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지구온난화, 잠자는 거대 바이러스를 깨운다 지구환경

1_14801.jpg » 몇몇 박테리아보다 더 큰 바이러스. 3만년된 시베리아 얼음속에서 발견됐는데, 아직도 아메바 감염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Julia Bartoli & Chantal Abergel; Information Génomique et Structurale, 프랑스국립과학원-엑스마르세유대(CNRS-AMU). 네이처닷컴서 재인용.  

 

 

시베리아 얼음 속 3만년전 거대 바이러스 부활…아직도 감염력 유지

 

과학자들이 3만년 된 시베리아 얼음 속에 묻혀 있는 거대 바이러스를 부활시켰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문제의 바이러스가 아직도 감염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바이러스의 표적은 아메바라고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의 얼음이 녹을 경우 다른 고대 바이러스들도 대거 부활할 것이며, 그중에는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부활한 바이러스는 지금껏 발견된 것 중에서 덩치가 가장 커서, 길이가 자그마치 1.5μm에 이른다. 작은 세균과 맞먹는 크기다. 이번 연구를 지휘한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의 장-미셸 클라베리와 샹탈 아버젤 교수 부부(진화생물학)는 그리스어의 피토스(pithos, 그리스인들이 와인과 음식을 저장하는 커다란 그릇)를 본떠,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피토바이러스 시베리쿰(Pithovirus sibericum)이라고 붙였다.
 이 부부는 지금까지 3개의 거대 바이러스를 발견하는데 기여한 바 있다. 첫 번째는 2003년에 발견한 미미바이러스(Mimivirus, 참고 2)이고, 나머지 두 개는 2013년에 발견한 판도라바이러스(Pandoraviruses, 참고 3, http://www.nature.com/news/giant-viruses-open-pandora-s-box-1.13410)다.
 

1_13410.jpg » 장-미셸 클라베리 부부가 2013년 발견한 판도라바이러스. 이것 역시 길이가 1마이크로미터 가량 된다. 네이처닷컴서 재인용.

 

아메바 미끼로 유인…아메바 사체서  바이러스 찾아내

 

2년 전, 클라베리와 아버젤 커플은 “러시아의 과학자들이 3만년 된 시베리아 영구동토대에 묻혀 있던 과일로부터 고대 식물을 부활시켰다”는 뉴스를 들었다(참고 4, http://www.nature.com/doifinder/10.1038/482454a). 클라베리 교수는 “그 소식을 듣고 식물을 부활시키는 게 가능하다면, 바이러스를 부활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두 사람은 러시아 과학자들로부터 영구동토 샘플을 건네받아, 아메바를 미끼로 거대 바이러스를 탐색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왜냐하면 거대 바이러스의 전형적 표적이 바로 아메바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아메바가 죽어가는 장면을 확인한 두 사람은, 아메바의 사체 속에서 거대 바이러스 입자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현미경에 포착된 피토바이러스(Pithovirus)는 한쪽 끝에 개구부를 가진, 두꺼운 벽에 둘러싸인 타원형 모양이다. 그것은 형태상으로 판도라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지만, 아버젤에 의하면 두 바이러스는 유사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라고 한다.

1_14801_b.jpg » 벌집 구조를 지닌 코르크마개 비슷한 구조물로 덮여 있는 피토바이러스 개구부. Julia Bartoli & Chantal Abergel; Information Génomique et Structurale, CNRS-AMU. 네이처닷컴서 재인용.

 

크기는 세균만하면서도 유전체 수는 적어

 

피토바이러스의 개구부는 벌집 구조를 지닌 코르크마개 비슷한 구조물로 덮여 있다(첨부그림 2 참조). 또한 대부분의 바이러스와는 달리, 숙주의 핵을 점령하는 대신, 숙주의 세포질 내에 ‘공장’을 지어 증식한다. 피토바이러스의 단백질 중 다른 바이러스의 단백질과 유사한 것은 1/3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을 경악시킨 것은 “피토바이러스는 덩치가 엄청나게 큼에도 불구하고 유전체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아, 판도라바이러스보다 훨씬 작은 유전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피토바이러스의 거대한 몸통은 사실상 텅텅 비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클라베리는 말했다. “지금까지의 통념은 ‘바이러스는 DNA를 최소한의 입자 속에 가능한 한 빽빽하게 포장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녀석의 몸통은 여느 박테리오파지보다 150배나 헐렁하다. 우리는 도대체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fig2.jpg » 거대 바이러스 중 하나인 마르세유바이러스의 입체 모형도. 프랑스국립과학원(CNRS).

 

지구온난화, 남극 자원채굴로 잠자는 바이러스 부활 가능성

 

 거대 바이러스는 거의 항상 아메바를 사냥하지만, 2013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크리스텔 데누 박사(바이러스학)는 다른 거대 바이러스인 마르세유바이러스(Marseillevirus)가 생후 11개월의 남자아기를 감염시킨다는 증거를 발견한 바 있다(참고 5). 문제의 아기는 림프절 염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데누 박사의 검사 결과 아기의 혈액 속에서 마르세유바이러스의 DNA 흔적이 검출되었으며, 림프절에서는 바이러스 입자가 발견되었다. “거대바이러스는 자연계에 홀로 존재하는 괴짜가 아니다. 그들은 총체적인 바이러스계의 한 부분으로 진화를 하고 다양성을 보유하며, 심지어 인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데누 박사는 말했다.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남극의 광물채굴과 시추작업이 지금처럼 진행될 경우, 보다 많은 고대 바이러스들이 부활할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감염력을 보유하고 있어,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클라베리와 아버젤은 우려했다.

 

"인간은 매일 수천마리 바이러스를 흡입…과학적 상상일뿐" 반론도

 

 그러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커티스 서틀 교수는 ‘인간은 매일 수천 마리의 바이러스를 코와 입으로 흡입하며, 바다에서 수영할 때는 수십억 마리의 바이러스를 삼키지만 끄떡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녹은 얼음이 유해 바이러스를 방출하여,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만큼 광범위하게 전파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과학적 이성을 한계점까지 밀고 나간 것에 불과하다. 내가 보기에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이러스 창궐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때문에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5034&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3-05     
 
※ 참고 논문
 1. Legendre, M.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http://dx.doi.org/10.1073/pnas.1320670111 (2014).
 2. La Scola, B. et al. Science 299, 2033 (2003).
 3. Philippe, N. et al. Science 341, 281?286 (2013).
 4. Yashina, S.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09, 4008?4013 (2012).
 5. Popgerogiev, N. et al. J. Clin. Microbiol. 51, 4102?4105 (2013).
 
원문
http://www.nature.com/news/giant-virus-resurrected-from-30-000-year-old-ice-1.14801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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