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인간배아 유전자 조작 성공…판도라의 상자인가 생명건강

e1.jpg » 인간 배아. nature.com

 

<사이언스> <네이처> 서 게재 거부

 

중국 과학자들이 생명 윤리 논란에 휩싸여 있는 유전자편집기술을 이용해 세계 처음으로 인간배아(수정란) 유전체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수정란 속의 일부 유전자를 다른 유전자로 교체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단백질과 세포>(Protein & Cell)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윤리적인 문제를 들어 게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중국 중산대 황준지우 교수팀은 윤리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지 불임클리닉에서 얻은 ‘용도폐기된’ 배아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사용된 크리스퍼(CRISPR/Cas9) 기술은 얼마전 일부 과학자들이 윤리적 문제를 들어 ‘사용 중단’을 제안했던 기술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치명적 빈혈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를 조작했다.

용도폐기된 인공수정란 사용

 

이번 연구는 크리스퍼를 착상 전 배아에 적용한 첫번째 연구이다. 이는 이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면 태아로 자란다는 걸 뜻한다. 생명체의 본질을 건드린 셈이다. 일부에서는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치명적 유전적 질병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다른 연구자들은 이러한 연구는 윤리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며, 배아의 유전적 변화는 유전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황 교수팀가 사용한 크리스퍼 효소는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만을 골라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됐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이 불임클리닉에서 확보한 배아는 인공수정을 통해 생성됐다. 하지만 두 개의 정자가 동시에 수정시킨 난자여서 생존이 불가능해 폐기된 것들이다. 연구진은 이 86개의 배아에서 베타지중해성 빈혈증(β-thalassaemia)을 일으키는 ‘인간 베타 글로빈 단백질’(HBB=human β-globin protein)을 잘라냈다. 그런 다음 48시간을 기다렸다. 이 시간은 크리스퍼 효소가, 사라진 DNA를 새로운 것으로 메꾸고 배아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연구진은 살아남은 71개 배아 중 54개에 대해 유전적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28개가 성공적으로 유전적 연결(splice)에 성공했으며 이들 중 극히 일부만이 대체된 유전물질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정상적인 배아를 가지고 실험을 원한다면 100%에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실험을 중단했다. 우리는 아직도 너무 이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다른 돌연변이들이 무수히 생겨나는 문제점도 확인했다. 인간 배아의 유전자 조작에 대한 금지 규정이 없는 중국에서는 현재 적어도 네 개의 연구팀이 인간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기술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CAS9-Genome-Editing.jpg » CRISPR/Cas9

 

유전자 편집은 윤리적인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엇갈린다. 첫째,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이 윤리적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그 방법이 질병 치료의 옵션이 될 수 있느냐이다.
우선 이번 연구결과를 (과학계에서 금기시 하고 있는) 생식계열변형(germline modification) 행위로 볼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연구에 사용된 배아는 생존이 불가능한 배아이기 때문이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존 해리스 교수(생명윤리)는 “이번 연구는 체외수정(IVF) 과정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생존불가능 배아는 어차피 폐기된다. 나는 이 분야의 연구에 대해 모라토리움을 선언하자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오직 연구만을 위한 거라면 생식세포 변형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버드 의대의 조지 데일리 박사의 생각은 이렇다. ”CRISPR/Cas9를 비롯한 유전자편집 기법을 인간의 배아, 난자, 정자에 적용할 경우, 임상적용과 무관하게 수많은 기초과학적 의문에 답변할 수 있다.“ 즉 순수 연구 목적의 사용은 허용하자는 얘기다.
게다가 모라토리움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의 경우 인간 배아 편집이 합법화되어 있으며,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원(NIH)이 그런 연구에 연방 기금을 지원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들이 인간 배아의 유전자편집을 합법화하고 있다. `황 박사의 연구와 비슷한 연구를 미국에서 허용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NIH의 관계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현재로서는 그런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할 수 없으며, 향후 규정 개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유전자편집 기술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e7.jpg » 중국 연구진의 인간배아 유전자 조작 과정. 논문에서 인용.

 

연구 결과는 안정적인가

 

두 번째 쟁점은 이번 연구의 성공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황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중해성빈혈에 관여하는 유전자 하나만을 선택적으로 짜깁기하기 위해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했다. 그런데 연구진에 의하면, 이번 연구에서 해당 유전자 말고도 많은 유전자들이 돌연변이를 획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CRISPR/Cas9 시스템을 생존 가능한 배아(viable embryo)에 적용할 경우 예기치 않은 건강 문제가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문제를 고려하여, 3월19일 <네이처>에 실린 사설(참고 2)의 공저자인 에드워드 란피어 박사(상가모 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전면적인 모라토리움을 주장한다. 즉, 유전자편집 기술의 미숙함을 고려하여, 인간 배아의 유전자편집에 관한 연구를 일절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우리가 늘 지적해 왔던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하버드 의대의 조지 처치 박사(유전학)는 `유전자편집 기술이 아직 미숙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에 의하면,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문제점들 중 상당수(예컨대, 소위 `오발` 사고)는 최신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하여 회피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참고 4).
그러나 해리스 교수는 ”설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더라도, 유전자편집 기술을 임상에 적용하는 건 윤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안전성 문제 때문에 유전자편집을 금지하는 것이 정당화되려면, ① 유전자편집의 유해성이 입증되거나, ② 그 유해성이 유전질환 자체의 유해성보다 크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 해리스 교수의 입장이다. ”유전자편집이 유전질환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 유전질환을 가진 환자들도 어차피 생식을 통해 해당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는가? 위험성 때문에 유전자편집을 거부하는 건, 합병증 때문에 수술을 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스탠퍼드대의 행크 그릴리 교수(생명윤리)는 ”유전자편집의 위험성은 기존의 위험성과는 급이 다르다“고 말한다. 예컨대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여 발육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 새로운 윤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문제는 다른 위험(유전자편집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구)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위 글은 '글로벌 동향 브리핑'에 실린 2개의 번역문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5964&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4-27 
 출처: <네이처> 2015년 4월 22일 (Nature doi:10.1038/nature.2015.17378)
 원문참조:
 Liang, P. et al. Protein Cell http://dx.doi.org/10.1007/s13238-015-0153-5 (2015).
 Lanphier, E. et al. Nature 519, 410?411 (2015).
 Baltimore, D. et al. Science 348, 36?38 (2015).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6021&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4-28 
 ※ 참고문헌
 1. Liang, P. et al. Protein Cell http://dx.doi.org/10.1007/s13238-015-0153-5 (2015).
 2. Lanphier, E. et al. Nature 519, 410?411 (2015).
 3. Baltimore, D. et al. Science 348, 36?38 (2015).
 4. Yang, L. et al. Nature Commun. 5, 5507 (2014).

원문
 http://www.technologyreview.com/news/536971/chinese-team-reports-gene-editing-human-embryo/?utm_campaign=newsletters&utm_source=newsletter-daily-all&utm_medium=email&utm_content=20150428

  http://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3238-015-0153-5/fulltext.html

   http://www.nature.com/news/chinese-scientists-genetically-modify-human-embryos-1.17378
 http://www.nature.com/news/ethics-of-embryo-editing-paper-divides-scientists-1.17410 

참고자료
 http://newspeppermint.com/2015/04/27/m-embryos/
 http://phenomena.nationalgeographic.com/2015/04/22/editing-human-embryos-so-this-happened/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58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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