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류는 왜 불평등사회로 진화해갔을까 사회경제

sn-inequalityH.jpg » 미 남서부 아나사지문화 유적지. 빗물을 모아 저장하는 구조물로 추정된다. 인류는 이 구조물처럼 집단협력을 통해 더 큰 성과를 얻기 위해 평등사회에서 지도자와 추종자간의 불평등사회로 진화해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National Park Service. sciencemag.com에서 재인용.  

 

사회진화 과정의 오랜 미스터리

 

 당신은 평등주의(egalitarianism)와 전체주의(totalitarianism) 중에서 어느 것을 선호하는가? 관념적으로는 대뜸 평등주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막상 실제로 닥치게 되면 선택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새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오랜 옛날 수렵채집인들은 - 설사 자신이 유복한 쪽으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 계층사회(hierarchical societies)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인간사회가 원시 평등집단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만연한) 계층사회로 이행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층구조가 입지를 굳혀 번성하게 된 과정”은 사회진화 과정의 큰 미스터리 중 하나지만(http://www.sciencemag.org/content/344/6186/822), 대부분 추측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평등사회에서 계층사회로의 이행은 비교먼 먼 과거에 이루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로잔 대의 사이먼 파워스 교수(진화인류학)에 의하면,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보통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해 왔다고 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개인들이 하향식으로 계층구조를 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추종자들은 거의 선택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추종자들에게도 선택권이 주어졌으며, 그들은 진화하는 사회질서를 선선히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진화 과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고고학적 증거는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평등사회를 다룬 현대이론들이 시원시원한 답변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하나의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을 기록한 문헌은 전혀 없다.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고작해야 `before`와 `after`라는 두 장의 사진뿐이며, 둘 사이의 변천과정은 블랙박스로 남아 있다”고 UCLA의 크리스토퍼 뵘 교수(진화인류학)는 말한다.
 파워스 교수는 동료 로랑 레만 교수와 함께, 컴퓨터 모델을 이용하여 계층사회의 기원을 분석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그들이 설계한 컴퓨터 모델은 소규모 집단의 구성원들 간에서 나타나는 사회동학(social dynamics), 예컨대 `개개인이 권한에 대해 보이는 관용`과 `기존의 집단을 탈퇴하거나 다른 집단에 충성할 경우에 받는 불이익` 등을 다루는 모델이었다. 자녀들은 부모의 가치관을 물려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세대가 바뀜에 따라 점진적 변화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한편 이 모델은 진화하는 사회구조가 집단의 전반적인 규모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도 추적했다.

계층사회가 평등사회보다 더 많은 자원 생산

 

 여러 세대 동안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계층사회(지도자와 추종자로 이뤄진 집단)는 평등사회(평등을 지향하는 구성원만으로 이뤄진 집단)보다 더 많은 자원을 생산하고 축적하며, 이에 따라 계층사회의 생활수준은 급격히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궁극적으로 계층사회는 평등사회의 두 배 크기로 성장했다. 심지어 지도자들이 잉여가치의 상당 부분을 독점하더라도, 계층사회의 추종자들에게는 평등사회의 구성원들보다 더 많은 몫이 돌아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파워스와 레만은 이 연구결과를 영국의 왕립학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8월5일호에 기고했다.
 “우리의 모델이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초기 농경사회를 생각해 보면 된다. 초기 농경사회에서는 작물의 파종과 수확, 관개시설 구축 등을 위한 집단노동이 필요했기 때문에, 광범위한 협동이 요구되었다. 계층사회의 경우 지도자가 있어서 그 같은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추종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평등사회의 경우 컨트롤 타워가 없는 관계로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계층사회의 경우, 추종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율권의 일부를 지도자들에게 이양하고, 그 대가로 사회적 부의 증가(society-wide increase in resources)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파워스 교수는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오랫동안 구전으로만 떠돌던 관념을 집대성한 다음, 매우 우아한 수학적 틀을 이용하여 검증했다는 데 있다”고 에모리대의 폴 후퍼 교수(진화인류학)는 말했다.
 “그러나 연구진의 모델이 좀 더 현실성을 띠려면, 보다 많은 요인들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계층사회의 경우 집단의 지도자가 되면 `떡고물`이 많이 떨어지므로, 지도층 내에는 강한 경쟁과 알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지도층의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비용과 비효율성을 감안하지 않았다. 또한 평등사회의 경우, 구성원들이 단결하여 반엘리트적 연대(antielite coalition)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연구진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호주 국립대학에서 사회적 행위의 진화를 연구하는 킴 스테렌리 교수는 논평했다.
 “단, 연구진이 `집단에 불만을 품은 구성원들의 퇴장권(망명권)`을 고려한 것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탈퇴 비용이 적을 경우, 집단의 지도자들은 함부로 탐욕을 부릴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폭군이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집단에서 탈퇴하거나 소속 집단을 옮기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구성원들은 기존의 집단 안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구성원들은 최악의 상황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스테렌리 교수는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9344&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8-11    
※ 원문정보: Simon T. Powers and Laurent Lehmann, “An evolutionary model explaining the Neolithic transition from egalitarianism to leadership and despotism”, Proc. R. Soc. B 22 September 2014 vol. 281 no. 1791 , Published 6 August 2014 doi: 10.1098/rspb.2014.1349
 
원문
http://news.sciencemag.org/evolution/2014/08/benefits-inequ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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