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코로나 돌기단백질은 촉수처럼 춤을 춘다 생명건강

spike1.jpg »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솟아 있는 돌기(스파이크)단백질.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물질(녹색)이 당 분자 사슬이다. EMBL 제공

유연한 3개 관절로 세포 수용체 찾아 끊임없이 흐느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해 들어오는 수단은 바이러스 표면에 솟아 있는 돌기(스파이크)단백질이다. 백신 개발은 이 돌기단백질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러자면 돌기단백질의 구조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돌기단백질의 약점을 찾기가 더 쉬워진다.

독일 과학자들이 최첨단 기법을 동원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은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 뭉툭한 몸통 부분이 유연한 관절을 가진 다리에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통이 다리를 흐느적거리며 무척추동물의 촉수가 사냥감을 찾듯 세포 수용체를 찾아 나풀거리는 모습이 관찰됐다. 과학자들은 이런 형태의 돌기단백질 구조와 움직임을 `끈에 매달린 풍선'에 비유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독일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EMBL), 막스플랑크생물물리학연구소, 폴에를리히연구소, 프랑크푸르트괴테대 과학자들은 극저온전자 단층촬영, 분자 역학 시뮬레이션 등 여러 과학적 기법을 결합해 원자 수준의 상세한 돌기단백질 분자 구조를 촬영하고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우선 최첨단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약 1000개의 바이러스에서 266개의 저온단층 사진을 확보했다. 각 바이러스는 표면에 평균 40개의 돌기단백질을 갖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분자역학 시뮬레이션 기법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돌기단백질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spike-coronavirusspeedy-19-8-2020-image2-lr.jpg » 돌기단백질 다리에 있는 세 개의 관절. 과학자들은 이를 인체에 비유해 위로부터 엉덩이, 무릎, 발목 관절로 이름붙였다. 사이언스 제공

표면의 당 분자 사슬은 항체 공격 피하는 위장술

 

드러난 돌기단백질의 구조는 연구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유연한 다리 관절이다. 연구진은 세포 수용체 결합 영역인 돌기단백질의 몸통과 바이러스 표면을 연결해주는 이 다리가 바이러스 표면에 매우 단단하게 고정돼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컴퓨터 모델과 실제 이미지 촬영을 통해서 본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다리의 엉덩이와 무릎, 발목 부위에 해당하는 곳에 있는 세 개의 관절이 다리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연구진은 돌기단백질이 이 세 개의 관절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표적 세포의 수용체 영역을 찾는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발견한 또 하나의 돌기단백질 구조 특징은 위장술 또는 보호막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항체가 돌기단백질을 찾아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돌기단백질의 표면은 당 분자 사슬로 덮여 있다. 연구진은 이 사슬이 중화항체로부터 돌기단백질을 잘 찾지 못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 당 분자는 돌기단백질이 세포에 달라붙는 힘과도 관련돼 있다. 이전의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돌기단백질 표면의 당 분자는 사촌격인 사스(중동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보다 훨씬 많다. 이는 단백질 표면이 더 끈적해졌다는 걸 뜻한다. 세포에 달라붙는 능력이 더 좋아졌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돌기단백질의 새로운 두 가지 구조 형태가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8월18일치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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