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어느 쪽이 뇌, 어느 쪽이 우주일까 우주항공

br1.jpg » 왼쪽은 전자현미경으로 본 40배율 소뇌 절편; 오른쪽은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3억광년 크기의 우주 시뮬레이션. 볼로냐대 제공

놀라울 정도로 닮은 인간 뇌와 우주
규모는 비교 불가하지만 구조 비슷

옛 사람들은 자연이라는 대우주에 대비해 인체를 소우주로 보았다. 동양에선 자연의 음양오행 원리와 인간 세상의 원리, 인체의 오장육부 구조를 연결지어 생각했고, 서양의 인간 소우주론 관념은 르네상스 시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 비례도를 탄생시켰다. 인체 기관 중에서도 복잡하고 촘촘한 신경 네트워크로 이뤄진 뇌는 인체 속의 소우주로 불려왔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이를 과학으로 입증하려는 듯, 우주의 은하계 구조와 인간의 뇌 구조가 매우 닮아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물리학 최전선'(Frontiers in Physics)에 발표했다.
천체물리학자와 신경외과 의사로 이뤄진 연구팀은 은하  네트워크와 뇌 신경세포 네트워크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조사한 결과, 두 시스템은 크기에서는 27자릿수 이상의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내부 구조는 매우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실 형태면에서 뇌의 구조가 시뮬레이션 우주 구조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에 이를 좀더 과학적으로 분석해 들어가 본 것. 인간의 뇌는 860억~1000억개의 뉴런과 100조개의 시냅스가 연결된 매우 복잡한 세계다. 이 가운데 소뇌엔 약 690억개의 뉴런이 연결돼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 역시 1천억개 이상의 은하들로 구성돼 있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뉴런과 은하를 등치시키면 뇌와 우주를 구성하는 정량적 요소가 서로 비슷해진다. 두 시스템에서 뉴런과 은하는 하나의 노드(마디) 역할을 한다.
br5.jpg » 왼쪽부터 우주, 소뇌, 대뇌 피질의 연결망(파란색).

뉴런과 은하의 질량 비중은 뇌와 우주의 30%

둘 사이의 유사점은 이런 겉보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구진은 뇌와 우주의 핵심을 이루는 뉴런과 은하의 질량 비중이 전체의 30% 안팎으로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70%에 해당하는 질량과 에너지는 무엇일까? 뇌에선 물, 우주에선 암흑에너지다. 정확하게는 물은 77%, 암흑에너지는 72%다. 뇌와 우주에서 시스템 구성 요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은 시스템을 유지해주는 수동적 위치에 있다.
연구진은 이어 두 시스템의 스펙트럼 밀도(단위 시간당 에너지 분포)를 계산했다. 연구진은 이는 은하의 공간적 분포를 연구하는 우주론에서 흔히 이용하는 기법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소뇌 신경 네트워크 내의 뉴런 밀도 변동 폭이 1마이크로미터~0.1밀리미터(100마이크로미터)에 걸쳐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패턴은 우주 네트워크에서의 물질 분포와 비슷했다. 우주 네트워크에서의 물질 분포도 500만광년~5억광년으로 최소~최대 비율이 뇌와 같았다.
brain_universe.jpg » 왼쪽은 마우스의 뇌 신경 네트워크, 오른쪽은 2005년 `네이처'지에 발표된 가로/세로 20억광년인 우주의 시뮬레이션 구조. 출처 http://www.visualcomplexity.com/vc/blog/?p=234

노드당 연결 수도 비슷...비슷한 물리적 원리 따라 진화한 듯

연구진은 또 뇌 신경 네트워크와 우주 웹에서 특징적으로 관찰되는 두 가지 변수도 계산해 유사성 여부를 검토했다. 하나는 각 노드(마디)에서의 평균 연결 수, 다른 하나는 네트워크 내에서 군집 형성 여부다. 여기서도 뜻밖에 유사점이 관찰됐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3800~4700개의 우주 노드와 1800~2000개의 뇌 신경 노드를 분석한 결과, 각 노드의 연결 수가 우주는 평균 3.8~4.1개, 뇌 피질은 평균 4.6~5.4개였다. 또 두 시스템 모두 중심 노드들이 있고, 그 주변에 관련 노드들이 군집을 형성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동저자인 알베르토 펠레티 베로나대 신경외과 교수는 "은하계와 뇌 신경에 작용하는 물리적 힘은 엄청나고도 뚜렷한 차이가 나지만, 아마도 두 네트워크 내의 연결성은 비슷한 물리적 원리에 따라 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에서 드러난 유사성은 두 시스템이 형성되는 과정과 규모는 기본적으로 다르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네트워크 역학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논문 서문에서, 이번 분석은 실제 연결성이 아닌 단순 근접성에 기반한 근사치를 통해 유사성을 도출해낸 것임을 강조했다.

출처

2017년 연구
보도자료
논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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