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혈액 검사로 자살도 예측한다  생명건강

 혈액에서 연관성 있는 6개 생체지표 발견

 임상자료와 결합하면 예측률 80%로 높아져

폴리아민 분해 효소 'SAT1' 예측력 가장 높아

1_13570.jpg » 자살 충동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살위험 생체지표에 대한 테스트를 받게 한다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nature.com서 재인용.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전문가와 상담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의논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만일 자살충동이 생긴 것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매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100만명 중 다만 몇이라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22일 `글로벌 동향 브리핑'을 통해 이런 희망을 갖게 하는 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 주인공은 미국 인디애나대의 알렉산더 니쿨레스쿠 박사(정신과학)로, 그는 “자살은 예방가능하다”는 신념을 갖고, 오랫동안 자살위험을 나타내는 생물학적 징후를 찾아내는 데 몰두해 왔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도 있듯, 자살위험을 나타내는 생물학적 징후를 찾으려면 인간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뇌는 복잡한 구조체인데다 접근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니쿨레스쿠 박사팀은 차선책으로 혈액 속의 분자징후(molecular signs), 즉 생체지표(biomarkers)를 찾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던 중 마침내 6개(SAT1, UBA6, MARCKS, PTEN, MT-ND6, MAP3K3)의 생체지표를 찾아내 <분자정신과학>(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생체지표들을 이용하면 자살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4가지 단계로 진행됐다. 첫번째로, 연구진은 9명의 남성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 환자들을 찾아냈다. 이들은 감정 기복이 심해 자살위험점수가 최고치와 최저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상태였다. 연구진은 이 환자들의 혈구에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추적해, 높은 자살위험과 관련된 생체지표 후보들을 여러 개 발굴했다.
두번째로, 연구진은 발굴된 생체지표(유전자) 중에서 정신질환이나 자살과 관련된 유전자들만을 선별해, 생체지표 후보를 수백개에서 41개로 줄였다. 이는 마치 구글검색 순위를 매기는 것과 같은 작업이다.

세번째로, 연구진은 9명의 자살 남성에게서 채취된 혈액샘플을 이용하여 생체지표 후보들을 검증한 결과, 후보 목록를 41개에서 13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후 통계분석 과정에서 7개 후보들이 탈락했다. 마지막으로 생체지표 6개가 남았다. 이들은 연구진이 요구하는 `합당한 신뢰수준`을 충족시키는 것들이었다.
 이 6개 지표들이 ‘자살(또는 자살시도)과 관련된 병원입원’을 예측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42명의 남성 양극성장애 환자와 46명의 남성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발현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6개 중 4개의 생체지표(SAT1, MARCKS, PTEN, MAP3K3)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극성 장애 환자에서 상관관계가 더욱 뚜렷했다. 이는 생체지표가 임박한 자살위험뿐 아니라, 장기적인 자살위험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뜻한다.
 6개의 생체지표들을 기분·정신상태(mood and mental state)와 관련된 임상측정치들과 결합할 경우, 자살 예측률은 65%에서 80%로 급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6개의 생체지표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자살과 연관되는 것일까? 연구진은 6개 유전자와 관련된 생물학적 경로, 메커니즘, 약물표적을 분석한 결과, 자살충동의 근저에는 스트레스, 염증, 세포자살 등의 요인이 깔려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컨대 이번에 밝혀진 6개의 생체지표 중에서 예측력이 가장 높은 것은 SAT1이었다. SAT1은 폴리아민을 분해하는 효소로, 폴리아민의 농도는 세포의 생존력을 제어하는데, 폴리아민의 농도가 현저히 낮아진 세포는 세포자살을 겪게 된다.
 “이번 연구는 자살의 정신과학적 생체지표를 찾아내는 데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샘플 규모가 작아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재현될 필요가 있다”고 일리노이대의 간샴 판데이 박사(정신과학)는 논평했다.
 연구진의 다음 과제는, 건강한 일반인과 고위험군(우울증 환자,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 가족과 사별한 사람 등)을 대상으로 6개 생체지표의 발현 수준을 측정한 다음, 서로 비교해 자살 위험을 예측해 보는 것이다.
 연구진은 "자살은 단순한 정신질환의 소산이 아니라 매우 복잡한 인간행동의 결과로, 사전에 예측하여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3080377&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08-22     
원문
http://www.nature.com/news/predictors-of-suicidal-behaviour-found-in-blood-1.13570
논문 정보
Le-Niculescu, H. et al., ”Discovery and validation of blood biomarkers for suicidality“, Mol. Psychiatr. http://dx.doi.org/10.1038/mp.2013.9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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