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당신의 자녀는 어떤 태양 주기에 태어났는가 생명건강

DSC-VV0113_02.jpg » 태양 활동 극대기였던 2013년 8월에 태양관측위성(SDO)이 촬영한 태양. NASA.

 

17~19세기 노르웨이인 기록과 태양 활동 주기 비교

태양 극대기에 태어난 사람이 평균 5.2년 수명 짧아

  

태양은 만물을 생성하고 성장시키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식물의 광합성 활동은 그 하나의 징표에 불과하다. 과학의 힘을 빌지 않고도, 인간은 태고적부터 자연 속에서 생존법을 익혀가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알아챘다. 그래서 태초부터 태양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인간의 생사 여탈권을 쥔 태양은 인간이 어려움에 닥쳤을 때 구원의 희망이었다땅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재앙들은 태양신의 노여움을 산 탓으로 여겨졌다. 세계 여러 종족과 나라의 탄생 신화에 태양이 등장하는 건 이처럼 태양이 인간 생존의 근원을 쥐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파라오는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 자신을 태양의 아들로 설정했다.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은 원래 고대 로마인들이 태양신 미트라의 생일로 삼아 숭배하던 날이었다. 찬란한 문명을 일궜던 라틴아메리카의 잉카 제국은 태양신을 받들어 모셨다. 고대 일본의 개국신화는 태양신의 자손이 내려와 나라를 세웠다는 내용이다. 서로 간에 인적 교류가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태양에 대한 인식에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었다.

한발 더 나아가 태양은 집단이 아닌 인간 개개인의 운명까지도 결정하는 근본 힘으로 받아들여졌다. 개인의 타고난 성정을 진단하고 미래의 운명까지 짚어보는 사주명리학은 기본적으로 지구가 받는 태양 에너지의 순환 원리를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에 접목시켜 만든 것이다.

현대 과학에선 태양과 운명의 관계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까? 최근 태양의 활동과 사람의 수명을 연관시켜 해석한, 야릇한 듯 대담한 연구논문이 나왔다. 노르웨이 과학자들이 태양 활동이 잠잠한 시기(극소기, Solar Minimum)에 태어난 사람들이 태양 활동이 최대치에 이르는 시기(극대기, Solar Maximum)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평균 5년 정도 수명이 더 길다는 보고서를 낸 것. 태양 활동을 사람의 생명과 연관시킨 점이 고대의 주술적 냄새를 풍겨 묘하고, 그 관련성을 정확히 숫자로 제시했다는 점이 대담하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연구진이 1676년부터 1878년 사이에 태어난 노르웨이 사람 8662명에 대한 교회의 기록과 태양 주기를 비교해 분석한 결과이다.

현대과학이 본 태양은 거대한 기체 덩어리이다. 주 성분은 수소와 헬륨이다.  이 원소들은 태양의 대기 안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면서 거대한 에너지를 우주 공간으로 쏟아낸다.  이는 지구상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근원적 힘이자, 지구의 다양한 날씨와 기후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데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태양 활동은 일정한 강약 주기를 갖고 있다. 주기마다 다소간의 기간 차이는 있지만, 과학자들은 이 주기를 평균 11년으로 보고 있다. 한 극소기에서 극대기를 거쳐 그 다음 극소기까지를 한 주기로 보는데, 보통 극소기가 8년, 극대기가 3년이다.

 지구에서 이 주기를 판단하는 기준은 태양 표면에 있는 흑점 수의 변화이다. 태양 활동이 활발할 땐 흑점 수가 늘어나고, 그렇지 않을 땐 흑점 수가 줄어든다. 흑점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태양의 자기장이 대기의 흐름에 영향을 줘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흑점의 특징은 주변보다 온도가 낮고 강한 자기장을 갖는다는 것이다.
 흑점이 늘어나는 극대기에는 강력한 지자기 폭풍과 불꽃이 발생한다. 이 폭풍은 지구의 전력과 통신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최근 영국 <왕립학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린 연구진의 분석 결과를 보면, 이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의 수명은 극소기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5.2년 평균 수명이 짧았다. 이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2살 이전 사망 비율이 높았다. 특히 남자보다 여자에게 이런 경향이 더 뚜렷했다. 표본 집단을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나눠 분석해보니 극대기에 태어난 빈곤층 여성의 경우엔 출산율도 훨씬 낮았다. 부유층 여성의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

12851823303_613be6ba23_z.jpg » 임신중에 얼마나 많은 자외선에 노출됐느냐는 아이의 건강과 유아기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www.flickr.com(Phil Rettke)

 

극대기에 늘어난 자외선이 엽산 파괴해 태아에 영향

 

원인이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외선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자외선은 세포와 DNA에 손상을 입혀 건강과 생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엽산(비타민 B의 일종인 수용성 비타민)이 자외선 탓에 감소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엽산은 DNA 합성과 조혈과정에 작용하는 물질로, 임신중에 엽산이 부족하면 질환에 걸리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임신중 햇빛에 과다 노출되면 자외선이 엽산을 파괴해 태아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태양 활동 극대기에는 이 자외선이 더욱 늘어나니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극대기에 태어난 저소득층 여성들의 출산율이 낮고 이들의 아이중 20세까지 살아남은 아이들의 숫자가 더 적은 것도, 상류층 여성에 비해 야외활동이 많아 햇빛에 더 많이 노출됐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추정한다.
 이번 연구는 또 영유아 시기의 자외선 노출 정도가 아이의 생장에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는 오늘날 현대 문명의 환경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와 오존층 파괴가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이 자외선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연구 결과 발표에 대해 냉소적인 학자들도 있다. 영국 캠브리지대 태양물리학자인 헬렌 메이슨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양 주기는 11년 안팎이어서 사람들은 태어날 때만이 아니고, 전생애에 걸쳐 주기적으로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 양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 자외선과 엑스선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지구에는 무수한 우주선(cosmic rays,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미립자와 그 방사선의 총칭)이 쏟아지고 있으며 태양 활동이 활발할 땐 더 강한 태양풍이 발생해 지구를 보호해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주 뉴캐슬대의 영양유전학자인 마크 루코크 교수는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생장 초기의 환경 요인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루코크 교수는 임신 후 첫 몇주 동안의 햇빛 노출이 엽산과 비타민D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위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노르웨이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다른 인종이나 다른 위도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현상이 발견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개인별 자료를 토대로 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2009년의 한 연구에서는 태양 활동과 수명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분석 대상은 위도가 낮은 유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또 이번 연구가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실내 생활 비중이 높아진 오늘날에도 태양 활동과 수명의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성립될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출생시의 태양 활동이 유아기의 사망률 및 여성의 출산율과 깊은 상관성을 갖는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연구진은 강조한다. 

Cycle22Cycle23Cycle24big.gif » 태양의 흑점 주기 그래프. 지금은 24번째 주기의 극대기를 지나고 있다. NASA.

 

 지금은 24번째 주기의 극대기를 통과하는 중

 

 그렇다면 현재 태양 활동 주기는 어느 지점에 와 있을까? 태양 활동 주기가 기록된 것은 18세기 중반부터인데, 현재는 24번째 주기에 있다. 이 주기는 2008년 1월 시작됐다. 2010년 초까지 극소기가 이어졌다.  이 주기에 따르면 현재 태양은 극대기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 다른 극대기에 비해 태양 활동이 매우 조용하다. 어떤 전문가들은 심지어 17세기 후반과 같은 국면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당시 태양은 소빙하기 또는 마운더 극소기(1650~1700년경 흑점이 현저히 적었던 기간)로 알려진, 50여년간의 극히 조용한 활동 기간을 보냈다.
 여러분이 태어난 해의 태양 활동은 어땠을까? 20세기 후반의 태양 주기를 보면, 태양 극대기는 1957, 1968, 1979, 1989, 2000, 2013년이었다. 태양 극소기는 1954, 1964, 1976, 1986, 1996, 2008년이었다.  극대기 전후에 태어나 오늘날까지 건강하게 삶을 유지해가는 사람들은 태아 시절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잘 보호해주신 부모님에게 또 다른 감사를 드려야 하겠다.  더불어 향후 2세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태양 흑점 주기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참고자료
 http://phys.org/news/2015-01-sun-lifespan-birth.html?utm_source=nwletter&utm_medium=email&utm_content=splt-item&utm_campaign=daily-nwletter
 http://rspb.royalsocietypublishing.org/content/282/1801/20142032(논문 원문)
 http://www.telegraph.co.uk/news/science/science-news/11328069/Secret-of-long-life-may-be-written-in-stars-scientists-find.html
 http://www.livescience.com/49345-uv-exposure-babies-lifespan.html
 http://solarscience.msfc.nasa.gov/predict.shtml
 2009년 유럽 연구 내용
 http://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522-009-9214-6#page-1
 Solar activity at birth predicted infant survival and women’s fertility in historical Norway,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rspb.royalsocietypublishing.or… .1098/rspb.2014.2032
 흑점 사이클 보기
 http://www.aurorahunter.com/aurora-prediction.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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