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뇌는 음식을 탐하듯 사람을 갈망한다 생명건강

MIT-Isolation-Hunger-01-PRESS_0.jpg »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봉쇄 조처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MIT 제공
고립/금식 뒤 사람/음식 사진 보고 반응하는 뇌 영역 같아
사회적 상호작용도 식욕처럼 인간 기본 욕구라는 점 시사

사진사회성은 언어, 도구 등과 함께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별하게 해주는 주요 특성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사람들과 대면접촉할 기회가 크게 줄어들면서 우울증,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것 역시 `사회적 동물'이라는 특성을 발현할 기회를 차단 당하는 데서 빚어지는 현상일까? 
외로울 때 느끼는 사람에 대한 갈망은 배 고플 때 느끼는 음식에 대한 갈망과 같은 뇌 신경 영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 과학자들은 일정 시간을 혼자 보낸 뒤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사진을 볼 때 활성화하는 뇌 영역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은 뒤 치즈파스타 접시 그림을 볼 때 활성화하는 뇌영역과 같다는 걸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1월23일치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레베카 색스 교수는 "자의에 반해 고립된 사람들이 배고픈 사람이 음식을 갈망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갈망하는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는 걸 말해준다"며 "심한 외로움은 배고픔과 비슷하게 부족한 것을 채우도록 사람들을 자극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쥐의 뇌에서 고립감을 발현하고, 고립 후 사회적 접촉을 촉진하는 뇌 영역을 발견한 2016년 연구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됐다.
mit-untitled-1.png » 뇌의 MRI 촬영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10시간 고립/금식 뒤 뇌 사진 찍어봤더니

연구진은 우선 18~40세의 건강한 실험 참가자 40명을 모집했다. 그런 다음 이들을 대학 캠퍼스 내의 창문없는 방에 10시간 동안 가두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소셜미디어는 물론 전화도 사용할 수 없었다. 다만 필요할 경우엔 방 안의 컴퓨터를 통해 연구원들과 연락을 취할 수는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비록 실험이기는 하지만 참가자들이 진짜로 고립돼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여러 방법들을 동원했다. 예컨대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땐 연구진에게 먼저 알리도록 했다. 연구진은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한 뒤 화장실 이용을 허락했다. 또 음식은 문앞에 갖다 준 뒤 문자로 알려 가져가도록 했다. 참가자들이 실험 중에 어떤 사람과도 마주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처들이었다.
연구진은 10시간이 지난 뒤 참가자들에게 사람들이 웃으며 어울리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뇌를 촬영했다. 연구진은 특히 촬영 중에도 이들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기계조작법을 가르쳤다.
연구진은 이어 이들에게 10시간을 금식하도록 한 뒤 똑같이 뇌를 MRI로 촬영했다. 이번에는 참가자들에게 음식 사진(치즈파스타와 신선한 딸기)을 보여줬다. 
mit-man-481425_960_720.jpg » 배고픔과 외로움에 반응하는 뇌 영역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연구진이 뇌 촬영 사진에서 주목한 부분은 중뇌에 있는 흑질(substantia nigra)이라는 영역의 반응이다. 흑질은 보상과 관련한 반응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 영역이다. 연구진은 사진을 분석한 결과, 대인접촉이 차단된 실험 참가자들이 사람들의 교류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았을 때 나타나는 흑질의 반응이 금식 뒤 음식 사진을 보여줬을 때 보인 반응과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 흑질의 활성화 정도는 참가자들이 음식 또는 사회적 접촉을 갈망하는 정도에 비례했다.
그러나 고립 실험 후에 보인 반응은 실험참가자들이 평소 느끼는 외로움 정도에 따라 달랐다. 실험에 참가하기 전에 장기간 외로움을 느꼈다고 말한 참가자들은 사회적 교류에 대한 갈망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연구진은 선조체, 피질 등 뇌의 다른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도 살펴봤다. 이 영역에서는 배고픔과 고립 시에 활성화되는 곳이 서로 달랐다. 이는 흑질이 다양한 갈망에 두루 관여하는 종합 영역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한 사회적 봉쇄 조처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그 신경학적 기반의 일단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회적 소통의 대안은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힘입어 등장한 수많은 소셜미디어들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물리적 접촉이 없는 소셜미디어는 오히려 고립감을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갑작스럽게 차단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뇌 신경을 정상 상태로 돌려놓으려면 얼마나 많은, 또 어떤 유형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할까? 이번 연구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준다.

출처

논문 보기
2016년 생쥐 연구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