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현대인 게놈에 네안데르탈인 있다 생명건강

freund_1391381863424.jpg » 현대인의 게놈 속에는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이 다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네이처닷컴  

 

아프리카 떠난 호모사피엔스, 유럽 네안데르탈인과 광범위한 이종교배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에게, 네안데르탈인과의 이종교배는 장단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보다 추운 기후를 이겨낼 수 있는 유전자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 결과 태어난 혼혈자손은 심각한 생식장애로 고통을 겪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은 최근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각각 실린 두 편의 논문을 종합한 결과다. 이들 논문에 따르면, 현대인의 게놈 속에서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발견했다고 한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년 전 멸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다부진 체격의 수렵-채집인이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공통조상을 갖고 있으며, 이 공통조상은 15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후 네안데르탈인은 먼저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이주한 반면, 현생인류 계열은 아프리카에 그대로 눌러 앉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0만년 전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서유럽에서부터 시베리아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를 하게 되었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은 50만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 마주친 적이 없었다. 이 같은 ‘이질적 종족 간의 광범위한 만남’은 오늘날에도 일어나기 힘든 대박사건”이라고 <네이처> 연구를 지휘한 하버드 의대의 데이비드 라이시, 스리람 산카라라만 교수 연구팀은 말했다.
 
비아프리카인 게놈의 약 2%가 네안데르탈인서 받은 것…인종별 내용은 달라 

 

(1) 매직 넘버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에서 채취된 게놈을 분석한 종전의 연구에서는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짝짓기를 했으며, 그 결과 유럽/아시아/기타 비아프리카인의 게놈 중에서 약 2%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는 게놈 전체에 분포해 있으며, 각 인종별로 보유하고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각각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현대인의 게놈 속에 존재하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중 일부는 질병과 싸우거나, 자외선을 견뎌내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두 논문에 의하면, 현대인은 좀 더 광범위한 유전자를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두 연구팀은 각각 자체적으로 개발한 컴퓨터 기법을 이용하여, 현대인의 게놈 속에서 수십만년의 역사를 가진 게놈 조각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게놈 조각이 막상 인간 유전자 풀에 통합된 것은 그보다 훨씬 최근의 일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연구진은 이 게놈 조각을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목록과 일일이 대조한 끝에, 현대인의 게놈 속에 존재하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목록을 완성할 수 있었다.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을 작성한 워싱턴대 벤저민 베르놋, 조슈아 아케이 교수에 의하면, “현재 생존해 있는 665명의 유럽 및 동아시아인들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중 1/5에 해당하는 분량이 도처에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한편 라이시 교수 연구팀에 의하면, “현대인 1004명의 게놈 속에 존재하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모두 더하면, 네안데르탈인 게놈의 약 40%에 해당되는 분량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각질세포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 네안데르탈인서 받았다

 

두 연구팀이 주안점을 둔 것은, 현대인의 게놈 속에 흔히 들어 있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고대의 유전자가 현대인의 게놈 속에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은, 그 유전자가 현생인류에게 유용한 것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두 연구진이 공통으로 찾아낸 것은, 각질세포(keratinocytes)의 기능에 관여하는 일련의 유전자였다. (각질세포는 피부 바깥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모발을 만드는 데도 관여한다.)
 “네안데르탈인이 유라시아의 추운 환경에 이미 적응해 있었다는 것은 흥미롭다. 더운 아프리카를 떠나온 현생인류가 기후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유전자(각질세포 관련 유전자)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라이시 교수는 말했다. “피부는 수분을 조절하고 병원체의 침입을 막아 준다. 유럽과 아시아의 기후에 적응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아케이 교수는 말했다. “하지만 각질세포 유전자가 현생인류에게 도움을 줬다는 가설은 아직 확정적인 것이 아니므로, 후속연구를 통해 그 메커니즘을 규명해야 한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말했다.
 두 연구진에 의하면, 현대인들이 전혀 보유하지 않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들도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우리는 현대인의 게놈 속에서 거대한 구멍(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부분)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들(현대인의 게놈에 통합되지 못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은 현생인류-네안데르탈인의 혼혈 자손들에게 해로워, 짝짓기를 거듭함에 따라 유전체에서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20~30세대가 지나면 이러한 변이(인체에 해로운 유전자 변이)는 대부분 사라진다”고 라이시 교수는 말했다. 또한 아케이 교수 연구팀이 발견한 바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현생인류의 유전자 중에는 FOXP2(언어 관련 유전자)가 포함된다고 한다.
 
이종교배로 태어난 후손들, 높은 불임률로 고통

아프리카인들과의 유전자 비교 연구 향후 관심

 

 (2) 엇갈리는 메시지
 그런데 라이시 연구팀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현대인의 X염색체에 존재하며 고환에서 활성화되는 유전자 중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파리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잡종불임(hybrid sterility)을 나타내는 전형적 현상이다. 잡종불임이란, 두 집단 간의 근연관계가 너무 멀 경우, 교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라이시 교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생물학적 호환성(biological compatibility)의 언저리에 있었으며, 그 결과 그들 간의 짝짓기로 태어난 후손들은 매우 높은 불임률로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현재 네안데르탈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짝짓기를 통한 실험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라이시 교수팀의 결론은 매우 타당성이 있다. 잡종 후손의 불임률이 높았다면, 그러한 현상이 나타났으리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로체스터대의 데이븐 프레스그레이브스 교수(진화생물학)는 논평했다. 단, 프레스그레이브스 교수가 놀란 것은, 겨우 수만 년 동안 격리돼 있던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생물학적 호환성 상실’의 징후를 보였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초파리와 같은 동물들조차도 독특한 종으로 진화하려면 그보다 더 오랫동안 격리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의의는 새로운 연구방법의 가능성을 제시한 데 있다. 그것은 고대의 인간 게놈을 유골이 아닌 현대인들의 DNA에서 얻는 방법”이라고 펜실베이니아대의 사라 티시코프 교수(인구유전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방법은 아프리카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아프리카에서는 고대 DNA의 샘플이 잘 보존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대 아프리카인들의 게놈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고대 아프리카인들은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를 하지 않았지만, 다른 멸종집단들과 이종교배를 한 흔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번에 사용된 연구방법을 아프리카인들에게 시급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은가?”라고 티시코프 교수는 덧붙였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4495&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2-04     
원문
http://www.nature.com/news/modern-human-genomes-reveal-our-inner-neanderthal-1.14615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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