남편에게 요구하는 분들도 있고, 남편에게 직접 시키시는 분들도 적지 않더군요.



엄마들이 아이 아빠한데 먼저 도움을 청하기 전에, 아이들이 아플 때 병원에 가는 일. 남편들이 좀 알아서 솔선수범해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가사와 육아를 분담해서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교육적으로도, 부부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데도,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도 더 나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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