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한국' 시나리오 5가지(종합편) 미래이슈

한국의  미래는 통일을 필두로 4개 미래가 함께 가는 수레바퀴

 

한국의 미래엔 어떤 가능성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2030년 한국 사회’의 모습을 5가지 시나리오에 담아 종합적으로 그려본 연구논문이 나왔다. 그동안 나온 시나리오들이 주로 통일, 교육 등 분야별 전망에 치중해 왔다면, 이번 시나리오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방대한 작업을 마친 주인공은 손현주 박사. 2012년 미 하와이대 정치학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된 이 저작에서 그는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로 삼성공화국(성장), 한강대홍수(붕괴), 지구촌다문화사회(지속가능), 바이오기술사회(변형), 평화통일(선호)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대안미래학의 시나리오 방법론을 활용한 것이다. 대안미래학이란 미래를 계속성장, 붕괴, 지속가능, 변형의 네가지 이미지로 나누고, 이를 토대로 바람직한 미래와 이를 구현할 대안을 만들어가는 미래학의 한 부류이다. 그는 독자의 공감력을 높이고 시나리오를 정형화하기 위해 소설적 기법과 극단적 사례를 동원했다.
 시나리오들의 실현 가능성은 어떨까? 손 박사는 “5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연결돼 있어서 특정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한국의 미래는 바람직한 미래인 통일 시나리오를 필두로 4개의 다른 시나리오가 함께 달려가는 바퀴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01760369_P_0.jpg » 계속성장의 미래는 삼성공화국이다. 한겨레신문 이종근 기자

 
 ■  시나리오1-계속성장의 끝 ‘삼성공화국’
 
 현재의 패러다임이 그대로 확장되는 삼성공화국 시나리오에서, 삼성은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세계 제일의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는다.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경제를 지배하고, 모든 부문에서 이윤과 소비, 효율성이 중시된다. 2018년 <포천>의 500대 기업에 한국기업이 무려 30곳이나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더 심해져, 2019년 하층민 비중이 30%를 넘어선다.
 어디에도 영원한 것은 없다. 삼성공화국은 2019년 중국 경제의 침체와 더불어 위기를 맞는다. 정부는 아시아 사회에 도움을 요청한다. 2020년 동아시아정상회의는 한국 금융시장 회복 계획을 발표한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동아시아공동체를 추진한다. 202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증후군)가 재발하면서 동아시아공동체 논의가 탄력을 받는다. 목표는 2025년 아시아단일통화, 2030년 단일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2020년대 후반 중국 경제가 마침내 미국을 추월한다. 군사능력도 미국을 능가한다. 2028년 두 나라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놓고 충돌한다. 한국은 생존의 파트너로서 두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정부는 고심 끝에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국민은 중국 편승전략을 선택한다. 미국은 한국에 있는 군 기지를 모두 철수시킨다. 한-미 안보동맹이 와해된다.


  hongsoo.JPG » 지구온난화가 부르는 한강대홍수는 사회의 붕괴를 가져온다. 손현주 제공.


 ■ 시나리오2-지구 온난화가 부르는 ‘한강대홍수’
 
 “2027년 5월15일 토요일 새벽, 국가기후비상경보시스템(NWEAS)의 경보장치가 기상청장을 깨운다. 기상청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가 강력한 태풍과 호우를 사전에 감지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국가비상관리위원회(NEMC)가 소집되고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다. 비는 3주 동안 이어지고, 한강이 범람하면서 서울과 강원도, 경기도 일대가 쑥대밭이 된다. 전 국토의 4분의 1이 홍수 피해를 입는다.”
 한강대홍수 시나리오의 한 장면이다. 대홍수는 소비 지상주의에 따른 지구 온난화의 결과다. 2010년대를 지나면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한국인들은 성장의 풍요 한편에서 위기감을 갖는다. 하지만 소비 패턴을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 수소연료전지발전 홈시스템과 방재 별장을 갖고 있는지가 사회계층 구분의 잣대가 된다.
 정부는 환경재앙에 대한 적절한 대응에 실패한다. 2027년 대홍수는 임계점을 넘어선다. 시민들은 서울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 항의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된다.
 2020년대 말, 한국인들은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전통 경제 모델을 거부하고 탈성장의 새로운 모델을 선택한다.
   

04682214_P_0.jpg » 이주노동자에 대한 테러를 계기로 코스모폴리타니즘이 새로운 사회 담론으로 등장한다. 한겨레신문 이정아 기자

 
 ■ 시나리오3-코스모폴리타니즘과 다문화사회
 
 한국이 코스모폴리타니즘을 수용하는 결정적 계기는 ‘이주노동자 테러’다. 다음은 가상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2020년 8월, 경기도 안산시 ‘국경없는 마을’에서 폭탄이 터져 10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숨진다. 사건 당시 이곳에선 이주노동자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테러는 한국민족주의자연합(KNU) 소행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반이주민운동을 선동해온 극우집단이다. 이들은 높은 실업률과 범죄 증가를 이주민 탓으로 돌린다. 테러가 새로운 위협 요소로 등장한다. 수년에 걸친 논란 끝에 마침내 코스모폴리타니즘(사해동포주의) 패러다임이 지지를 얻는다.”
  2010년대를 지나면서 다문화사회 담론이 확산된다. 이는 한국인의 단일민족국가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한편에선 신자유주의가 복지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민주주의를 뒤흔든다. 부동산 시장 폭락이 위기의 방아쇠를 당긴다. 한국 경제는 다시 깊은 침체에 빠져든다.
 그제서야 한국인들은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틀을 찾아나선다.  경제에 윤리 개념이 도입되고, 정치는 공동의 책임이 된다. 새로운 틀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세계시민운동을 펼친다.
 국제사회에선 세계연방주의가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떠오른다. 유엔 회원국들은 주권의 일부를 포기하고 유엔의회(UNPA)를 출범시킨다.
 경제에선 경쟁·이윤보다 인간의 필요·관계를 중요시하는 인민경제가  화두가 된다. 금융보다 실물이 경제를 주도한다. 기업 경영자들은 기업을 공동체 일부로 본다.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은 내수주도형 성장 전략으로 바뀐다.  국가 대신 도시가 문화와 정치 중심으로 떠오른다.


 01092310_P_0.jpg » 생명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간형을 추구한다.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 시나리오4-생명과학이 여는 ‘바이오사회’
 
 생명과학기술은 삶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다. 사람들은 유전적 질병을 찾아내려 자신의 DNA를 분석한다. 성공과 부, 외모에 압도된 한국 문화에서 유전적 특징을 개선하자는 우생학 운동이 힘을 얻는다. 젊은이들은 결혼하기 전 DNA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외모나 성별을 선택하고 유전적 결함을 제거하는‘베이비 디자인’이 이슈로 떠오른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기술은 새로운 질병을 확산시킨다. 몇몇 생명공학기업들은 DNA 오염으로 사업을 접는다. 한국 경제가 다시 위기를 맞는다.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다. 한국인 과학자가 당뇨병 백신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는다. 생명공학 르네상스가 인다.
 2030년 한국인 기대수명이 100살에 육박한다. 2011년 80살에서 무려 20살이 길어진 수명이다. 생명공학기술은 새로운 권력집단 ‘유전자귀족’(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았거나 이식받은 엘리트)을 탄생시킨다.
 바이오기술은 트랜스휴머니즘 꿈을 키운다. 트랜스휴머니즘은 노화 방지 기술과 인간의 지적, 육체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이용해 인간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운동이다. ‘멋진 신세계‘의 꿈이 확산된다.
  

00231008_P_0.jpg » 권력투쟁, 백두산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 등으로 초래되는 북한의 위기가 통일논의를 급발진시킨다.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 시나리오5-북한 위기가 촉발하는 통일
 
 남한 정부는 다시 햇볕정책을 추진한다. 모바일폰이 대중화하면서 북한인들의 세계관에 변화가 일어난다. 정부에 대한 염증이 커진다. 북한은 중국의 성공사례를 따르기로 한다. 중심은 시장개방과 국경지역 개발이다. 북한은 외국인투자 유치에 나선다. 북한은 가스파이프라인 통과 대가로 한 해 수억달러를 벌어들인다.
 한편에선 6자회담이 끝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다. 북한은 결국 핵무장국이 된다. 중국과 미국은 새로운 한반도비핵화를 추진한다. 미국은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을 내걸고 북한과 무조건적 협상에 나선다. 결국 북한은  핵무기 이슈 해결에 합의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 하지만 군부 강경파는 김정은의 핵문제 처리에 불만을 드러낸다. 개혁파는 ‘제3차 천리마운동’을 펼치지만 실패하고 만다. 김정은은 강경파 쪽으로 돌아선다.
 그런 와중에 2015년 12월1일 백두산 화산폭발이 발생한다. 강력한 지진과 거대한 화산재가 동반된다. 김정은은 국제협력을 호소한다. 그는 엘리트주의를 벗고 대중주의로 변신한다. 이를 계기로 북한 지도부에 일대 변화가 일어난다. 통일 논의 필요성이 남북한 당국자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된다. 2017년 5월 북한과 남한은 통일공동위를 출범시킨다.
 통일은 자주·평화·민족대단결 원칙에 따라 ‘교류·협력·화해, 1국3체제, 통일’의 3단계로 진행된다. 2023년 남북한은 비무장지대와 그 외곽지대를 DMZ평화관리지대(PAR)로 선포하고 이곳에서 새로운 사회체제를 실험한다. 2030년 5월 통일한반도의 총선이 실시된다. 국제사회는 비핵화를 조건으로 통일한국을 승인한다. 통일한국의 외교정책은 중립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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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현주 박사 인터뷰

 

 미래학자 손현주 박사는 2030년을 시나리오 전개 시점으로 잡은 이유로 2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15년 이상 먼 미래를 살펴보자는 취지이고, 다른 하나는 2030년쯤 한국 사회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노령사회 특징이 가속화하고, 핵심기술이 정보통신에서 나노바이오로, 세계경제 중심이 비서구사회로 넘어가는 때가 대략 2030년쯤”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별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시나리오간 비교는 무의미하다면서도 “다만 지금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삼성공화국’과 ‘바이오사회’가 가장 높고 ‘다문화지구촌사회’가 가장 낮은 시나리오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나리오는 흔히 보아온 미래예측 방법과는 다른 것 같은데. 
 “기존 시나리오는 현재의 트렌드를 설명하고 미래 전망을 정량적 지표에 근거해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내게 시나리오란 과학적 연구와 성찰적 직관에 근거한 ‘미래소설’이다. 그래서 기승전결, 등장인물 등 스토리텔링 요소를 적용했다. 하지만 미래현상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쉽게 와 닿지도 않는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징적 도구를 활용하고 극단적 현상을 가정했다. 예를 들면 한국인 수명이 20년만에 20살 증가한다던가, 코리아통일공동위원회가 출범한다던가 하는 가정이 그런 사례이다.
 -5가지 시나리오가 모든 미래상을 포괄할 수 있나.
 “모든 미래상을 포괄할 수 있는 이론이나 시나리오는 있을 수 없다.  미래는 가변적이고 복잡할 뿐 아니라 사회·문화권별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5가지  이미지는 미래의 발전형태를 규정하기 위한 이념형 혹은 이상적 유형이다.”
 -시나리오들을 어떻게 읽거나 활용하면 좋은가.
 “각 시나리오에는 주요 트렌드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들어 있다. 이 요인들이 시나리오를 어떻게 이끌어가는지 그림을 그리듯 상상해보며 읽으면 일상생활에서도 미래학적 적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각 시나리오는 이슈를 둘러싼 집단간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나라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왜 나는 다른 입장을 반대하는지, 각 시나리오에서 승자와 패자는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뒤 아쉬웠던 점은.
 “사회변동을 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에너지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유교 전통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언급하지 못했다.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미래전망을 반영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향후 연구 계획은?
 “한국의 미래전망이나 비전은 지나치게 서구중심적 사고방식에 경도돼 있다. 한국형 미래학과 발전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에 가장 불확실한 요소는 중국의 경제대국화이다. 중국이 한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해야 한다. 또 빅데이터가 우리 미래에 끼치는 영향도 장기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싶다.”

#이 기사는 2014년 1월8일자 27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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