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인 아이를 위한 또래 처방 - 생생육아



06f0ff68c7a17d0d24cf51ac0893c21c. »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수아와 아란.




얼마 전 유치원에서 큰 딸 ‘수아’의 상담이 있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아이의 행동과 학습내용, 친구 관계 등 평소 궁금했던 것을 선생님께 묻고, 선생님은 아이를 평소 지도하고 지켜본 것들을 부모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다. 대개 유치원에서는 1년에 두 번(1,2학기) 학부모 상담을 한다.




내가 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가장 염려했던 것은 친구관계다. 다른 것은 둘째치고,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려 활발하게 유치원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워낙 소극적인 성격에나 내성적이어서 수아는 친구들을 좀처럼 잘 사귀지 못한다. 더군다나 말을 조금 더듬는데, 그것이 친구들을 사귀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작용했다. 




평소 놀이터에서 수아의 놀이 행태를 보면 이렇다. 마음에 맞는 친구 한 두명이 있을 때는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곧잘 논다. 수아처럼 소극적인 아이들과 놀 때 더욱 잘 논다. 함께 그네도 타자고 말도 하고, 소꿉놀이를 하자는 제안도 곧잘 한다. 그런데 문제는 친구 1명이 더 붙거나, 활달한 친구가 한 명 끼어 있는 경우다. 자신이 보기에, 자기를 제외한 다른 두 친구, 또는 다른 친구들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거나 하면 쭈뼛쭈뼛해 하다가 엄마 곁으로 쪼르르~ 힘없이 걸어온다.




“왜 왔니? 가서 친구들이랑 놀아.”




“싫어.”




“왜? 친구들 많으면 좋지.”




“...”




그러고는 울음을 터뜨린다. “집에 가겠다”면서 눈물, 콧물을 몽땅 쏟아낸다. “함께 놀자, 같이 놀자라는 말을 왜 못해?” 나는 속상해서 아이를 다그쳐보지만, 집에 가겠다는 아이의 태도는 완강하다. 친구들과 놀지 않겠단다. 이런~




결국 내가 나선다. 수아들 억지로 끌고 가서 아이들한테 말한다. “얘들아 수아랑 같이 놀자.” “우리 같이 잘 노는데 수아가 안어울려요!” 아이들의 대답이다. “수아가 같이 놀고 싶대. 끼워줘” “네!” 하지만 수아의 뻘쭘한 태도는 변화가 없다. 결국 집으로 데려론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 매번 놀이터에 있을 때마다 벌어졌던 상황이다. 동네 아줌마도 수아의 이런 성격을 알고 있기에, 자녀들에게 “수아 챙겨서 같이 놀아라”라고 귀띔할 정도다. 




그러니, 유치원에서는 오죽하랴. 역시나 유치원에서도 친한 한두명 말고는 어울리는 아이가 없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이 수아랑 함께 놀려고 해도, 수아가 어울리려고 하지 않거나 혼자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갖고 노는 일도 빈번하게 있다고 한다. 심지어 수아의 말 더듬는 것을 보고 친구들이 따라하면서 놀리기까지 한다고 한다.




속상했다. 말더듬는 것을 친구들이 따라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눈물이 다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수아의 말 더듬는 습관이나 소극적인 성격이 2학기를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아가 유치원에서 친한 친구들은 **, @@, $$ 정도다. 매일 이 친구들과 있었던 일은 집에서도 재잘재잘 잘도 이야기 하는데, 다른 친구들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소극적인 성격을 어떻게 바꿔줘야 할까? 고민한 끝에 내가 주도적으로 또래 친구 만들어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한테 또래친구는 정서나 두뇌 발달뿐 아니라 사회성을 키우는데도 좋다. 방법은 이거다. 동네 엄마들과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 지난 여름까지는 놀이터에서 어울릴 시간이 많았지만, 날이 추워지면서 좀처럼 얼굴 보이가 힘겨줘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집은 퇴근 이후 나와 아이들만 있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혼자 있어도 밥하고 반찬해서 아이들 먹여야 하고, 함께 놀아주는 일은 나의 몫! 수아 친구과 그 엄마가 함께 놀러온다고 해서 내 일이 더 늘거나 하지 않는다. 매번 흩어진 장난감이나 물건들이라도 주섬주섬 주워서 치워야 하는 일이 좀 고되(?)기는 하지만, 청소 역시 내가 게을러서 못했을 뿐 당연히 해야 할 일!




이웃집 엄마들도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날’ 우리 집에 초대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밥을 해서 먹인 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우리는 우리들끼리 수다를 떨다보면 훌쩍 밤 12시가 넘곤 한다. 지난 번에는 아란이 친구, 그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고 놀다가 나중에는 귀가한 아빠들까지 끼어서 새벽 3시까지 수다를 떨며 어울려 놀기도 했다.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등을 하다보니 시간이 정말 훌쩍 지나더라. 




나름 괴로운 점은 평소 잘 치우지 않는 우리집을 남한테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지만, 이러한 ‘부끄러움’을 조금 포기하니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도 그닥 어렵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나 역시 매일 밤 두 아이와 씨름하는 시간이 줄게 되니 그것도 괜찮다.  아이들 친구를 만들어준다는 명목으로 나 역시 동네 친구들을 사귀는 게 재밌기도 하다. 신기하게도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던  수아도, 아란이도 또래 친구들만 붙여놓으면 더이상 엄마 품을 찾지 않는다. 내성적이기만 했던 수아 성격도 그때만큼은 밝다. 목소리도 커지고, 말이나 행동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요즘 아이들의 생활을 보면, 대개 집-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오가는 생활을 하는 것 같다. 우리 아파트만 해도 내 또래 엄마들, 수아와 아란이 또래의 아이들이 많은 편인데 놀이터 등에 나와 노는 아이는 많지 않다. 매번 그 아이가 그 아이이고, 그 엄마가 그 엄마다. 엄마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날씨가 안 좋아서, 더워서, 추워서” “아이 데리고 나가는 게 귀찮아서” “병에 걸릴까봐” “아이가 싫어해서” 등등의 이유로 아이를 밖에 데려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지 않는 사회. 내 아이에게 더 많은 또래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은데 같이 놀 아이가 없는 동네. 삭막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하정훈 선생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정말로 아이들을 똑똑하고 잘 키우고 싶다면 어릴 때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니고 뛰어 노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친구들끼리 통제를 받지 않고 놀면서, 자유롭게 놀면서 창의력, 인간관계을 키워야 한다.”




사실 지금 사는 동네에 6년을 살았다. 그런데도 난 5년 동안은 함께 어울릴 친구도, 이웃도 없었다. 지난해 둘째를 낳은 뒤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파트 놀이터에 매일 나와 살면서 동네 친구들도 사귀었고, 수아와 아란이 역시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두루 어울리는 엄마들이 생겼다. 




바쁘더라도, 시간이 없더라도, 조금만 신경쓰면 친구를 사귀기는 어렵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친구를 사귀고 싶은 욕망이 있고, 내 아이에게 더 많은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은 맘이 엄마라면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은데 조금만 용기를 내면 누구나 가능할 것 같다. 또래 아이를 키운다는 동질감이 이때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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