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성층권 풍선 여행은 우주여행의 대안이 될까 우주항공

sp1.jpg » 일출 시간에 맞춰 성층권에 도착한다.

지구가 둥글다는 걸 처음 확인하게 해준 성층권 기구

높은 하늘로 올라가 지구가 둥글다는 걸 처음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 건 우주선이 아니었다. 1931년 스위스 물리학자이자 탐험가 오귀스트 피카르가 직접 개발해 타고 올라간 성층권 풍선(기구)과 가압캡슐이 주인공이었다. 당시 그가 지구의 곡면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의 고도는 15.8㎞였다. 이후 지금까지 성층권을 다녀온 사람은 20여명이다. 주요국들이 우주개발에 집중하면서 성층권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이다. 고도 100km의 우주 경계선을 다녀오는 대신 고도 30㎞의 성층권을 다녀오는 여행이 추진되고 있다. 무중력 체험은 할 수 없지만, 대기와 기압이 지상의 1%인 낯선 곳에서 둥근 지구를 직접 확인하고 우주와 지구를 한눈에 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이다. 
스페이스 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라는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비행선 `스페이스십 넵튠'(Spaceship Neptune)으로 성층권 여행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내년 초 시험비행을 한 뒤 2025년부터 사업을 시작한다는 포부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그 발상이 눈길을 끈다.
sp2.jpg » 성층권 풍선의 높이는 200미터다.

승객 8명 탑승해 시속 20km 속도로 상승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우선 기구와 객실, 연결선을 합쳐 높이가 200m에 이르는 성층권 비행선에 조종사 1명과 승객 8명을 태운다. 조종 책임은 지상 관제소가 맡는다. 선내에는 좌석과 함께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바, 화장실이 있다. 승객들이 여행을 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지상의 지인들과 자신의 경험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무선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승객 생명유지 시스템과 압력 조절 장치, 만약을 대비한 예비 낙하산도 준비돼 있다. 일정액을 지불하면 과학 장비 탑재도 허용한다. 무중력 실험은 할 수 없지만 대기과학이나 태양물리학, 우주생물학 및 적외선과 관련한 실험 등은 가능하다.
출발지는 미국 우주왕복선 착륙장으로 쓰였던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내의 활주로를 생각하고 있다. 이륙한 뒤엔 바람을 타고 겨울엔 동쪽 대서양 방향으로, 여름엔 서쪽 멕시코만 방향으로 날아간다.
상승 속도는 시속 12마일(약 19km)이다. 목표 고도인 30km 상공에 도달하기까지는 2시간이 걸린다. 고도 상승에 사용하는 가스는 헬륨 대신 수소를 택했다. 회사 쪽은 헬륨은 로켓 발사와 의료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바람에 구하기가 어려운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sp3.jpg » 성층권 풍선 여행 과정.

출발서 귀환까지 6시간...성층권서 일출 감상

출발은 새벽에 한다. 별 구경을 하며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서다. 여객기 고도의 3배인 목표 고도에 이를 때가 되면 서서히 해가 뜨기 시작한다. 승객들은 커다란 창을 통해 암흑의 우주와 둥글고 푸른 지구,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해가 뜨는 장면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다. 이곳에서 약 2시간 머문 뒤,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는 데 2시간이 걸린다. 출발에서 돌아오기까지 총 6시간이 걸리는 여행이다. 풍선에서 바람을 빼며 낙하해 바다에 안착한 뒤 대기선박으로 귀환한다. 
성층권 비행선 여행의 장점은 로켓처럼 고도 급상승에 따른 위험과 고통이 훨씬 덜하다는 것이다. 우주비행사들처럼 특별한 체력을 갖추거나 훈련을 받지 않아도 된다. 여행 요금은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이 추진하는 고도 100km 준궤도 여행 요금의 절반 수준인 12만5천달러(1억5천만원)이다.
sp88.jpg » 테이버 맥칼럼(왼쪽)과 제인 포인터 부부. 스페이스퍼스펙티브 웹사이트

인공 생태계 실험서 만나 결혼한 부부의 도전

이 회사 공동설립자인 테이버 맥칼럼(Taber MacCallum)과 제인 포인터(Jane Poynter)는 부부다. 두 사람은 이미 7년 전 월드뷰 엔터프라이즈(World View Enterprises)를 설립해 최고경영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로 비슷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월드뷰의 보이저(Voyager) 비행선은 요금은 7만5천달러였다. 보이저는 비행선 모양은 스페이스십 넵튠과 달랐다. 착륙도 낙하산을 타고 지상에 내리는 방식이었다. 
맥칼럼은 당시 `스페이스뉴스' 인터뷰에서 고고도 풍선을 타고 감마선 천문학을 연구했던 아버지를 보고 자라온 경험이 자신에게 성층권 풍선 여행 디엔에이를 심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을 비롯해 몇몇 업체들이 우주여행 개척에 뛰어드는 걸 보고 이 분야가 유망하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한다. 월드뷰는 그러나 사업이 여의치 않자 2016년부터는 관광 대신 데이터 전송, 과학 실험을 위한 준위성 플랫폼으로 방향을 바꿔 스트라토라이트(Stratollites)라는 이름으로 성층권 비행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7년 케이에프시의 치킨 샌드위치를 성층권에 올려보내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두 사람은  보잉 자회사 사장 출신의 경영자를 영입한 뒤 회사를  떠나 새 사업 구상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성층권 여행이 유망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다시 도전에 나섰다. 2010년대 후반 이후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리처드 브랜슨 등 억만장자 기업인들의 경쟁으로 우주여행이 가까운 미래로 다가오자 성층권 관광 사업의 여건이 이전보다 한결 좋아졌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Biosphere_2_Habitat_&_Lung_2009-05-10.jpg » 바이오스피어2 구조물. 위키미디어 코먼스
두 사람의 성층권 여행 아이디어는 1990년대 초 애리조나 루손 사막지대에서 벌였던 인공 생태계 프로젝트 `바이오스피어2'에 뿌리를 둔다. 거대한 유리돔 구조물에 8명이 2년간 거주하면서 지구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우주 기지 가능성을 실험했다. 두 사람은 함께 대원으로 참가해 바이오스피어2의 공기, 식량, 물 자급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그 인연으로 결혼에 골인한 뒤 그때의 경험을 살려 1993년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생명 유지 시스템을 연구 개발하는 파라곤 스페이스 디벨로프먼트(Paragon Space Development Corp)를 창업했다. 두 사람은 2014년 구글 부사장 앨런 유스터스(Alan Eustace)의 스카이다이빙 신기록 작성을 도운 스트라텍스(StratEx)팀에도 참여했다. 당시 유스터스 부사장은 뉴멕시코주에서 헬륨기구를 타고 고도 41km까지 올라가 스카이다이빙을 시도했다. 유스터스는 현재 스페이스 퍼스펙티브의 이사이기도 하다.
sp5.jpg » 선실 안에서 지상의 지인들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가치관 변화 초래하는 `조망 효과' 확산 꿈꿔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는 성층권 여행이 확정되면 케네디우주센터 말고도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세실공항, 이어 알래스카, 하와이를 포함해 해외에서도 출발한다는 계획이다. 맥칼럼은 성층권 여행의 가장 큰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이가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조망효과란 저 멀리 암흑의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많은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돌아온 뒤 생명관, 윤리관 등 가치관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조망효과의 가장 큰 덕목은 지구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1969년 달에 갔다온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 마이클 콜린스는 조망효과와 관련한 명언을 남겼다. "우주에서 지구는 작고 빛나고 아름다웠으며, 나의 집이지만 연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망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비행선의 시야가 최대한 트여야 한다. 영국 디자인업체 ‘프리스트만 구드’(Priestman Goode)는 여기에 맞춰 비행선을 설계했다고 한다.
맥칼럼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동안 어려운 일이 많았으며 일부는 성과가 있었고 일부는 그렇지 않았지만 일부는 아주 환상적이었다"며 "성공 확률이 낮을지도 모르지만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의뢰한 시장 예측 연구에 따르면 성층권 풍선 여행의 잠재 고객은 200만명, 시장 규모는 4조달러로 추정된다. 성층권 여행은 우주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조망효과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면기사(2020.7.6.)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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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층권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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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압형 캡슐 연구논문
오귀스트 피카르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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