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미디어, '실감 미디어' 에 대비하라 미래이슈

 

415034_20130411111000_888_0001.jpg » 실감 미디어의 발전 흐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이슈리포트'. etnews, 안상철 보고서 재인용.

"미디어는 메시지다." 미디어에 대한 가장 널리 알려진, 캐나다 출신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의 개념 정의다. 맥루한의 말대로 신문, 방송 등의 매체들은 인간 사회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던진다.

미디어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미디어의 형태는 기술과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분화해가고 있다. 과거엔 대중 미디어(일방향 미디어)뿐이었으나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1인 미디어(쌍방향 미디어), 그리고 이제 소셜 미디어(다방향 미디어)가 새로운 미디어로 속속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통의 신문  방송에서 블로그 팟캐스트로, 다시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으로 진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들은 변화된 환경에 맞춰 새로운 생존 전략을 짜내기에 바쁘다. 특히 영상 미디어에 취약한 신문업체들은 위기의식이 더욱 크다. 회귀분석 기법을 활용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인의 신문 구독률은 2.3%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최근 조사를 보면 현재 가구당 신문 구독률은 11.6%에 불과하다.

소셜미디어 다음에 올 미디어의 미래 형태는 무엇이 될까?

안종배 교수(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가 국내외 미디어전문가 등 500여명을 대상으로 델파이기법을 활용해 ‘2030년 미래 미디어 로드맵’을 그려본 결과를 보면, 전문가들은 미디어의 미래로 초지능화, 컨버전스화, 인터랙티브화, 유비쿼터스화를 꼽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미디어의 형태로 오감을 충족시키는 실감방송, 개인맞춤형 방송, 분산 공간방송, 웨어러블(Wearable)방송 등의 출현을 예상했다.

영상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안상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센터장은 최근 `기술을 통해 본 미디어의 미래' 보고서에서 "조만간 실감 미디어(Tangible Media)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텍스트나 이미지 같은 정보 그 자체뿐 아니라 정보를 둘러싼 환경, 분위기, 맥락, 심지어 냄새 촉감 맛 같은 오감의 요소도 중요한 요소인데 기술 발전이 그걸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01896209_P_0.jpg » 3D 텔레비전. 안경을 끼고 정면 입체만 가능한 게 한계다.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안 센터장이 꼽은 '실감 미디어' 기술 분야에서 현재 가장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분야는 입체 영상 기술이다. 요즘 시중에 나오고 있는 3D 스마트 TV를 이런 실감미디어의 초보적 형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3D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지 않아 기대보다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안 센터장은 "전문 제작자 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3D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이 좀더 다듬어져야만 3D 콘텐츠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가 단시일 안에 대중적 미디어로 확산된 것은 이용자들이 손쉽게 동영상을 올리고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3D 입체영상이 반쪽짜리 입체라는 점도 아직은 아쉬운 대목이다. 안 센터장은 "진정한 3D 영상은 대상을 360도 돌려볼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의 3D 영상은 정면에서만 입체 구현이 가능할 뿐더러 안경을  써야만 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KinectTechnologiesE3.jpg »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 X박스360의 3차원 영상 입력장치 `키넥트'. 위키피디아.

360도 3D 영상이 구현되면 좀더 실감나는 영상이 구현돼 '포토 투어리즘'도 가능해진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인터넷 상에 올려져 있는 특정 장소의 사진들을 모아 입체 영상으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에서는 엑스박스 게임기 입력장치인 키넥트(Kinect)를 이용해, 사물을 카메라로 찍는 순간 이를 입체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키넥트퓨전(Kinectfusion)' 기술을 개발한 상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도 현실의 환경과 공간을 그대로 복제해 가상환경 속에 구현하는 미러월드(Mirror World)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구현되면 자신의 모습을 손쉽게 아바타(Avatar)로 모델링하고 자신의 움직임도 복제해 넣을 수 있다. 아니면 가상공간에서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어떤 역할과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들을 활용하면 미디어는 훨씬 더 실감나는 사건 현장을 보여줄 수 있고, 미디어 소비자들은 마치 자신이 실제 경험을 한 듯 뚜렷이 뉴스의 현장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Drone-Technology-For-Productive-Use.jpg » 사진을 찍고 있는 무인항공기 드론. gsmnation.com

 현장감을 고조시키는 신기술 장비로는 소형 고성능 무인항공기 드론(Drone)도 있다. 카메라 장비를 갖춘 드론은 값비싼 항공기를 대신해 각종 사건 현장에서 기동력 있는 영상 취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취재 대상의 사생활 침해 같은 윤리적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하나의 실감 영상 기술은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이다. 컴퓨터 등을 사용해 실제와 비슷한 가상환경을 만들고 그 가상환경과 감응하며 현실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달리 증강현실은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을 조합한 것이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 기법을 활용해 현실에는 없는 많은 정보들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한편, 가상현실에 실제 현실을 결합시켜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oculus1.jpg » 헤드셋 형태의 HMD 디스플레이 `오큘러스 리프트'. 실감나는 영상을 보며 90살 할머니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증강현실 기술은 HMD(Head Mounted Display),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시, 대화면, 프로젝션 등의 디스플레이 장치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증강현실 효과나 편의성, 활용도 등에서 보면 HMD가 매우 강력한 장비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야각이 좁고 장비가 무거운 것이 큰 단점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HMD 중에서는 헤드셋 형태의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최근엔 엔비디아에서 헤드셋 형태의 이 제품보다 훨씬 가볍고 장시간 사용해도 불편하지 않은 선글라스 형태의 HMD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콘텍트 렌즈 디스플레이 개발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래에는 눈에 넣고 다니는 TV가 나올지도 모른다. 영국의 미래학자인 이안 피어슨은 몇년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TV 콘텍트 렌즈’라는 새로운 개념의 상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콘택트 렌즈 TV의 개념은 눈 속의 체온을 동력으로 영상을 보여주고, 채널 선택은 음성 명령이나 손짓으로 하는 것. 피어슨은 디지털 문신 기술을 이용하면 콘텐츠의 감정도 전달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감 미디어 시대가 되면 아바타 기술과 모셥 캡처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아나운서의 등장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실제 인간과 같은 형태의 디지털 캐릭터나 가상의 캐릭터가 등장해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article.jpg » 도쿄대 연구진이 개발한 냄새 전달 스크린.도쿄대

실감 미디어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냄새다. 지난 봄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영상에 맞는 냄새를 자동으로 방출하는  ‘스멜링 스크린(Smelling screen)’ 시제품을 개발해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은 스크린의 좌우 양쪽에서 8가지의 냄새가 나오도록 돼 있다. 냄새 나는 영상은 1960년 영화관에서 의자마다 튜브장치를 연결해 관객들이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한  ‘스멜 오 비전(Smell-O-Vision)’에서 첫 시도된 바 있으나 이후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해 왔다.

실감 미디어 기술의 정점은 아무래도 촉각 기술이다. 실감(Tangible)이라는 말 자체가 만질 수 있는 뜻이니 촉각 기술이야말로 실감 미디어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의 기술이다.

 ugc.jpg » 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촉각마우스를 작동하는 모습. 표준과학연구원

EC82ACECA784(3).jpg » 촉각마우스. 표준과학연구원

이 분야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연규 질량힘센터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연구팀이 지난 6월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놨다. 사이버세상(가상현실)의 표면 거칠기, 마찰력, 온도, 강도 등 복합적인 촉각정보를 실감나게 전해줄 수 있는 마우스를 개발한 것.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호수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대면 마치 손가락을 물 속에 담근듯이 차갑고 출렁거리는 느낌을 전달해준다. 이 마우스는 트랙볼과 클릭 장치를 엄지로 작동하도록 옆에 달고, 마우스 위쪽에 검지손가락을 얹을 수 있는 1㎠ 크기의 촉각판(터치판)이 만들어져 있다. 마우스의 트랙볼을 움직여 원하는 화면에 커서를 가져다 놓으면 화면에 등장한 물체가 가지고 있는 마찰력, 거칠기, 온도, 강도 등의 성질을 촉각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된다. 일반 공개에 앞서 지난 4월 대전에서 열린 국제햅틱스학회에서 먼저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햅틱스는 컴퓨터 촉각기술을 말한다.

박연규 책임연구원은 언론인터뷰에서 “이 기술은 영화 감상 때 영상과 소리만이 아니라 촉감까지 전달해 훨씬 더 실감이 나도록 한다든지, 전자상거래를 통해 옷을 구매할 때 옷의 재질감을 느껴본다든지, 사이버상에서 공룡 등 박물관 유물을 관찰할 때 만져보는 느낌까지 경험하도록 한다는지 등 실생활에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햅틱스는 힘과 촉각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로 나눌 수 있다. 힘 햅틱스는 총을 발사하면 쥐고 있는 도구가 총을 쏘는 것처럼 떨리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촉각 햅틱스는 온도, 압력, 질감 등을 표시할 수 있도록 피부의 신경 말단과 상호 작용하는 장치를 주로 다룬다. 압축 공기나 전기 등으로 움직이는 작은 핀 같은 것을 이용해 사용자에게 피부 감촉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안상철 KIST 센터장은 "실감 미디어 기술이 보다 성숙해지면 콘텐츠 생산과 유통, 소비의 각 단계에서 미래 미디어 산업과 환경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고 실감영상을 보는 할머니 동영상.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페이스북 페이지 '미래가 궁금해'
트위터 '곽노필의 미래창'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