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닭의 족보를 캐는 영국 과학자들 생명건강

1_15300.jpg » 현대 닭은 기본적으로 붉은멧닭에서 파생돼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nature.com/

 

 닭의 기원을 통해 인간 역사를 본다

 영국 정부 '닭장 프로젝트' 지원

 

양계장에서 나오는 닭의 고기와 알은 수십억 지구촌 주민을 위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닭이 언제 어떻게 가축이 됐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다. 이 미스터리를 밝히면 가축화의 유전학적 정보를 이해하고 양계에 관한 지식을 향상시킴은 물론 인간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닭과 그 족보에 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영국 정부는 194만유로(330만달러)를 들여 수천년 전 동남아시아 정글을 배회하던 야생 가금류가 세계 최대의 가축 중 하나로 부상한 과정을 밝히려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인간과 닭의 상호작용에 관한 문화적·과학적 인식’(Cultural and Scientific Perceptions of Human & Chicken Interactions project), 일명 ‘닭장’(Chicken Coop)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닭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역사’를 밝히는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닭장 프로젝트팀은 인류학에서부터 유전학에 이르기까지 20여 과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주 영국 렘튼대에서 열린 두 번째 모임에서, 영국 노팅엄 대의 홀리 밀러 교수(고고학)는 “지금껏 아무도 닭을 연구하지 않았는데, 이는 한마디로 중대한 실수”라고 말했다. 더럼대의 그리거 라슨 교수(진화유전학)는 “닭은 개, 소, 돼지와 같은 다른 가축들에 비해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실 닭만큼 인간이 개량을 거듭한 가축도 없을 것이다. 닭은 고기, 알, 닭싸움을 위해 사육되어 왔다. 특히 목청이 좋은 한 품종(vocal breed)의 경우, 폴리네시아인들은 이것을 돛대에 매달아 뱃고동으로 사용해 왔다. 이처럼 닭은 다재다능한 가축(polymaths)이다.
 

닭에는 있으나 붉은멧닭에는 없는 유전자

노란색 피부, 연중 산란과 관련된 것들

 

지난해 고대 닭의 잔해에서 DNA를 연구하던 라슨 교수는 자칫 닭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행연구에서는 현대 닭의 DNA를 초기 닭의 유전자풀에 기여했던 호로새(guinea fowl) 종류, 예컨대 붉은멧닭(red junglefowl)과 비교했었다(참고 1, 2). 라슨 교수는 연구 결과 “현대 닭에 흔한 2개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호로새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발견한 2개의 돌연변이 중 하나는, 2개(two copies)가 존재할 경우 가축화된 닭에게 노란색 피부와 다리를 제공하게 된다. (이것은 카로틴이 풍부한 모이를 먹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유럽 닭들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형질이다.) 또 하나의 돌연변이는 갑상선자극호르몬 유전자(TSHR gene)에 나타나는 것으로, 닭의 계절적 교배패턴을 변화시켜 일년 내내 알을 낳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로드아일랜드 레드(Rhode Island Red)나 육계(broiler chickens)와 같은 현대 닭 품종에게 나타나는 보편적 형질이다.)
 

닭의 형질은 200년 전 갑자기 달라졌다

 

 이상의 두 가지 돌연변이는 현대 닭에 너무 흔한 것이어서 연구자들은 “인간이 가축화의 초기 단계에서 선택적 교배를 통해 이런 형질이 발현되도록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했었다. 그러나 기원전 280년~기원후 1800년에 걸쳐 유럽 전역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된 닭의 DNA를 분석한 결과, 라슨 교수는 머리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달 <PNAS>에 기고한 논문에서, 그는 “25가지 고대 닭 중에서 노란 다리를 가진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44마리 중 8마리만이 2개의 TSHR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고했다(참고 3). 이는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눈에 비친 닭들의 모습은 오늘날의 닭들과 매우 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슨 교수는 다른 프로젝트 멤버의 도움을 받아, 현대 닭의 모습을 형성한 진화압력(evolutionary forces)을 광범위하게 탐구하고 있다. 예컨대 그는 “닭이 질병에 의해 멸종되지 않은 이유”를 밝혀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그가 품고 있는 의문은 같다: “닭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선택(selection)을 겪어 왔으며, 그 중 상당 부분은 1900년 이후 일어난 일이다(참고 2). 따라서 이 과정에서 근친교배(inbreeding)는 불가피했을 것이며, 이는 면역 유전자를 줄임으로써 감염에 대한 반응을 저하시켰을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닭이 질병에 의해 멸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닭의 진화사 규명이 조류인플루엔자 해결에 실마리 기대

 

 닭장 프로젝트의 다른 멤버들은 닭의 과거를 다른 측면헤서 파헤치고 있다. 밀러 교수는 고대 닭의 뼈와 알껍질에 들어 있는 동위원소를 이용하여, 그들의 먹이가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닭의 먹이가 무엇이었는지를 알면, 그 닭들을 사육한 인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스터 대 연구진을 주축으로 한 또 다른 멤버들은 여러 유적지에서 출토된 닭의 뼈를 비교함으로써, 닭의 질병과 사육패턴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추적할 계획이다.
 런던 왕립수의대의 존 허친슨 교수(진화생물학)는 닭의 진화사를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닭과 양계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예: 조류인플루엔자, 육계의 다리가 부실함)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친슨 교수는 지난달 ‘미래의 닭을 향하여’(Towards the Chicken of the Future)라는 콘퍼런스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그는 “닭에 대해 이루어진 강력한 선택은 다양한 문제를 수반하게 되었다. 고대 닭들을 연구해 육계의 유전학적 정보를 갱신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6519&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5-30     
※ 참고문헌
 1. Eriksson, J. et al. PLoS Genet. 4, e1000010 (2008).
 2. Rubin, C.-J. et al. Nature 464, 587?591 (2010).
 3. Flink, L. G.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원문
http://dx.doi.org/10.1073/pnas.1308939110 (2014). 
http://www.nature.com/news/chicken-project-gets-off-the-ground-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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