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이 전하는 ‘어린이집 보내기’ 노하우 - 생생육아



dcf1e7f908f2e98877af762b1df8e4e8. » 어린이집에서 아란이.



얼마 전 김태규 기자가 연재하는 ‘짬짬육아’를 보니, 어린이집에 적응 중인 성윤이, 그리고 어린이집 선생님과의 관계 등으로 적잖이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아마 어린이집에 보내놓은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 어린이집 선생님과 유대관계를 잘 맺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큰딸은 15개월 때부터(백일 때부터 15개월까지는 옆집 아줌마가 봐주셨다), 둘째딸은 9개월 때(회사에 복귀하는 시점)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다. 어린 나이에 아이들을 베이비시터나 친척이 아닌,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 보내야 했으니 그 마음은 찢어지는 듯했다. 친척 중에 아이들을 맡아 봐주실 분이 딱히 없었던데다 베이비시터를 들이려니,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주변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역시나 단체생활을 하다보니, 아이한테서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고 아이의 얼굴과 몸에 상처가 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라면 감기와 상처 생기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뿐인가. 잊을만 하면 한번씩 터지는 어린이집 식중독, 급식사고 등의 뉴스를 보고 나면 지레 겁을 먹고, ‘우리 아이들은 괜찮은 거겠지?’라며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람이란 게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걱정도 하루 이틀, 한달 두달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지고, 내 스스로도 무덤덤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아는 것일까? 무엇보다 두 아이 모두 제법 잘 적응해준 탓이다. (큰 아이, 둘째 아이 모두 1주일 가량 적응기간을 가졌다.) 출근하는 엄마에게 울며불며 매달린 적 한 번 없고,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 적도 거의 없었다. 오히려 “어린이집에 가자!” “친구 @@ 벌써 왔대. 어린이집에 가서 놀아야지?”라면서 잠을 깨우면 눈을 번쩍 뜨곤 했다. 



어린이집 선생님과도 비교적 친한 편이었고, 유대관계도 좋았다. 일부러 노력한 것은 아니었는데, 일단 어린이집 선정에서부터 성공한 것 같았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어린이집 선정에서부터 한 몫 했던 것 같다.



엄마들이 다 그렇겠지만 어린이집을 선택하는데 있어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을 많이 따진다. 일단 입소문이 많이 난 곳을 찾고, 그 다음으로는 교회나 성당, 기관이나 기업,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선택한다.(어린이집 자체는 신뢰한다기보다는 운영주체를 선뢰하기 때문) 또한 가능하면 규모가 크고, 아이들이 많으며, 시설이 좋은 어린이집을 고르려고 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나의 어린이집 선택기준은 달랐다. 첫째, 규모가 작을 것, 둘째, 집과 무조건 가까워야 할 것, 셋째, 가급적 젊고 의욕있는 원장선생님이 봐주시는 곳이었다. 입소문도 물론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규모가 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규모가 큰 어린이집은 원생이 워낙 많다보니 아무래도 그만큼 내 아이한테 가는 손길이 적을 수밖에 없고, 관심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어린이집에 어린이들이 많아봤자, 어차피 반 단위로 생활이나 수업을 하는 까닭에 굳이 이점이 더 많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급식사고나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더 많을 수 있다.



반면 소규모 어린이를 상대하는 곳은 아무래도 부모와 어린이집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돈독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규모가 작은 곳은 정말 입소문 한번 잘못 나면 아예 어린이집 문을 닫아야 한다. 원장도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요새는 곳곳마다 가정어린이집이 많이 있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두번째는 눈비가 와도, 날씨가 좋지 않아도, 덥거나 춥더라도 아이를 맡기고 찾아고기 쉬운 곳이어야 했다. 두 아이를 맡겨야 하는 탓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아파트 1층에 있는 가정어린이집이었다.  원생은 10명 남짓, 선생님은 원장님까지 포함해 3명이 계셨고, 1분이 낮에 시간제로 오셔서 아이들을 봐주는 곳이었다. 18평 아담한 규모의 어린이집에 1~4세의 어린이가 옹기종기 가족처럼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화기애애해보였다. 아이들 수는 적지만 연령별로 3개의 반으로 나눠 나름의 수업도 진행하고 있었고, 영유아를 위한 유아침대와 모빌 등도 한켠에 비치되어 있었다.



가정집에, 가족같은 소박한 분위기였기에, 아이들도 쉽게 적응했고,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마치 이모나 고모처럼 잘 따랐다. 작은 규모의 어린이집을 선택한 게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잘 적응하는데 한 몫 하지 않았던가 싶다. 지금 돌이켜보면. 베이비시터한테 키울 때보다 음식도 식단에 따라 고루 먹을 수 있었고, 아이들이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름의 수업과 교육, 또래 친구들과의 어울림, 규칙적인 생활습관 등이 몸에 배었기에  정서나 두뇌 발달에도 베이비시터한테 맡길 때보다 훨씬 더 유익했고, 나나 아이들한테 도움이 되었다고 나름 판단하고 있다.



물론, 어린이집 선생님과 부모와의 유대관계가 원활했던 것도 아이를 믿고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게 한 힘이 아니었나 싶다. 부모와 어린이집, 어린이집 교사와의 신뢰와 친분관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이 어린이집에 두 아이를 모두 맡길 수 있었고. 그렇다면 어떻게 친분관계를 쌓아야 할까? (지금부터 쓰는 내 조언은 정석은 아니지만, 나름의 경험에서 나온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첫째, 어린이집과 선생님을 무조건 믿어라!



자신의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신뢰를 보내지 않거나 한치의 오해나 의심을 가지면 절대 안된다. 부모도 불안하고, 아이도 그런 부모 때문에 어린이집을 불신하고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불안해 하기 마련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가장 좋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감기에 걸려와도, 또래 친구들과 놀다가 상처가 나도 크게 개의치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단체 생활 하다보면 그럴수도 있죠.” “또래 친구들과 놀다가 그런 건데요 뭐. 아이들은 다 그렇게 크는 거죠.”라면서 오히려 선생님을 안심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굳이 선생님께 “에이~ 얼굴에 상처났네요. 왜 그랬어요? ” “좀 잘 좀 봐주시지... 좀더 신경 써주세요.”라는 말은 할 필요 없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선생님들은 이미 충분히 미안해 하시고, 죄책감을 느끼신다. 부모가 어린이집 선생님의 심정과 노고를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고 있다는 점을 수시로 깨닫게 해주면 좋다. 



둘째, 아이들 등하원 시간을 공략하라!



대개 보면 부모들은 출근시간에 부랴부랴 아이들을 짐짝(?)처럼 맡기고, 퇴근 시간 역시 정신 없이 아이들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선생님과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나눌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 시간을 선생님과 친밀해질 수 있는 시간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등원시 10분, 하원시 10분의 시간만 확보하면 된다.  이 시간에는 아이들도 많지 않은데다, 선생님도 비교적 한가로울 때다. 아이를 맡기면서 “우리 아이가 어제는 어땠어요. 글쎄 ###를 하지 뭐에요? 어린이집에서 배웠나봐요.. 호호호..” “어제는 집에서 너무 많이 떼를 썼어요. 오늘도 커컨디션이 안좋을지 모르겠어요.” 등등 아이의 소소한 하루 일상을 선생님께 일일히 보고하는 거다. 아이가 잘한 점, 칭찬해 줄 점, 아이의 컨디션이나 몸 상태, 아이의 단점 등... 처음엔 이런 소소한 얘기부터 시작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다보면 선생님과 아이 이야기뿐 아니라 사는 이야기까지 하게 될 정도로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노력 없이는 결코 불가능하다.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다보면 어느새 선생님과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셋째, 알림장(어린이집 인터넷카페)을 적극 활용하라!



어린이집은 부모와 교사와 의견 교환 수단으로 대개 알림장을 사용한다. 어린이집에서는 매일매일 그날 한 교육 내용이나 활동들을 부모한테 알려주고, 부모는 아이가 귀가한 뒤 집에서 행동한 것들을 써서 보냄으로써 효과적인 돌봄과 교육이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림장으로 아이의 상태를 교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주변에서 보면 바쁘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알림장 쓰는 것을 소홀히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선생님은 매일 알림장에 적어 보내주는데, 부모가 답신을 해주지 않으면 교사들도 진이 빠지기 마련이다. 글이란 것은 소통할 때 제맛이다. 아이와 나눈 대화 등 소소한 것까지 가급적이면 알림장에 적어 보내자. 또한 어린이집 선생님께 바라는 점이나 요구사항도 알림장에 적어보내자. 얼굴을 보고 직접 얘기하기 껄끄러운 주제들도, 글로 완곡하게 써서 보내면 오해도 없고, 자신의 의도도 비교적 수월하게 전달할 수 있다. 만약 이야기꺼리가 많아 알림장에 다 적지 못하는 생활이 생긴다면 메모지를 추가로 덧붙이거나 편지를 써서 전달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는 인터넷카페나 홈페이지가 있다면 수시로 방문하고, 댓글 등을 남겨라. 나와 우리 남편의 경우 종종 사는 이야기나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종종 카페에 남기고, 어린이집에서 사진들이 올라왔을 때는 가급적 댓글을 남긴다.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선생님 입장에서 봤을 때, 부모들의 반응이나 관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괜한 헛수고를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어린이집 생활이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도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넷째, 선생님보다는 어린이집 친구들한테 뇌물(?)을 써라!



요즘 엄마들의 고민은 스승의날을 비롯해 명절 때 선생님께 어떤 선물을 해줘야 하나? 일 것이다. 물론 선생님께 들이는 정성이나 비용도 중요하겠지만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한테 뇌물(?)을 쓰는 방법도 조언해주고 싶다. 뭐 값비싼 선물을 주라는 것은 아니다. 형편껏, 가능한 선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하라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이런 방법들을 종종 써왔다. 내 경우 사과나 배, 귤, 고구마, 감자 등 박스 단위로 주문할 때가 많다.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먹기에는 사실 벅찬 양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주문한 이유는 반을 뚝 떼어 어린이집에 갖다주곤 하기 때문이다. 비록 절반을 덜어내는 것이지만, 10명 남짓의 아이들이 한두번에 걸쳐서 먹을 양은 충분히 된다. 주는 나도 기분이 뿌듯하고, 선생님도 부담없이(결국 어린이집 아이들한테 돌아가는 것이기에...) 받을 수 있다. 이런 적도 있다. 길을 지나다 보니, 싹** 양말을 한 켤레에 500원씩 세일해서 파는 거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것 사면서 어린이집 아이들 수만큼 더 구입했다. 그래봤자 1만원도 채 안됐다. 역시 어린이집 아이들한테 선물로 증정!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께 직접적으로 주는 뇌물(?)보다는 가끔씩 1만원 선에서 어린이집 아이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간식(주스나 과일, 떡, 빵 등...), 간단한 문구류 등으로 뇌물을 주는 방법이 더 효율적인 것 같다. 나눔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준다. 이 관행이 운좋게도 어린이집에 다니는 다른 엄마들에게도 전염(?)이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엄마들끼리 자연스럽게 연락을 해서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까지 덤으로 얻는 경우도 생긴다.



다섯째,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엄마들과 친해져라!



아이들을 같은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엄마들과 공통점이 하나 있는 셈이다. 등하원 시간에 종종 마주치는 엄마들과의 만남을 소홀히 하지 마라. 어색하더라도 먼저 “안녕하세요!” “전 ~ 엄마입니다... 누구 엄마세요?” “아~ 그렇구나...”로 시작해서 엄마들과 대화를 시작해보자. 몇번 부딪치다보면 자연스럽게 전화번호를 따게(?) 되고, 전화번호를 딴 뒤에는 연락을 취하자. 어차피 같은 동네에 사는 엄마들,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그렇기에 엄마 나이도 비슷한 또래다. 충분히 친해질 소지가 많다. 내 경우에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엄마들 여럿과 제법 친해졌다. 함께 주말에 놀러도 가고, 평일 저녁에는 식사도 함께 하기도 한다. 물론 직장을 다니는 탓에 많은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나 혼자 아이 둘을 건사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해서...) 어린이집에서 사귄 엄마를 집에 초대하곤 한다.  반찬이야 머, 평소 늘 그렇듯 없는 반찬이지만. 함께 저녁먹는 동안,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노니까 나도 편하고 엄마들끼리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보니 저녁시간도 훌쩍 재밌게 흘러간다. 가끔은 남편이 더 늦게 들어왔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애들끼리 밥을 먹을 때보다 아이들의 식성도 더 좋아진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지연스럽게 어린이집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사항, 개선점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게 되고, 자연스럽게 선생님께 기분 나쁘지 않게 요구사항들을 전달할 수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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