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트라우마 치유? 자존감을 살려라 생명건강

05019797_P_0.jpg »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이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정신적 고통은 뇌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3년 전 동일본 대지진 지역 대학생 대상

발생 전과 후의 뇌 구조 변화 연구 결과

 

 세월호 참사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 생존자나 희생자 가족, 주변 친지들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는 일반 국민 중에서도 잠을 못자거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증상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부른다.  심리치유 전문가들은 이 증상을 치유하려면 우선 정서적인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3년 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에서 최근 정신적 트라우마 치료와 관련해 시사점을 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요체는 강력한 정신적 고통을 준 사건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지 여부는 '자존감'이 크게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도호쿠대 연구진이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이 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내린 결론이다.

 4월29일자 과학저널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실린 연구 내용을 보면, 연구진은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도호쿠대 학생 42명의 뇌를 촬영한 사진을 갖고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자 연구진은 이들 중 37명(여성 9명, 남성 28명)의 뇌를 다시 촬영했다. 그리고 이후 이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추적했다.

file000894312228.jpg » 뇌 촬영 영상. morguefile.com

 

지진 발생 직후 해마, 안와 전두피질 크기 감소

자존감 높은 사람들, 1년후 안와 전두피질 커져

 

지진 발생 직후 촬영한 뇌 스캔에서는 두 개의 뇌 영역, 즉 해마(hippocampus)와 안와 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에서 크기 감소 현상이 발견됐다.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해마는 기억과 감정적 행동 조절에 관여하며, 전두엽의 한 부분으로 눈 가까이에 있는 '안와 전두피질' 역시 공포, 분노 등의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 부위이다. 이 부위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것은 해당 영역의 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실험 대상자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1년 뒤 연구진은 다시 이들의 뇌를 촬영했다. 이 때도 이들의 뇌에서 해마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뇌의 다른 영역에선 흐름이 바뀌었다. '안와 전두피질'의 크기가 커진 것이다. 연구진은 덧붙여 대상자들의 우울감, 불안감, 자존감, 외상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같은 심리적 특징에 대한 평가도 곁들였다.

연구진은 그 결과, '안와 전두피질'의 크기가 커진 것과 지진 직후 측정한 생존자의 자존감(self-esteem) 수준 사이에 커다란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안와 전두피질의 증가는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회복되고 있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이전 연구 결과들에서, 안와 전두피질의 감소가 정신적 고통의 신호라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안와 전두피질 크기가 커진 것은 높은 자존감 덕분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높은 자존감은 정신적 고통에서 회복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자존감이 더 높은 사람들은 정신적 고통을 더욱 잘 통제할 수 있으며 이는 그들의 뇌 구조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는 세키구치 아쓰시  도호쿠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통스런 사건 뒤에 오는 뇌의 구조 변화는 사람의 일생에 걸쳐 매우 역동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mp201428f1.jpg » (위) 해마의 크기가 대지진 전과 직후, 1년후를 거치면서 크게 작아졌다. (아래) 좌우 양쪽 및 안쪽의 안와 전두피질(OFC)의 크기는 반대로 커졌다.

 

정부 대응, 자존감 북돋기는 커녕 악화시켜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연구가 스트레스와 자존감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인시켜주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트라우마에서 더 잘 벗어나게 하는 요인이 실제로 높은 자존감인지, 아니면 자존감과 관련된 어떤 다른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히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뇌에 주는 영향을 연구하는 라지타 신하 교수(예일대 약대 정신의학)는“이 두 영역은 트라우마를 담당하는 뇌 네트워크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하 교수는 “두 영역이 스트레스의 영향을 더 잘 받는 것은 둘 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신경화학물질, 즉 코르티솔과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 같은 물질에 반응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두 물질은 자율신경계에서 스트레스에 맞서 ‘싸움 혹은 도주’(fight-or-flight)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들이다. 이는 스트레스에 대처해 혈압과 심장박동수가 높아지고 동공이 확대되거나 소름이 돋는 것 등의 반응을 말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코르티솔은 부신피질 호르몬의 하나로 신체기관의 포도당 사용을 억제한다. 그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런 신경화학물질들이 분비되고 있으며, 이것이 뇌 세포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세월호 참사에 대입해 보면, 세월호로 인한 전국적 트라우마 현상을 치유하는 지름길은 절망에 빠진 희생자, 생존자 가족들과 죄책감에 빠진 국민들의 자존감을 하루빨리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자존감이란 무엇인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그러자면 자신의 주변에서 뭔가 소망스럽고 긍정적인 일들이 벌어져야 한다. 그래야 거기에서 힘을 얻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정부가 쏟아내는 대책이나 말, 행동들은 국민의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기는 커녕, 좌절감과 분노감만을 자극하고 있는 형국이다. 

 

출처
http://www.livescience.com/45213-disaster-survivors-stress-changes-brain.html
http://www.nature.com/mp/journal/vaop/ncurrent/full/mp201428a.html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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