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얼굴을 알고 있나 사회경제

photo1.jpg » 한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얼굴 숫자는 평균 5000명인 것으로 추정됐다. 픽사베이

 

기억하고 알아볼 수 있는 얼굴 합치면 5천명 

 

과거 전통사회에서 인류는 한 사람당 100명 이하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인구가 늘고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훨씬 커질 것이다. 특히 정보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개인적인 관계를 맺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다양한 정보기술 미디어를 통해 접촉하는 정치, 문화계의 유명인사들을 우리는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물론 해당분야에 대한 관심도나 기억력 등에  따라, 알아볼 수 있는 얼굴 숫자는 다를 것이다. 그런 능력이 좋은 사람을 보고 우리는 흔히 `눈썰미가 좋다'고 말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 얼굴을 알고 있을까? 영국 요크대 연구진이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계산해보는 실험을 했다. 연구진이 25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는 평균 5천명이었다.

연구진은 우선 실험참가자들에게 1시간을 주고,  가족이나 친구, 동료 등 자신의 생활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최대한 적어내달라고 주문했다. 그 다음엔 또 1시간을 주고  배우나 정치인, 음악가 등 자신이 알고 있는 유명인사들의 리스트를 적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름을 기억 못하고 얼굴만 알고 있는 경우엔 이름 대신 '고교시절 수위'처럼 설명문구를 적도록 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기억을 잘 끌어낼 수 있도록 가족, 가족의 친구, 내 친구, 친구의 친구, 학교, 동료, 이웃, 가게 점원, 스포츠 친구, 커뮤니티, 전문가, 여행중 만난 사람 등 14개의 카테고리 목록을 함께 제공했다. 또 유명인을 기억해낼 경우엔 건별로 소액의 상금을 지불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기억해낸 얼굴은 평균 550명에 이르렀다. 참가자들은 처음엔 쉽게 많은 얼굴을 생각해냈다. 그러나 끝에 가서는 새로운 얼굴을 생각해내는 걸 힘들어했다. 이런 둔화 속도를 토대로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기억해낼 수 있는 얼굴 전체 숫자를 추정했다.

 

photo.jpg » 유명인의 경우 2장의 다른 사진을 보여주고 답변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했다. 사이언스매거진 유튜브

최소 1000명서 최대 1만명까지 개인 편차 커


연구진은 이어 참가자들에게 유명인 3441명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누구인지를 아는지 물었다. 스스로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알아볼 수는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엔 시간 제한을 두거나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았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별로 두 장의 다른 사진을 보여주고 답이 일치하는지도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이 실험에서 평균 약 800명을 알아봤다.
개인별로 기억해낸 유명인사의 숫자와 사진을 보고 누구인지 알아본 유명인사 숫자는 1 대 4.6의 비율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비율을 토대로 참가자들이 알고 있는 사람 얼굴 숫자 전체를 추정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알고 있는 얼굴 숫자는 최소 1000명, 최대 1만명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평균은 5천명이지만, 개인별 편차는 최대 10배에 이른다.

F1.large.jpg » 실험은 기억하고 있는 얼굴과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을 확인하는 두 단계로 진행했다. 왕립학회보 논문에서 인용

 

사회환경, 문화권 따라 얼굴 인식 능력 차이 생길 수도


연구를 이끈 요크대 심리학과 롭 젠킨스(Rob Jenkins) 박사는 "이번 연구는 사람들이 실제로 알고 있는 얼굴의 숫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며, 뇌가 얼마나 많은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에서 드러난 숫자는 사람들이 얼굴을 자연스럽게 기억해낼 수 있는 범위"라며 "얼굴을 얼마나 관심있게 살폈는지, 그리고 얼굴과 관련한 정보를 뇌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했는지가 알고 있는 얼굴 숫자의 차이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물론 얼굴 구별 능력의 차이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서도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인구 밀집 지역에서 자라거나 활동 범위가 넓은 사람들은 더 많은 얼굴이 뇌에 입력될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사람들이 얼굴을 읽어내는 방식은 문화권별로 다르다. 2008년 온라인 공개학술저널 <플로스 원>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서양인은 눈, 입 같은 얼굴의 특정 부위를 먼저 보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동아시아인들은 얼굴 전체를 볼 수 있는 코나 얼굴 중심 부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특성이 얼굴 구별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 생활에서 접촉 빈도가 훨씬 적은 다른 인종의 얼굴 구별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ro.jpg » 사람의 얼굴을 볼 때 서양인은 눈, 입 같은 특정 부위(붉은색)에, 동아시아인은 코를 비롯한 얼굴 중심(파란색)에 집중한다. '플로스 원' 논문에서 인용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개발 및 평가 기준선"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한 사람의 인구학적 또는 발달학적 조절변인을 평가하는 기준선, 또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비교하는 기준선으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얼굴 구별 능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등에 대해서도 연구할 예정이다. 이번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연령대는 18~61세였으며, 평균 나이는 24세였다. 지난해 인터넷 언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소개한 미 하버드대와 다트머스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 능력’은 22세에, ‘새 얼굴을 기억하는 능력’은 32세 최고조에 이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렸다 .

출처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6998-7
https://www.smithsonianmag.com/smart-news/average-person-can-recognize-5000-faces-180970527/
https://www.sciencemag.org/news/2018/10/average-person-can-recognize-5000-faces?
https://medicalxpress.com/news/2018-10-people-average.html
https://www.livescience.com/63830-people-remember-5000-faces.html?

논문보기
http://rspb.royalsocietypublishing.org/content/285/1888/20181319
보도자료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8/10/181009210730.htm
연령대별 인지능력 변화
http://plug.hani.co.kr/futures/2923527

문화권별 얼굴 구별 능력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003022
https://www.livescience.com/5057-face-recognition-varies-culture.html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some-people-suffer-from-face-blindness-for-other-r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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