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북미의 고대인류는 지체없이 남미까지 갔다 생명건강

q2.jpg » 9000년전 안데스산맥에 살았던 고대인류의 DNA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남미 정착 경로를 추정할 수 있게 됐다. 네이처에서 재인용.

 

마지막 빙하기에 시베리아 횡단

1만7천년전 베링해협 건넌 뒤

북미 거쳐 신속하게 남미까지

 

인류가 처음으로 남아메리카에 정착한 경로가 밝혀졌다. 페루 안데스산맥 고지대에 살았던 고대인 5명의 뼈에서 채취된 DNA를 검사한 결과, 인류는 마지막 빙하기에 시베리아를 횡단해 서반구로 들어선 후, 북미를 거쳐 신속하게 남아메리카에 정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고대 안데스인들이 4000미터 이상 고지대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한 과정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1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고고학회(AAA) 연례회의에서, 연구자들은 - 고고학 사상 최대 난제 중 하나인 - 선사시대 인류의 마지막 대륙간 이동경로를 밝히는 증거를 제시했다.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정착지인 칠레의 몬테베르데 유적지가 1만460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인류는 그보다 1~2천 년 전 베링육교를 건넌 후 - 아마도 태평양 해안을 따라 - 재빨리 남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골격 증거를 내세우며 2차 이주를 주장해 왔다. 즉, “5000여년 전 남미인들의 두개골은 길고 좁은데, 이보다 최근의 남미 거주자들 및 현존하는 원주민들의 두개골은 좀 더 둥근 형태여서, 두 그룹을 연속된 집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참고 1).
 1950년대와 1960년대에 페루의 고고학자인 아우구스토 카르딕은 안데스 산악지대인 라우리코차(Lauricocha)의 동굴에서 독특한 인류 유골을 발견했다. 탄소연대측정 결과 그 지역의 역사는 9000년으로 밝혀졌고, 초기 고지대 유적지의 고전적 사례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라우리코차의 역사가 약 5000년으로 조정되면서, 남아메리카의 초기 선사시대 유적지로서의 관심은 시들해졌다. 라우리코차 유적지가 처음 발견된 지 반세기가 지난 후에, UC산타크루즈의 라스 페렌-슈미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라우리코차에서 발굴된 인간의 유골 5점(페루 리마의 국립고고학·인류학·역사박물관 소장)을 재분석했다. 연구진은 유골의 연대와 두개골의 특징을 다시 측정하고 DNA도 추출했다.
 이번 연례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는 라우리코차의 복잡한 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유골은 각각 여성과 두 살짜리 어린이의 것으로, 약 9000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세 번째 유골은 남성의 것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유골보다) 2500년 후 사망했으며, 네 번째 유골 역시 남성의 것으로 (세 번째 유골보다) 2300년 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유골은 상태가 나빠 연대측정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5점의 유골 중에서 유독 여성의 유골만 길고 좁은 형태(dolichocephaly)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024-Lauricocha-hoehleneingang.jpg » 고대인의 유골이 발견되 라우리코차 동굴 입구. http://www.am-sur.com/am-sur/peru/gs/Campos/03_erste-bevoelkerungen-ESP.html

 

라우리코차 거주민들이 한 번 이상 이주한 조상의 후손인지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진은 그들의 미토콘드리아 DNA(mtDNA)를 분석해 봤다. 그랬더니 다섯 명 모두 북남미의 고대 및 현대 원주민들과 동일한 모계혈통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들의 Y 염색체를 살펴보니, 1만7000년 전 베링해협 주변에 살았던 인류의 후손인 것으로 밝혀졌다. (「1만7000년 전 베링해협」은, 인류가 최초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시기 및 경로로 인정받고 있다.) 이상의 모든 분석결과를 종합해 보면, 라우리코차에 살았던 사람들은 모두 아메리카 대륙으로 처음 건너온 사람들의 직계후손이며, `인류는 베링해협을 건너 북미를 거쳐 남미로 단번에 이주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이번 연구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한 장소에서 발견된 유골 몇 점을 갖고서 그렇게 포괄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발굴한 몬테베르데와 연구진이 분석한 라우리코사 유골 사이에는 5000년의 갭이 있다. 이것은 인류가 두 번 이상 남미 대륙에 이주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물론 인류는 단번에 남미로 이주했을 수도 있지만, 연구진은 그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밴더빌트 대학교의 톰 딜헤이 교수(고고학)는 말했다.
 남미의 다른 지역(예: 아마존강 유역)에서 발견된 고대인의 DNA를 분석한 결과들은 제2의 이주를 암시하는데, 연구진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이제 연구진은 라우리코차와 기타 남미 유적지에서 발견된 유전체들을 완전히 분석하여 아메리카 대륙의 과거를 완벽하게 복원할 예정이다.

 

migrations_of_homo_sapiens_map.jpg »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 경로. http://worldhistoryforusall.sdsu.edu/eras/era2.php


 텍사스대학 오스틴 캠퍼스의 데보라 볼닉 교수(생물인류학)도 단일 이주설(single migration)을 인정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인류가 몇 번을 남쪽으로 이주했든, 대규모 이동 뒤에는 후속이동이 뒤따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고대 남미인들의 전유전체를 분석해 보면, 선사시대 남미대륙의 그림을 좀 더 다채롭게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고대인의 DNA를 연구한 과학자들에 의하면, 약 4500년 전 오늘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서유럽 쪽으로 대규모 인구이동이 있었다고 한다(참고 2). 또한 볼닉에 의하면, 그와 비슷한 대격변의 흔적이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관찰된다고 한다. 예컨대 2014년 페렌-슈미츠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약 1400년 전 - 아마도 저지대에서 일어난 가뭄 때문에 - 많은 남미인들이 안데스 중부로 이동했다고 한다(참고 3).
 한편 고대 남미인의 유전체를 분석해 보면, 인류가 신세계에 적응한 방식을 알아낼 수 있다. 페린 슈미츠가 이끄는 연구진은 별도의 연구에서, 고산병에 저항하는 유전자변이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즉, 지금으로부터 약 8,500~600년 사이에 안데스 원주민들 사이에서 이 같은 돌연변이가 현저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고대 아메리카인들의 유전체를 분석해 보면 인류가 식단 변화(초기 아메리카인들은 옥수수, 감자, 기타 작물을 재배했다)와 질병(유럽에서 건너온 질병, 예컨대 천연두)에 적응한 방식도 알아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남아메리카의 선사시대에 관한 연구는 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6070&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5-04 
 ※ 참고문헌
 1. Walter, A., Neves, W. A. & Hubbe, M. Proc. Natl Acad. Sci. USA 102, 18309?18314 (2005)
 2. Callaway, E. Nature 518, 284?285 (2015).
 3. Fehren-Schmitz, L.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11, 9443?9448 (2014).
원문
 http://www.nature.com/news/bone-dna-reveals-humanity-s-trek-into-south-america-1.17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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