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유엔 '포스트 2015' 의제 밑그림 완성 미래이슈

유엔이 제시한 ‘향후 15년 화두’는 지속가능발전

등록 : 2015.01.05 19:41수정 : 2015.01.0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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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달 4일 유엔 비공식회의에서 ‘포스트 2015’ 의제에 대한 종합보고서 ‘2030년까지 존엄으로 가는 길’의 발간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포스트 2015’ 개발의제 보니
에너지·식량·금융·기후변화 등
지구촌 직면한 문제 두루 다뤄
각국의 이행 책임성 강조 ‘눈길’
한국 “기후변화·성평등 적극대응”
정부간 협의 거쳐 오는 9월 확정

세계 유엔 회원국들이 향후 15년 동안 추진해야 할 공동 목표의 밑그림이 나왔다. 유엔은 2000년 수립한 새천년개발목표(MDGs/Millenium Development Goals)를 대체할 새로운 ‘포스트 2015’ 개발 의제를 지난달 확정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유엔이 추진할 새로운 목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명명됐다. 국제사회의 새로운 청사진은 무슨 내용이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발표한 ‘포스트 2015 개발 의제’에서 모두 17개 개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를 제시했다. 종전 새천년개발목표에서 8개 의제를 제시한 것에 견줘 목표 의제가 대폭 늘었다. 빈곤 근절과 여권 신장, 성평등 촉진 등의 의제는 재선정됐지만, 양질의 교육 보장,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국가내·국가간 불평등 완화, 지속가능한 소비·생산 등 15개 목표는 기존 의제를 좀더 구체화하거나 새롭게 추가했다.

새천년개발목표와 견줘볼 때 질적인 변화는 무엇일까? 우선, 새천년개발목표는 최빈국의 빈곤 문제에 집중한 반면,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에너지·식량·금융·기후변화 등 모든 국가가 직면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빈곤 문제의 해결책도 경제 성장 위주에서 경제·사회·환경의 균형있는 발전, 즉 지속가능발전을 통한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 둘째, 의제에 대한 각국의 ‘이행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종전의 새천년개발목표는 각국의 자발적인 이행 보고를 권고하는 데 그쳤지만, 새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각국이 의무적으로 이행 과정과 성과를 보고하고 이를 평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유엔은 향후 의제 이행에 대한 표준화된 보고 체계와 평가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엔 관계자는 “국내총생산 등 양적 성장을 평가하는 지표를 대체하기 위해 삶의 질 등 질적 성장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목표 의제를 설정하고 이행하는 과정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강화한 점을 들 수 있다. 개발목표는 유엔을 중심으로 몇몇 선진국 고위급 정상들이 모여 발표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표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컸고, 성과를 이루기 위해 필수적인 개도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컸다. 이에 유엔은 2012년 ‘포스트 2015’ 의제를 논의하는 단계부터 개도국과 시민사회 전문가들을 적극 참여하도록 했다. 2012년 7월 선진국과 개도국을 대표하는 정부 인사와 학계 및 시민사회 전문가로 구성된 27명의 고위급 패널이 구성돼 이듬해 5월까지 세계를 돌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이들 패널이 각 나라와 각계의 여론을 수렴해 제출한 의견서가 새로운 개발 의제를 선정하는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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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제시한 ‘포스트 2015’ 개발 의제는 오는 7월까지의 정부간 협상을 거쳐 9월 유엔 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전세계가 맞닥뜨린 보편적 의제를 광범위하게 담은 만큼 이해관계에 따라 최종 조율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선진국들은 국가내·국가간 불평등 완화, 지속가능한 생산·소비의 보장, 기후변화 대처 방안 등의 이슈에 대해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국가는 없지만,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고위급 패널 회의에서 “17개 예비 의제는 너무 많다”며 목표 의제를 줄이자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재원 마련 방안도 주된 쟁점이다. 종전보다 갑절 이상 늘어난 의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재원 확보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선진국은 ‘개도국의 자체 재원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개도국은 ‘선진국의 원조 및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나라별 입장 차이가 큰 상황에서 유엔은 민간 재원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에서부터 기업의 조세포탈 문제까지 함께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와 성평등 이슈 등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포스트 2015’ 의제가 기존 새천년개발목표에 비해 다양하고 방대하다. 글로벌 시민교육, 포용성장, 기후변화와 성평등 이슈 등을 우리의 중점 분야로 보고 적극적인 입장을 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외교부는 지난달 29일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은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기여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의제별 티에프를 구성하고 실무 그룹을 가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 시민사회의 실질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문제는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국내 비정부기구(NGO) 대부분은 국제 사회의 정책 의제에 참여할 기회가 적었던 탓에 일부 개발원조 관련 단체를 제외하고는 이번 ‘포스트 2015’ 의제에 대한 인지도와 참여 동기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위원은 “정부와 기업들이 ‘지속가능발전’ 개념을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왜곡하거나 오용해 온 측면이 있다. ‘포스트 2015’ 논의 과정과 이행에서는 국내 시민사회와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핵심 과제로 삼아 지속가능발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2015년 1월6일치에 실린 것을 자료 공유 차원에서 퍼온 것입니다.
 
참고자료
https://sustainabledevelopment.un.org/content/documents/1696griggs2.pdf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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