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수컷은 식욕보다 성욕이 강하다 생명건강

 01499711_P_0.jpg » 성욕과 식욕 중 어느 것이 더 강할까? 사진은 대담한 성 묘사로 화제를 모았던 <섹스 앤 루시아>(2001)의 한 장면.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꼬마선충 실험 결과, 수컷은 먹이보다 짝짓기 선호

 

 좋아하는 것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 동물, 특히 수컷에게 있어서 먹이와 짝짓기 기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일부 인간에게 적용될 수도 있는) 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최소한 선충류(nematodes)의 경우, 수컷의 뇌는 짝짓기 상대를 찾는 데 집중하느라, 먹이 찾는 능력을 억제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 10월16일호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뇌 회로의 미묘한 차이가 수컷과 암컷의 행동 차이를 초래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문화적·사회적 규범을 비롯하여) 다양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암수 간의 행동차이를 설명하는 생물학적 기본 메커니즘을 밝혔을 뿐 아니라, 특정 신경장애(neurological disorders)에 대한 감수성이 암수별로 다른 이유를 설명해 줬다”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생물/의료유전학)이자 신경발달 및 질병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더글러스 포트먼은 말했다.
 이번 연구는 꼬마선충(C. elegans)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꼬마선충은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작은 선충류인데,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생물의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이것을 사용해 왔다. 꼬마선충한테서 발견된 사항들은 동물계 전반에 적용될 수 있으므로,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꼬마선충을 이용해 연구한 결과로 세 명의 과학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 및 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꼬마선충은 특히 신경계를 연구하는데 유용하다. 이번 연구는 특히 AWA라는 한 쌍의 뉴런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는데, 이것은 후각을 제어하는 뉴런이다. 후각은 미각 및 촉각과 더불어, 꼬마선충이 환경(예: 먹이, 위험, 배우자의 존재)을 이해하고 길을 찾는 데 중요한 감각요인이다.

worms.jpg » 꼬마선충의 수컷은 먹이보다 짝짓기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ttp://www.nigms.nih.gov/

 

 꼬마선충에는 두 가지 성(性)이 있는데, 하나는 수컷이고 다른 하나는 자웅동체(hermaphrodites)다. 자웅동체는 스스로 번식할 수 있지만, 수컷과도 교미할 수 있기 때문에 변형된 암컷(modified females)으로 간주되고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수컷과 자웅동체에게 먹이를 줬을 때 달리 행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즉, 먹이에 노출됐을 때 자웅동체는 먹이 주위에 머물러 있는 반면, 수컷은 먹이 주변을 떠나 이리저리 방황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수컷이 이리저리 헤매는 이유가 ‘배우자를 찾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믿어 왔다.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AWA 뉴런에 존재하는 감각 메커니즘이 성별에 따라 다르며, 이에 따라 ODR-10이라는 수용체의 발현수준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ODR-10은 먹이나 기타 물질이 방출하는 냄새분자에 결합하는데, 자웅동체의 경우 수컷보다 ODR-10을 더 많이 생성하여 먹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반해, 수컷의 경우 ODR-10이 부족해 먹이에 둔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수컷도 먹이가 부족할 경우에는, ODR-10의 생성량을 극적으로 증가시켜 일시적으로 먹이를 찾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수 간의 유전적 차이가 행동에 미치는 역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일련의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진은 꼬마선충을 먹이와 배우자가 있는 배양접시 안에 집어넣고, 둘 중 어느쪽을 택하는지를 관찰했다. 먼저 자웅동체의 경우에는 예상대로 먹이 주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수컷의 차례였다. 연구진은 두 가지 종류의 수컷을 준비했는데, 하나는 정상적인 수컷, 다른 하나는 ODR-10을 과잉발현하는 수컷이었다. 실험 결과, 정상적인 수컷은 먹이를 젖혀 두고 배우자에게로 기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ODR-10을 과잉발현하는 수컷의 경우, 먹이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배우자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별도의 실험에서, 자웅동체의 ODR-10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수컷과 마찬가지로 먹이보다 배우자를 밝히도록 만들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암수 꼬마선충의 특정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그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었다. 이는 ‘성특이적 유전자 발현 조절(sex-specific regulation of gene expression)이 신경의 가소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로 인해 암수의 행동 및 질병감수성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1873&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10-20    
원문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10/141016123534.htm
※ 원문정보: 1.Deborah A. Ryan, Renee M. Miller, KyungHwa Lee, Scott J. Neal, Kelli A. Fagan, Piali Sengupta, Douglas S. Portman. Sex, Age, and Hunger Regulate Behavioral Prioritization through Dynamic Modulation of Chemoreceptor Expression. Current Biology, 2014; DOI: 10.1016/j.cub.2014.09.032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