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무슨 색 드레스야? 색깔을 착각하는 이유 생명건강

Untitled-12-660x334.jpg » 가운데가 원래 드레스. 배경색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왼쪽과 오른쪽 색깔로 다르게 인식된다. wired.com

 

시인, 극작가, 소설가, 원조 과학자(proto-scientist), 철학자, 만능 지식인이었던 요한 볼프강 본 괴테는 과학과 예술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가 가지고 있었던 「색(色)의 생리학적 성격」에 관한 견해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그가 “색은 `물리적 실재`라기보다는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주장했던 탓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의 말에도 한 가지 귀기울일 만한 것은 있으니, “물체의 모습은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관찰자와 관찰물 간의 대화”라는 것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색깔과 음영의 인식은 상황에 강력히 의존한다`고 생각해 왔다. 예컨대 주변의 패턴이나 빛을 비추는 각도에 따라, 검은색을 흰색으로 착각하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조건들이 모두 동일하다면, 색깔 인식은 사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컨대 내 동료 편집자 중 한 명은 한때 초록색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확신했었다. 그것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 그늘, 조명(단 칠흑 같은 어둠 속은 제외)에서 초록색이었다. 그러나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것이 파란색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자동차 등록소의 관계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며, 공식적으로도 그 차는 파란색이었다.
지지난주에 인터넷에는 색깔, 특히 드레스의 색깔에 대한 의견들이 난무했다. 문제의 드레스는 결국 `청색과 흑색`으로 밝혀졌지만, 특정한 조명 하에서는 `백색과 금색`으로 보였다. 사람들은 드레스의 진짜 색깔이 뭔지를 놓고 두 패로 갈렸다. 다양한 유명인사들이 자신의 의견을 트위터에 올리면서(https://twitter.com/hashtag/thedress), 인터넷은 때아닌 색깔논쟁으로 불을 뿜었다. 네이처의 편집진(파란색 승용차의 주인 포함)도 거의 5:5로 나뉘어 팽팽히 대립했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의하면, 사람들이 색깔을 착각한 이유는 `사진이 찍힌 배경(빛)의 색깔` 때문이라고 한다. 전반적인 배경을 너무 푸르게 인식한 사람들의 뇌는 과도한 보상작용으로 인해 드레스를 `백색과 금색`으로 봤고, 배경을 덜 푸르게 인식한 사람들의 뇌는 드래스를 `청색과 흑색`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Unknown-660x748.png » wired.com

 

『Wired』라는 잡지에서는 이 색깔논쟁을 자세하게 다뤘다(http://www.wired.com/2015/02/science-one-agrees-color-dress).
[빛이 눈으로 들어갈 때, 상이한 색깔에 상이한 파장이 대응된다. 빛이 눈의 뒤쪽에 위치한 망막에 부딪치면, 색소체가 뉴런을 흥분시켜 대뇌피질로 신호를 보내고, 대뇌피질은 이 신호를 이미지로 전환시킨다. 그런데 이 빛에는 세상을 비추는 배경빛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뇌가 자동으로 배경색을 인식하여 이미지에서 제거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동차감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잘 작동하지만, 약간의 범위가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햇빛 속에서 사물을 보도록 진화했는데, 햇빛의 색깔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즉 새벽에는 핑크빛 적색, 낮에는 청-백색, 저녁에는 다시 적색으로 바뀐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배경색을 인식하는 패턴이 다르다. 따라서 배경을 청색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드레스에서 청색빛을 차감하여 `백색과 금색`으로 보고, 배경을 금색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쳥색과 흑색`으로 보게 된다.]
 
『Wired』 편집진이 `경악`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이 문제를 다룬 것은, (평소에는 조용하던) 네이처가 잠시 소란을 떨었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http://www.nature.com/…/the-mathematics-behind-internet-vir…). 하지만 네이처의 소동은 “이유를 알기 전에는 원고를 더 이상 읽을 수 없다”는 신중론으로 돌아서며 서서히 진정되었다.
착시에 대한 설명을 듣자마자,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은 `백색과 금색`이 아니라 `흑색과 청색`이라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기도 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색깔 인식이 사람과 조명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런 인식 패턴은 다양한 증상(예: 색맹)을 초래하는 유전적 조건과는 구별된다.
죽은 괴테의 유령이 이번 「드레스 게이트」 사건를 봤다면, 당시의 과학자들이 자신을 향해 던진 모욕적 언사를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괴테는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과학자들은 과학이 시(詩)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시와 과학이 좀 더 높은 수준에서 만나 친구가 될 것이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5227&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3-10 
원문
http://www.nature.com/news/hues-and-cry-1.17030

http://www.wired.com/2015/02/science-one-agrees-color-dress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