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대 종교의 분기점 '1일 에너지획득량 2만칼로리' 사회경제

sn-religionH.jpg » 부의 증가가 자기수양과 금욕을 강조하는 도덕적 종교의 탄생을 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sciencemag.org

 

'축의 시대'에 등장한 도덕적 종교들 왜?

 

오늘날의 세계 주요 종교와 사상이 일제히 등장한 시기를 ‘축의 시대’라 부른다. 기원전 800~서기 200년에 이르는 시기로, 인류 역사장 가장 경이로운 시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Karl Jaspers)가 1947년에 제창한 개념이다. 이 시대를 ‘축의 시대’라고 부른 이유는 이  때 등장한 사상과 철학이 오늘날까지도 인류사상의 중심 축 노릇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축의 시대’에 인류는 오늘날 인류의 스승 역할을 하는 성인들을 한꺼번에 맞아들였다. 중국에서는 공자, 묵자, 노자가 세상을 주유했고 인도에서는 붓다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설파했다. 이스라엘에서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엘리야, 예레미야, 이사야같은 선지자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같은 철학자들이 숱한 사상가들을 길러냈다.
 그런데 이 ‘축의 시대’에 등장한 종교들은 그 이전에 나타났던 종교들이 주로 제례의식에만 신경을 썼던 것과 달리, 도덕성을 강조했다. 종교는 언제부터, 그리고 어떤 이유로 자기수양, 절제, 금욕 같은 덕목들을 강조하기 시작했을까? 파리고등사범학교의 니콜라 보마르(Nicolas Baumard) 교수(심리학)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셀>의 자매지인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을 통해, ‘도덕적 종교’가 부상하게 된 것은 ‘축의 시대’에 인류가 충분한 양의 부를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보마르 교수에 따르면, 유사 이래 수천년 동안 종교는 불운이나 악마를 피하기 위한 제례의식과 타부에 기반을 뒀다. 그래서 비나 풍년을 기원하려면 신에게 희생 제물을 바쳤다. 그러다 ‘축의 시대’가 절정을 치닫던 기원전 500~300년 무렵 그리스에서 인도, 중국에 이르는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새로운 종교가 등장하면서 종교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났다. 이 신흥 종교들은 각기 먼 거리에 떨어져 있었지만 도덕성, 자기수양, 금욕을 강조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스토아교, 자이나교, 힌두교, 불교, 도교, 유대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이어 등장한 기독교, 이슬람, 마니교 등 신흥 종교들은 전 세계에 걸쳐 확산됐고 오늘날 세계의 종교가 됐다.
 당시 교류가 거의 없던 문명권들에서 도덕성을 강조하는 종교들이 왜 한꺼번에 등장한 것일까? 보마르 교수팀은 문해율, 도시화를 비롯한 여러 통계들을 이용해 몇가지 인과관계의 가능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경제 발전으로 생겨난 풍요가 사람들의 동기와 보상 시스템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처분할 수 있는 자원이 적을 땐 ‘지금 당장’ 보상받는 것을 최선의 전략으로 삼는다.  오늘 당장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마당에 ‘미래를 위한 저축’은 시간을 최선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먹을 것이 풍요해지면 미래에 대한 생각이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먼 미래의 목표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의 보상을 포기할 줄 알게 된다. 물론 풍요가 가져다 준 자기수양 등의 가치들이 이타심이나 동정심 등 도덕적 종교가 권하는 가치들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세속적 욕구가 충족되면 현재의 물질적 보상에서 내세의 정신적 보상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반이 생길 뿐이다. 그때, 도덕적 종교가 등장해 그 새로운 가치의 맹아들을 종교라는 틀에 담아 키우는 것이다. 보마르 교수는 “풍요는 사람들의 심리를 바꾸고, 그 다음 종교를 바꿨다”라고 말한다.
 

r.jpg »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있는 가톨릭 신자들. 위키미디어 코먼스.

 

하루 20000칼로리, 사람의 마음과 종교의 성격을 바꾸다

 

그는  ‘축의 시대’에 해당하는 유라시아 지역의 여러 사회집단에 대한 역사적, 고고학적 자료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도덕적 종교의 출현을 알려주는 가장 뛰어난 지표로 ‘에너지 획득량’을 제시했다. ‘에너지 획득량’이란 그 사회의 구성원 한 사람이 하루에 식량과 연료, 자원으로부터 얻는 칼로리의 총량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안락한 의식주 생활을 영위하는 필요한 에너지 획득량의 기준을 하루 20000칼로리로 설정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기준은 현대 인류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연구팀이 각 사회집단의 시기별 에너지획득량을 비교한 결과, 하루 에너지 획득량이 20000칼로리 미만인 사회집단에서는 도덕적 종교가 거의 출현하지 않았다. 반면 20000칼로리를 넘어서는 곳에서는 도덕적 종교의 출현 확률이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오랜 기간의 자녀양육, 일부일처제 같은 현대 인류사회의 다른 특징들도 도덕적 종교와 같은 역사적 기원을 갖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종교학자들은 보마 교수팀의 주장에 냉소적이다.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서 고대중국 종교를 연구하는 에드워드 슬링거랜드(Edward Slingerland) 교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탐구해 볼 만한 흥미로운 가정이다. 하지만 제례의식의 종교에서 도덕적 종교로의 전환에 대해 논문 저자들은 구시대적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예컨대 현재 종교학자들은 이런 변화가 축의 시대라는 좁은 기간 동안 전면적으로 일어났다는 데 의문을 갖고 있다. 고대 중국에 등장한 많은 도덕적인 종교들은 그 이전에 나타났다. 반면 아라비아반도에서는 서기 7세기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특정 기간보다는 사회의 복잡성과 규모가 더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도덕성을 강조하는 종교는 사람들이 더 많은 이방인들과 협력할 필요성을 자각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슬링거랜드 교수는 그러나 양쪽 다 가설을 뒷받침하는 통계 데이터는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논문은 종교 학자들에게 새로운 분석도구의 개발 필요성을 일깨워줬다고 논평했다.
 
출처
http://www.cell.com/current-biology/abstract/S0960-9822(14)01372-4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12/wealth-may-have-driven-rise-today-s-religions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12/141211124528.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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