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쇠락하는 자연...40년새 척추동물 60% 감소 지구환경

WW3.jpg »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의 표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처럼

 

"나무와 소년은 처음엔 친구 사이였다. 그러다 소년이 커가면서 돈이 필요해졌다.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팔아 돈을 마련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어른이 돼 이번엔 집이 필요하게 됐다. 나무는 자신의 가지로 집을 짓도록 했다. 남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멀리 떠나고 싶어했다. 나무는 자신의 줄기로 배를 만들도록 했다. 노인이 된 남자가 돌아온 뒤 쉴 곳이 마땅치 않았다. 나무는 그루터기만 남은 자신에게 기대 편히 쉬도록 했다."
동화작가 셸 실버스타인의 대표작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소년에게 평생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는 사과나무의 무조건적인 사랑 이야기로 잔잔하면서고 울림이 큰 감동을 전해준다. 일생에 걸친 나무와 소년의 이야기는 인류 문명 이래 전개돼 온 자연과 인간 관계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W1.jpg » 농작물의 주요 수분매개동물인 빨간꼬리 호박벌(Bombus lapidarie). 보고서에서 인용

 

자연이 한 해 인간에게 주는 가치 `14경2000조원'

 

동화 속의 주인공 소년처럼 인간 역시 주는 것 없이 자연을 끌어다 쓰기만 해왔다. 게다가 소득이 증가하고 인구가 늘면서 그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연자원에 대한 인류의 수요량을 나타내는 생태발자국은 지난 50년간 190%나 증가했다.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 윤세웅 사무총장은 "2018년 기준 전 세계 인구가 한국인처럼 소비한다면, 세계는 지구 3.5개가 필요하며, 한국에서 지금의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8.5개의 한국이 필요할 정도로 자연자원에 대한 과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오늘날 자연이 인간의 지속적인 생활 유지를 위해 주는 베풀어주는 자원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무려 연간 125조달러(약 14경20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세계자연기금은 추정한다. 하지만 그 뒤에서 자연의 생명력은 빠른 속도로 쇠락해가고 있다.

ww7.jpg » 멸종 위기에 처한 눈표범(Panthera uncia). 인도 자무, 카슈미르주 동부 라다크에 있는 국립공원에서 촬영했다. 보고서에서 인용

 

열대지역 생물종 개체 수 감소 가장 커

 

세계자연기금이 30일 그 실태를 종합한 `지구생명보고서 2018'(Living Planet Report 2018)를 발표했다. 2년만에 발간한 이번 보고서는 2014년까지 취합된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기금이 이날 발표한 `지구생명지수'(LPI, Living Planet Index)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난 40년간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 전 세계 척추동물의 개체 수가 60%나 감소했다. 지구생명지수는 이 단체가 1998년부터 발표해 오고 있는 생물다양성 지표다. 보고서는 "1970년터 2014년까지 관측된 생물종 4005종의 개체군 1만6704개를 분석한 결과 평균 60%의 개체군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생물종 개체 수의 감소는 열대 지방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중남미와 카리브지역을 포함하는 신열대 지역에선 1970년에 비해 개체 수가 89%나 줄었다.  또 아마존 열대우림의 20%가 불과 50년만에 사라졌다. 전세계 어류의 가장 큰 서식지인 산호초는 30년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WW2.jpg » 감소하는 지구생명지수. 보고서에서 인용

1500년 이후 생물종 75% 감소...개발과 농업이 원인

 

보고서에 담긴 또다른 연구 결과도 충격적이다.  위기에 처했거나 준위협 단계에 이른 8500개 이상의 생물종을 추적한 결과 1500년부터 식물, 양서류, 파 충류, 조류, 포유류 포함한 생물종의 75%가 멸종했다. 올해 3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IUCN 레드 리스트(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Red List)에 담긴 내용이다.

지구 생물다양성 손실의 가장 큰 원인은 과잉 개발과 농업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인류의 소비 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의 `토지 황폐화 및 복원에 대한 평가'(LDRA)의 내용을 보면, 인류의 영향을 받지 않은 토지는 전 세계 토지 면적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져 2050년이 되면 전체 토지면적의 10분1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특히 습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아, 전체 습지 면적의 87%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WW6.jpg » 토양 생물 다양성의 잠재적인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지도. 녹색은 위험도가 낮은 지역, 주황색은 위험도가 높은 지역이다. 보고서에서 인용

 

농작물 75% 책임지는 수분매개동물도 위험

 "2020년은 생물다양성 보존에 중요한 한 해"

 

이번 보고서에선 특히 전세계 농작물의 75%를 책임지는 곤충 등 수분매개동물에 대한 별도의 장이 포함돼 있다. 수분매개동물의 조력으로 결실을 맺는 작물은 가치로 따져 연간 2350~577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나 "농경 확대와 도시 확장으로 수분매개동물이 멸종하고 있다"며 농경지의 서식지 다양성을 개선하고 토지 관리 계획에서 비농업 서식지를 포함시키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세계자연기금은 생물다양성협약(CBD)의 2020년 목표 20개의 대부분이 달성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해가 생물다양성 보전에서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르코 람베르티니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다가오는 2020년에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F), 파리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그동안의 진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0년은 우선 새로운 생물다양성 협약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기로 예정된 해다. 보고서는 "11월 이집트에서 개최될 제14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4)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미래 비전과 로드맵을 마련해, 2030년부터는 생물다양성을 회복해나가는 추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은 또 `지구기온 상승 2도 억제'를 목표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근거한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이 발효되는 해이기도 하다. 2030년까지를 목표 시점으로 한 17가지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한 중간점검도 이뤄진다. 지구생명보고서 연구협력기관인 런던동물학회 켄 노리스(Ken Norris)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통계 수치는 암담하지만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며 "자연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출처

보고서 보도자료

https://www.worldwildlife.org/pages/living-planet-report-2018

지구생명지수

http://livingplanetindex.org/home/index

보도

https://edition.cnn.com/2018/10/29/health/wwf-wildlife-population-report-intl/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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