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수학자의 뇌는 방정식을 예술품으로 인식한다 생명건강

tattoo.jpg » 미 네바다대의 수학자 알렉산더 핸더슨이 팔뚝에 문신으로 새긴 오일러공식. 네이처닷컴.  

 

아름다운 수식을 볼 때와 예술품 감상 때 뇌 반응 같아

 

i, π , e의 관계를 묘사한 오일러의 공식은 수학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공식이다. 미 네바다대의 알렉산더 헨더슨 같은 수학자들은 그걸 몸에 문신으로 새겨 넣었을 정도다.
 그런데 수학자들이 등식(equations)을 ‘아름답다’고 표현할 때, 그건 단순한 비유나 거짓말이나 잘난 체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뇌영상을 촬영해 분석해 본 결과, 수학자들이 ‘아름다운’ 수식을 바라볼 때의 반응은 일반인들이 위대한 예술품(그림이나 음악)을 감상할 때의 반응과 같은 것으로 밝혀졌으니 말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아름다움(美)의 실체를 신경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세미어 제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16명의 수학자들에게 60개의 등식을 제시하고 ‘추하다’에서 시작해 ‘아름답다’로 이어지는 점수로 평가하게 했다. 그로부터 2주 후, 연구진은 수학자들의 뇌를 fMRI로 촬영하면서 동일한 설문을 작성하게 했다. 그 결과, 수학자들이 아름다운 등식을 들여다 볼 때는 안와전두내측피질(mOFC: medial orbitofrontal cortex)의 A1 지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신경과학 프런티어>(Frontiers of Human Neuroscience) 2월호에 실렸다. OFC는 정서(감정)와 관련된 영역이며, mOFC의 A1 지역은 시각 및 청각적 아름다움(미술과 음악)을 느끼는 것과 관련된 곳으로 밝혀진 바 있다.
 연구진은 선행연구 결과가 수학적 아름다움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미술이나 음악의 아름다움은 감각과 인식에 바탕을 둔 데 반해, 수학의 아름다움은 지능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수학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아름다움 느끼기도


 연구진은 “음악이나 미술의 경우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베토벤이나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수학의 경우에는 특정 공식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대조군(수학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수학공식을 보여준 결과, 그들의 뇌에서 별다른 정서적 반응을 포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개중에는 수학을 전혀 모름에도 불구하고 특정 공식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는 아마도 그 수식들이 형태, 비율 등의 측면에서 미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학자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결코 놀랍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아름다운 수학공식이나 복잡한 주장이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전개된 것을 바라보면 경이로운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동일한 감흥을 느낀다”고 윌리엄스 칼리지의 콜린 애덤스 교수(수학)는 말했다. “아름다운 수학풀이는 멜로디와 같다. 우아한 해법을 갖고 있거나 예기치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수학공식은 정말로 아름답다”고 코넬대의 다이애나 테이미나 교수(수학)는 말했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또는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아름다움은 단지 행복감을 가져다 주는 ‘기분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슬픔도 궁극적으로는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를 바라보면, 결코 즐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고 제키 교수는 말했다.
 

fnhum-08-00068-g003.jpg » 수학공식과 예술품을 볼 때의 뇌 반응 비교. Frontiers of Human Neuroscience

 

아름다움의 신경 메커니즘 파악 성과…다음 과제는 '왜 아름답게 느끼는가' 

 

일부 과학자들은 아름다움이란 너무 복잡하여 fMRI로 포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웨슬리 칼리지의 베빌 콘웨이 교수(신경과학)는 “미의 개념은 현대 신경과학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fMRI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은 미학의 역사를 무시하고 있다. 무릇 아름다움이란 무 자르듯 간단히 정의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의 연구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지만, 의사결정과 정서적 반응 간의 상호작용을 갖고 아름다움을 논한다는 것은 무리다. 이번 연구는 미의 평가에 관한 복잡한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 기여했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력은 거의 제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미를 완벽하게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의 연구가 아름다움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한걸음 더 다가선 것이라고 자부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제기한 질문은 ‘인간으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하는 신경 메커니즘은 무엇인가’이며, 이번 연구가 후속연구자들에게 제기하는 핵심 쟁점은 ‘하나의 등식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매력적인 수식은 오일러공식, 가장 추한 수식은 라마누잔의 무한수열

 

 예컨대, 이번 연구는 ‘수식의 아름다움이 반드시 주관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밝혔다. 즉,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어느 등식이 아름답고 어느 등식이 추한지’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특히 오일러의 공식(1+ e^iπ = 0)의 경우, 많은 수학자들로부터 일관되게 가장 매력적인 수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일러의 공식에는 e, π , i라는 기본적인 숫자가 들어 있다. 이 세 가지 숫자는 모두 독립적으로 정의되며, 각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난데없이 나타난 일곱 개의 문자로 구성된 등식을 통해, 이 세 개의 숫자들이 일정한 관계를 갖게 된다. 어떤가, 기가 막히지 않은가?”라고 애덤스 교수는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수학자들로부터 가장 추한 등식으로 지목받은 것은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의 무한수열(1/π)이었다. “라마누잔의 무한수열은 아름답지 않다. 그걸 아무리 들여다 봤자 π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다. 그리고 26,390? 9,801?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내가 아는 한, 그중 몇 개를 다른 숫자로 바꿔도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애덤스 교수는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5140&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3-11     
원문
http://www.nature.com/news/equations-are-art-inside-a-mathematician-s-brain-1.14825
※ 원문정보: Semir Zeki, “The experience of mathematical beauty and its neural correlates, Frontiers of Human Neuroscience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페이스북 페이지 '미래가 궁금해'
트위터 '곽노필의 미래창'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