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아이, 구립어린이집 입소 예정인데... - 생생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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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키우면서 엄마들의 딜레마 가운데 하나는 ‘돈’과 ‘교육’ 문제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일 것 같다. 요즘 내가 꼭 그렇다. 큰 아이 나이는 7살,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나 역시 더이상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처지는 아니다. 수아의 유치원 친구들 엄마들의 계획을 들어보니, 3월부터 사설 영어학원(영어유치원)으로 옮긴다, 피아노학원을 다닌다, 영어학원 또는 영어 과외를 받는다, 과외선생님을 붙여 선행학습을 시킨다 등등 엄마들의 교육열이 한창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동안 ‘자녀 교육은 형편따라 능력껏’, ‘자신이 원할 때’, ‘사교육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주의자임을 자처했던 나 역시 큰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예 귀를 닫으면 신경쓸 일이 아닐 테지만, 자녀의 교육 문제와 관련해 귀를 닫을 수 있는 부모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형편상 과감하게 모든 것을 포기한 세월이었다. 큰 아이를 사립유치원(구립어린이집 입소가 안됐기 때문인데, 월 60만원 정도가 간다. 교육비, 영어교재비, 급식비, 특별활동비, 종일반, 차량비 등 교육비 외에 추가로 납부해야 할 비용이 30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에 보내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사교육비를 지출할 엄두를 감히 낼 수 없었다. 



더구나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보내다보니, 순수 교육비가 한달에 100만원이 족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학습지를 하거나, 학원에 보내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큰딸은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 학원에 보내달라고 난리다. “**는 피아노학원에 다닌다, @@는 미술학원에 다닌다, ##는 영어학원에 다닌다”면서 자신도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는 중이다. 큰 아이는 시위를 하듯 밤마다 ‘도레미파~’ 계이름을 외우며 멜로디언을 불러내고, 태권도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건만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 보내준다”며 간신히 달래놓은 상태다. 한자와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서점에 가서 책 몇 권을 구입한 것이 사교육의 전부다. (퇴근 후 내가 시간을 내어 봐줄 참이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유아학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맞벌이인 탓이다. 외벌이로는 생계가 불가능하고(둘의 소득을 합쳐봤자 300만원대 수준이다), 그래서 맞벌이를 하는데 공교롭게도 그동안 소득인정액이 4인가족 기준 금액 437만원을 살짝(?) 넘는 탓이다. 2005년식 아반테 차량과 입주 15년 된 구로동 18평짜리 아파트(9천만원 대출받아 구입. 매달 80만원씩 갚고 있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2억5천만원 정도다. 결국 아파트 전세값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가 소득으로 합산되기 때문에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여튼, 현행 보육비 지원과 관련한 소득합산액은 맞벌이 부부한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라고 생각된다. 맞벌이를 하는 대부분은 나처럼 외벌이로 생계 자체가 힘들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또한 맞벌이는 아이들을 필연적으로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지출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결국 부부의 소득합산을 한 뒤 25%가 아니라, 최대 40~50%까지는 소득을 차감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각설하고. 그런 내게 희소식이 생겼다. 수년 전에 입소 신청을 해둔 구립어린이집에서 큰 아이의 “입소가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동안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전화다. 그런데 정작 전화를 받고 나니, 또다른 걱정이 생겼다. 큰애가 한살이라도 어렸다면 고민을 하지 않았을텐데, 이제 곧 초등학생이 되는 상황에서 굳이 유치원에서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것이 과연 아이를 위해 잘한 선택인가 하는 점 때문이었다. 일부러 일곱살이 되면 공인된 교육기관에서 제대로 가르치겠다고 유아학교라 불리는 ‘유치원’을 보내거나 사설 영어학원(영어유치원)으로 보내곤 하는데, 나는 그 반대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엄마들도 구립어린이집에 보내겠다는 나를 말리기 시작했다.



“애를 위해서는 그냥 1년인데, 유치원 보내세요. 어린이집은 아무래도 교육보다는 케어(돌봄) 위주잖아요.”



“지난 2년간 유치원에 잘 적응했고, 친구들과 선생님도 잘 사귀었는데 낯선 환경에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지 않아요.”



“차라리 다른 데 들어가는 지출을 줄이고, 큰 아이한테 투자하세요. 다른 엄마들은 사교육도 얼마나 많이 시키는데요.” …



더구나 구립어린이집 원장까지, 내가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니... “아무래도 교육적인 면에서는 유치원이 더 나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나와 남편은 결국 큰 아이를 구립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일단 원비가 1/3~1/2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급식도 마음에 든다. 유기농 친환경 음식에다 오전, 오후 2번 간식이 나온다. 믿을 수 있는 음식을 먹이고, 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이가 학업이나 공부에 대한 부담 없이 맘껏 유아기를 즐기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학업 성적이나 선행학습 정도가 다른 아이들보다 뒤질 수 있겠지만, 그건 앞으로 딸아이가 스스로 극복해야 할 몫이다.



다행히 큰 아이도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것에 흔쾌히 동의했다. 그 대신 나와 남편은 큰 아이한테 어린이집에서 접할 수 없는 다른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로 했다. 주말에 함께 야외활동 하기, 연극이나 뮤지컬, 미술관 관람 등을 꾸준히 하기 등등이다. 이를 위해 엄마와 아빠가 더욱 각별히 아이한테 신경을 쓰겠다고 다짐을 했음은 물론이다. (아이 아빠는 벌써부터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구입해, 날씨가 풀린 지난주부터 큰아이와 함께 자전거 타기와 인라인스케이트 타기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2일(화요일) 구립어린이집 예비소집일이었다. 3월부터 입소할 큰 아이를 비롯해 온 가족이 총출동했다. 역시나 소심한 큰 아이는 쭈뼛쭈뼛해 했다. 휴, 이런~ 걱정이다. 대부분의 같은 반 친구들은 이미 1~2년 전부터 이곳에 다닌 모양이었고, 서로들 꽤나 친해 보였다. 큰 아이는 새로운 환경과 친구들을 사귀는 동안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까? 부모의 욕심(?), 아니 부모의 경제적 무능(?)이 아이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아이를 키울 때 ‘교육비’가 부모들의 목을 죄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많은 부모들이 (사)교육비 때문에 둘째, 셋째 아이를 포기한다고 하지 않는가. 한 아이를 대학교 졸업 때까지 키우는데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늘 이렇게 말해왔다. “아이만 낳으라. 나머지는 정부가 책임진다.”고.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아이를 낳으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부모가 져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공교육만이라도, 취학 전 어린이들에게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의 기회만이라도 하루 빨리 왔으면 한다. 아니 구립어린이집을 비롯 국공립어린이집 입소만이라도 제때 가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올해부터 유아학비 지원대상 확대 





올해부터 유아학비 지원대상이 영유아가구 소득하위 70%까지 확대됐다. 소득하위 70% 안에 들어 유아학비 지원을 받으려면 4인 가족 기준 소득인정액이 480만원 이하여야 한다. 이는 소득인정액이 지난해 436만원 이하에서 확대된 것이다. 맞벌이 가구의 소득인정액도 지난해에는 부부 중 낮은 소득금액의 25%만 차감해 산정했지만, 올해는 부부 합산소득의 25%를 차감해 계산한다.



소득인정액이란, 가구의 ‘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산한 금액으로 가구 월 소득액에 토지·주택·금융재산·자동차 등  보유재산의 월소득 환산액을 합산하여 계산한다.



단,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다문화가정의 자녀의 경우,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연령별 유아학비가 지원된다.



현재 보육료 지원을 받았다면 추가 신청하지 않아도 되지만, 신규 보육료 지원신청을 하려면 가까운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관련 서류를 받아 신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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