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동계올림픽 위협하는 지구온난화 지구환경

report.jpg » 눈 녹은 스키장. "직업 운동가로서 우리는 기후변화를 맨먼저 목격하고 있다. 지난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겨울은 의심할 여지 없이 트러블에 빠져 있다." 2013년 4월 겨울스포츠 챔피언 75명은 이런 내용이 담긴 공개서한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보내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사진은 워털루대가 공개한 보고서 '온난화 지구에서의 동계올림픽의 미래'(The future of the winter olympics in a warmer world)에서 인용.

 

지구 온난화로 동계올림픽 개최 날씨 조건 충족 어려워져

2080년엔 역대 개최지 19곳 중 6곳만이 재개최 요건 충족

 

 동계올림픽이 시작된 지 올해로 꼭 90년이 됐다. 그 사이 대회 규모는 10배 이상 커지고 개최지도 유럽 편중을 벗어나 다양해졌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제1회 대회 당시는 16개 종목에 16개국 250여명이 참가한 작은 규모였다. 현재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고 있는 제22회 대회는 98개 종목에 88개국 28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자웅을 겨루고 있다. 대회 개최를 위해선 눈과 얼음 등 까다로운 자연조건이 제대로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제빙, 제설 기술 등의 발전에 힘입어 이전보다는 좀더 따뜻한 지역에서도 동계 제전을 개최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은 역사상 가장 따뜻한 기온에서 치러지고 있다. 흑해 연안에 자리잡고 있는 러시아의 휴양도시 소치의 2월 평균기온은 8.3도, 대회기간 평균기온은 6도 정도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소치에서는 눈이 아닌 비가 연일 내렸다.

 하지만 급속한 지구 온난화는 겨울철 지구촌 축제로 정착한 동계올림픽의 미래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가 동계올림픽의 미래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세계 과학계의 지구 온난화 시나리오가 들어맞을 경우, 21세기 말에는 소치를 포함해 지금까지 겨울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 19곳(3곳은 2회 개최) 가운데 6곳만이 올림픽을 열 수 있는 날씨 조건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구온난화 속도가 더디 진행되더라도 40년 후 19곳 중 8곳은 동계올림픽 개최에 부적합한 기후로 바뀔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전망은 캐나다 워털루대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메니지먼트센터의 공동연구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세계기상기구와 몇몇 주요 지역의 과거 기상자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5차 보고서에서 제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winter-olympics-global-warming.jpg »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 가운데 어떤 곳들이 미래에도 개최에 무리가 없는 기후조건을 유지할 수 있을까. 녹색은 적합, 빨간색은 부적합, 주황색은 위험을 뜻한다. 워털루대 연구보고서에서 인용.

 

밴쿠버, 소치는 2050년엔 개최할 만한 날씨 못돼

 

 보고서에 수록된 인포그래픽을 살펴보면 역대 개최지 중 스쿼밸리(미국 캘리포니아, 1960년 대회 개최지),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독일 바이에른, 1936년 대회 개최지), 밴쿠버(캐나다, 2010년 대회 개최지), 소치(러시아, 2014년 대회 개최지)는 21세기 중반이 되면 더 이상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기후를 유지하지 못한다. 소치는 지금부터 탄소 배출이 최대한 억제되더라도 2050년에는 대회 개최가 불가능한 기후가 된다. 소치가 만약 이번 대회를 유치하지 못했다면 영영 대회를 개최할 기회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탄소배출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기존 개최지 19곳 중 이번 세기 말까지도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 정도의 기후 조건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알베르빌(프랑스), 캘거리(캐나다), 코르티나담페츠(이탈리아), 장크트모리츠(스위스), 솔트레이크시티(미국), 삿포로(일본) 6곳으로 예상됐다.

 연구진이 개최지 적합성을 판단하는 데 활용한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두 가지다. 하나는 2월 낮 평균 최고기온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적설량이다. 두 지표의 충족률이 90%(10년중 9년)가 넘으면 기후적으로 적합한 것으로 분류했다. 하나 또는 두 개의 지표 충족률이 75%보다 낮다면 부적합지역, 충족률이 75~89%이면 위험지역으로 분류했다.

향후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날씨 위험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은 과거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2월 평균 최고기온이 점차 상승해온 점을 보면 명확하다. 1920~50년대 대회 개최지는 영상 0.4도였으나 1960~90년대 개최지는 3.1도로 올랐다. 21세기에 열린 대회의 개최지는 7.8도나 됐다. 물론 여기엔 좀더 따뜻한 곳에서도 대회를 치르고 싶어하는 IOC의 바람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공동연구진의 일원인 인스부르크 매니지먼트센터의 로버트 스타이거 박사는 “순전히 자연적인 얼음과 눈에만 의존해서 대회를 치르는 것은 동계올림픽 첫 수십년 동안은 가능했지만, 오늘날 그렇게 해서는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날씨 위험관리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올림픽개최지 19곳의 2월 평균기온 상승폭(1981~2010년 평균기온 대비)이 21세기 중반까지 1.9~2.1도, 21세기 후반에는 2.7~4.4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IPCC의 5차 보고서 시나리오에 근거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발표된 IPCC 5차 보고서를 보면, 1880~2012년 사이에 지구평균기온은 0.85도 상승했다. 또 20세기 중반 이후 북반구에서 눈으로 덮인 지역과 빙하지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5차 보고서는 “기후 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영향력은 명확하다.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에 따라 발생할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은 21세기말에 0.3~4.8도(1986~2005년 평균기온 대비)에 이를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1850~1900년 평균기온 대비)로 묶어두려는 목표는 넘어설 것같다”고 결론지었다.

 

d.jpg »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역 분포도. 위키피디어

 

100년 후에는 동계올림픽 자체가 큰 고비 맞을 수도

 

 과거 동계올림픽 개최지들이 경기를 마친 뒤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들을 살펴봐도, 날씨는 올림픽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성공적인 올림픽에선 좋은 날씨 덕을 본 경우가 많았으며, 나쁜 날씨는 올림픽조직위원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날씨는 대회 준비 능력에 직접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야외에서 진행되는 개막식과 폐막식, 야외 경기의 공정성, 편안한 관람, 교통 수송, 텔레비전 중계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IOC와 올림픽 개최국, 국제경기단체들은 기상 악조건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짜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고심해 왔다. 연구진은 수십년에 걸쳐 발전돼온 기술적 발전, 예컨대 제설 및 제빙 기술이나 고밀도의 날씨 예측 기술은 이제 성공적인 동계올림픽 무대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연구진을 이끈 대니얼 스코트 교수는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날씨 위험관리전략이 대처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04959517_P_0.jpg »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의 경쟁자로 등장한 러시아의 피겨스케이팅 신예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피겨스케이팅은 1960년 스쿼밸리대회(미국)부터 실내경기로 바뀌었다. 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부터 겨울스포츠를 지키기 위한 국제비영리단체인 POW(Protect Our Winters)의 크리스 스타인캠프 사무총장은 <워털루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로 인해 올림픽에 다가오는 도전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높은 탄소배출 시나리오 아래서 과거 올림픽 개최지들이 얼마나 큰 영항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효과가 있으며, 그래서 이런 연구 결과들이 IOC와 세계 지도자들에게 탄소 감소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일깨우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앞으로 동계 올림픽 개최에 관심있는 도시와 지역들은 가능한 한 빨리 개최 신청을 해 놓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동계올림픽 200주년이 되는 22세기 초반이 되면 동계올림픽 자체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8년 23회 대회 개최지 평창의 기후조건은 어떨까. 올림픽 주무대인 대관령의 2월 평균기온은 영하 3.9도로 소치에 비하면 아직은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대관령기상대가 1972년부터 2011년까지 평창올림픽 기간(2월9~25일) 중 대관령 지역의 평균, 최고, 최저 기온 등을 분석한 결과 모든 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기온은 영하 6도에서 영하 3.9도로, 최저기온은 1980년대 영하 11도에서 2000년대 영하 9.4도로, 최고기온은 영하 1.1도에서 영상 1.3도로 높아졌다. 반면 적설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2000년대 평균 적설량은 26.9㎝로 1970년대 52.2㎝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평창 역시 어쩌면 마지막 기차를 탄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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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https://uwaterloo.ca/news/news/climate-change-threatens-winter-olympics

보고서 원본보기

https://uwaterloo.ca/news/sites/ca.news/files/uploads/files/oly_winter_games_warmer_world_201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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