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소행성 베누에서 다량의 탄소와 물 분자 발견 우주항공

미 항공우주국, 2주 만에 첫 시료 분석 결과 발표
“생명체 탄생에 핵심 역할 했을지도 모를 광물”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가져온 소행성 베누 암석과 먼지를 담은 용기의 외부. 안쪽은 닫혀 있고, 함께 묻어온 물질이 용기 바깥 오른쪽에 보인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의 초기 분석에서 탄소와 물을 발견했다. 나사 제공


7년간 60억km가 넘는 우주 왕복 여행 끝에 가져온 소행성 베누의 시료에서 생명의 핵심 요소인 탄소와 물 분자가 발견됐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11일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에서 지난달 24일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가져온 캡슐에 담긴 시료 사진들을 공개하고 1차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첫 분석 대상은 용기 외부에 묻어온 작은 자갈과 먼지 입자들이었다.

나사는 분석 결과 시료에는 생명의 필수 구성 요소 가운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탄소 분자가 풍부하며 물 분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오시리스-렉스가 가져온 시료는 지금까지 지구로 가져온 소행성 시료 중 가장 큰 것”이라며 “탄소와 물 분자는 우리가 찾고자 했던 바로 그 물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누와 같은 소행성들은 생명체의 기본 요소들을 지구에 전달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나사는 첫 2주 동안 주사전자현미경, 적외선 측정, 엑스선 컴퓨터 단층 촬영, 화학 원소 분석 등을 통해 시료에 탄소와 물이 풍부하다는 증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탄소 함량은 4.7%였으며, 물은 점토 광물의 결정 구조 안에 갇혀 있었다.

베누 시료 용기 외부의 작은 자갈들. 나사 제공


“태양계의 타임캡슐 열어보는 중”

베누 시료 수석연구자인 단테 로레타 박사(애리조나대)는 설명회에서 “지구가 거주 가능한 세상이고 바다와 호수, 강과 비가 있는 이유는 우리가 베누에서 보고 있는 것과 같은 광물이 40억년 전 지구에 도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료에서 암석의 지질학적 변형에 핵심 역할을 하는 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로레타 박사는 “황은 물질이 얼마나 빨리 녹는지 결정하며 생물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기화학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산화철 광물 마그네타이트(자철광)도 발견됐다. 로레타 박사는 “우리는 지구 생명체의 탄생에 핵심 역할을 했을지도 모를 광물 종류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사의 우주생물학자 대니얼 글래빈은 “우리는 소행성을 제대로 골랐을 뿐 아니라 시료도 제대로 가져왔다”며 “이는 우주생물학자의 꿈”이라고 말했다.

로레타 박사는 “소행성 베누의 먼지와 암석을 들여다보는 것은 태양계의 기원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는 타임캡슐을 열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가 풍부한 물질과 물을 함유한 점토 광물이 풍부하게 있다는 점은 우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베누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우리는 우주 유산의 신비를 푸는 데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9월24일 미 유타주 사막에 도착한 소행성 베뉴 시료. 나사 제공


2년간 정밀 분석…시료 70%는 보관

팽이 모양의 베누는 지름 약 500m의 작은 탄소질 소행성으로, 435일에 한 번 태양을 공전하며 자전 주기는 4시간이다. 과학자들은 베누가 10억~20억년 전 소행성대에서 일어난 큰 충돌로 떨어져 나온 소행성으로 추정한다.

과학자들은 기상 현상과 지각 변동 등으로 크게 변형된 지구와 달리, 베누는 크기가 작아 중력 등에 의해 변형되지 않은 채 태양계 형성 초기의 물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소행성 시료에서 태양계 형성 과정의 비밀을 풀 단서와 함께, 생명의 기원에 대해 더욱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사는 앞으로 2년 동안 시료를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시료의 70% 이상은 미래 세대와 전 세계 과학자들의 추가 연구를 위해 분석하지 않고 남겨둔다. 미국 내 여러 기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캐나다우주국(CSA) 등 전 세계 200명 이상의 과학자 집단에 분석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나사는 용기 안에 담긴 시료는 250g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아직 최종 확인하지는 못했다. 나사는 “시료 용기 뚜껑이 처음 열렸을 때 용기 외부를 덮고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며 “추가된 것이 너무 많아서 1차 시표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과정이 더뎌졌다”고 밝혔다. 나사의 애초 시료 수집 목표는 60g이었다.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24km 거리에서 촬영한 소행성 베누. 나사 제공


2182년 지구와 충돌 확률 2700분의 1

베누는 현재로선 지구 위협 소행성이 아니지만 159년 후인 2182년 9월24일 2700분의 1, 즉 0.037%의 확률로 지구에 충돌할 수 있다. 베누가 지구에 충돌하면 1200메가톤의 에너지가 방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인간이 만든 가장 강력한 핵무기인 옛 소련의 수소폭탄 ‘차르 봄바’ 폭발력의 24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베누 소행성 프로젝트에서 얻은 정보와 시료는 필요할 경우 베누의 궤도를 바꿔 충돌을 피하는 방법을 찾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나사는 “초기 발견 내용은 향후 분석에 좋은 징조”라며 “소행성의 암석과 먼지에 담긴 비밀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계속 연구되어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생명체의 전구체 물질은 어떻게 지구에 뿌려졌는지, 그리고 소행성과의 충돌을 피하려면 어떤 예방 조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캡슐을 방출한 오시리스-렉스는 20분 후 다음 탐사 임무를 위해 다시 우주로 날아갔다. 다음 목적지는 2029년 지구에서 3만1600km 거리까지 다가오는 지름 300m의 소행성 아포피스다. 우주선의 이름도 오시리스-에이펙스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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