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아랍에미리트는 어떻게 6년만에 화성탐사선을 쐈나 우주항공

emiri11.jpg » 일본 H2A 로켓에 실려 이륙하는 아랍에미리트 화성 탐사선 `아말'. MBRSCV 제공

내년 2월 궤도 도착땐 세계 5번째 화성탐사국


7월에 찾아온 화성행 우주선 발사창의 첫 창문을 중동의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열었다.

아랍에미리트는 20일 오전 6시58분 일본 남서부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아랍권 최초의 행성간 우주선 ‘아말’(희망이란 뜻의 아랍어)을 일본 H2A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애초 15일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두 차례 발사 일정이 미뤄졌다. 아말은 건국 50주년을 맞는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아말이 화성에 도착할 경우 아랍에미리트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은 다섯번째 화성탐사국이 된다. 아말은 코로나19 상황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한달 전 일본에 도착했다.

emiri12.jpg » 발사 직후의 화성탐사선 아말. MBRSC 제공
화성의 1년 기후도 첫 작성이 목표

 

무게 1.3톤의 소형 SUV 차량 크기인 아말 탐사선은 발사 후 시속 3만4000km의 속도로 지구 궤도에 진입한 뒤, 이후엔 시속 12만1000km의 속도로 화성까지 7개월 동안 4억9350만km를 날아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들어선다. 화성 궤도에 진입한 뒤에는 고도 2만~4만3천km 상공에서 55시간에 한 번씩 타원 궤도로 돌며 화성의 1년(687일) 동안 대기 변화를 관측한다. 이를 위해 아말에는 3개의 관측 장비가 탑재돼 있다. 고화질 카메라와 적외선 분광기는 하층 대기의 먼지, 습기, 오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외선 분광기는 상층 대기의 일산화탄소, 수소 및 산소 농도를 측정한다. 현재 화성에는 6대 탐사선이 궤도를 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극지궤도에 고정돼 있어 화성 전체를 관측할 수 없다. 반면 아말은 경사궤도를 돌며 화성 구석구석을 살핀다. 아랍에미리트는 이 자료들을 모아 최초의 화성 연간 기후도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아랍에미리트는 특히 이 관측 자료를 국제 과학 커뮤니티에 공개할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우주탐사선이 영화 ‘마션’에서 본 것과 같은 사나운 화성 먼지폭풍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mars55-EMM_Hope_Probe.png » 아랍에미리트의 화성 궤도선 ‘아말’.

건국 5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

 

2014년에 출범한 이 프로젝트는 2021년 건국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우주선은 프로젝트팀과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대기우주물리학연구소(LASP) 주도 아래 애리조나주립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과 협력해 제작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애초 프로젝트팀에 자체 제작을 주문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경험이 풍부한 미국 연구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연구진은 1960년대부터 화성 우주선 제작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옴란 샤라프 프로젝트 총괄은 “그동안 인류가 시도한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약 50%가 실패한 상황에서 이제 건국 50주년인 젊은 국가로선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는 내년 12월 건국 50주년에 맞춰 화성 탐사의 과학성과를 발표한다는 일정을 잡아 놓고 있다. 이때는 두바이 엑스포(2021년 10월1일~2022년 3월31일) 행사 기간이기도 하다. 두바이 엑스포은 애초 올해 10월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한 상태다.

emi3.png » 화성 탐사선 아말의 7개월 우주비행 과정. EMM 제공

중국과 미국도 이달 안 발사 예정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23일엔 중국이, 30일엔 미국이 각각 화성탐사선을 발사한다. 세 나라가 일제히 7월에 화성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이때가 화성과의 거리가 5500만km로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2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중국은 첫 화성탐사선 ‘톈원 1호’를 하이난섬에서 발사한다. 톈원 1호는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 3개로 이뤄져 있다. 최초의 트리플 화성 탐사선이다. 미국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 ‘마스 2020’의 핵심은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 인내라는 뜻)다. 나사(미국항공우주국)의 다섯번째 탐사 로버인 퍼시비런스는 1년간 화성 토양과 먼지, 암석 표본을 수집하는 것이 임무다. 나사는 2020년대 중반 이후 또다른 화성 탐사선을 쏘아올려 퍼시비어런스가 수집한 표본을 갖고 2031년 지구로 돌아온다는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어떻게 6년만에 화성탐사선을 쏠 수 있었을까

 emiri16.jpg » 아랍에미리트 화성탐사 프로젝트 팀원이 20일 아침 일본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로켓에 실려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화성탐사선을 바라보고 있다. MBRSC 제공


석유경제 이후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동력


인구 1천만이 채 안되는 중동의 신생 소국이자 석유부국 아랍에미리트는 왜 화성 탐사에 나섰을까? 또 어떻게 6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까?

2014년 7월 샤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마크툼 총리가 2021년 건국 50주년 때까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겠다고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국제 사회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당시 아랍에미리트엔 독립적인 우주기관도 행성 전문 과학자도 없었다. 2006년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를 설립하고 2009년 한국의 위성개발업체 쎄트렉아이와 함께 첫번째 위성 `두바이샛 1호'를 개발해 발사한 것이 우주 연구개발의 거의 전부였다. 아랍에미리트 엔지니어의 두바이샛 1호 위성 개발 기여도는 30%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엔 독자적으로 설계, 제작한 위성 `칼리파샛'을 발사하는 단계까지 올라설 만큼 짧은 기간에 많은 실력을 쌓았다.

강력한 추진력의 비밀은 무엇일까?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 분석에 따르면 화성 탐사 프로젝트 뒤에는 과학적 성과보다 더 중요하고 다급한 목표가 있다. 이번 화성 탐사를 위기를 맞은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지식경제로 전환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석유자원국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옴란 샤라프 화성 프로젝트 총괄책임자는 지난 9일(현지시각)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들이 왜 우주로 가려는 것이냐고 묻는다"며 "화성 도달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밝힌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는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 미래의 인재들이 과학과 기술 분야에 뛰어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둘째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 자체를 관련 과학기술산업 육성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셋째는 이를 통해 식량, 물, 에너지, 석유 이후 경제 등 당면한 국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샤라프는 인터넷 미디어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우주 분야를 그 동력으로 택한 것은 우주 부문의 기준치가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miri-mbrsc.jpg » 두바이에 있는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 전경.

오일달러로 단기간에 이룬 부가 오히려 독이 돼

 

석유는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한 가난한 어업국가를 짧은 기간 안에 1인당 소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줬다. 하지만 그게 독이 되고 말았다. 석유로 쌓은 부에 안주하는 분위기에 빠져 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실물 경제 현장을 책임진 건 외국인 노동자들이었고, 인구 12%의 토착주민들은 정부가 보장하는 고임금 직종과 각종 보조금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석유자원 중심의 단일 경제 시스템은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그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어 2010년대 초반 아랍권을 뒤흔든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그 이후 전개된 저유가 시대는 산유국 경제의 미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존 앨터만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중동프로그램 총괄은 `네이처' 인터뷰에서 “정부는 과감한 목표를 제시해 대안의 길을 찾고 동기를 부여하려 노력했지만 편한 정부 일자리에 젖은 시민들은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emiri14.jpg » 화성탐사선 아말 발사 장면을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는 프로젝트 총괄 옴란 샤라프(왼쪽).

프로젝트팀에게 떨어진 우주선 지침 “구입하지 말고 제작하라”

 

화성 탐사는 그런 시기에 등장한 분위기 대전환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 총괄책임자인 옴란 샤라프는 "화성 임무의 운전자는 우주가 아니고 경제"라고 말한다.

정부는 처음부터 화성 프로젝트팀에게 우주선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제작'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출범 당시 프로젝트팀은 평균 연령 27세의 신출내기들이었다. 이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초고속 훈련이 시작됐다. 아랍에미리트의 엔지니어들은 경험 많은 미국 연구진 옆에서 견습생처럼 열심히 배우고 익히면서 짦은 시일 안에 과학자로 변신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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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기간 내 긍정 변화 조짐…여성 비중 높아 눈길

 

아직 많은 세월이 흐른 건 아니지만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들은 나타나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1년 0.5%에서 2018년 1.3%로 높아졌다. 2021년에는 1.5%로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아랍에미리트의 최고 명문 대학들은 지난 몇년 사이 천문학, 물리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분야에서 학위과정을 신설했다. 행성과학팀의 34%, 화성탐사팀의 80%가 여성이다. 아랍에미리트 과학기술계에선 여성의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졸업생의 56%가 여성이다. 이 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첨단과학기술부 장관 사라 알 아미리도 33살의 여성 과학자다. 두바이의 보스턴 컨설팅 그룹 파트너인 마야 엘-하켐(Maya El-Hachem)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은 여성들의 학구열이 높고, 남성들은 사업에 뛰어들거나 해외유학을 떠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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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아랍에미리트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탄생하면서 시민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우주비행사 하자 알 만수리는 8일간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며 각종 실험을 진행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런 분위기를 이어 두바이 외곽에 연구과 교육을 중심으로 한 ‘화성 과학 도시'를 건설하기로 했다. 총리 이름으로 2017년 발표한 `2117년 화성 도시 건설' 청사진을 계속 유지하면서 달 탐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아랍에미리트 주도 아래 기후관측위성 제작을 위한 아랍 11개국 컨소시엄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emiri-crew_members_in_front_of_their_spacecraft.jpg » 아랍에미리트 최초의 우주비행사 하아 알 만수리(왼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제 첫 발 내디딘 셈…갈 길은 멀어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네이처'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100여곳 중 연구 수행 능력이 있는 곳은 소수이고 정규 연구원 수도 수백명에 불과하다. 대학생들은 주로 인기 높은 공학, 경영학에 몰려 있고 기초과학을 전공하거나 박사학위 과정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매우 적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집계에 따르면 2010년까지는 박사학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017년 현재 전체 학생 중 박사과정에 있는 사람은 0.8%가 안 된다. 더구나 팬데믹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 위축과 저유가 시대 장기화가 점쳐지고 있어 이것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아랍 최초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가 중동 산유국들이 맞고 있는 위기상황 돌파의 한 모범 사례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의 화성탐사선 노조미 실패기(1998~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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