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 돌풍 그리고 영화관 현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돌풍이 한여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개봉 첫주에 관람객 300만명을 넘겼다. 한국 영화 사상 두번째로 빠른 속도라고 한다. 이 기세가 어디까지 갈지 자못 궁금하다. 하지만 <설국열차>만 있는 건 아니다.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도 만만치 않는 기세로 <설국열차>를 쫓고 있다. <설국열차>의 돌풍 속에서도 첫주에 183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이 글에서 이용한 자료는 모두 영화진흥위원회 통계다.)

 

올 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두 영화의 첫주 누적 관객 수를 비교해 봤다. 상승세를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세로축을 보통 방식이 아닌 '로그 스케일' 축으로 그렸다. 그래프에서 보듯 절대 관객 수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설국열차가 조금 앞서는 모습이다. 개봉 둘째주에도 과연 이 추세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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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를 이번엔 어느 지역에서 더 많이 봤는지 비교해봤다. 붉은색 막대는 전체 <설국열차> 관람객(329만여명) 가운데 각 지역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서울이 27.6%로 단연 1위이고 경기도가 22.9%다. <더 테러 라이브>도 지역별 분포는 큰 차이가 없으나, <설국열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산, 대구, 광주, 울산광역시 관객의 비중이 높다. 특히 부산에서 강세다.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지역 유통망 영향력 탓이 아닐까 추정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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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래프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회색 막대다. 회색 막대는 각 시도의 2012년 주민등록 기준으로 계산한 인구 비중이다. 이 인구 비중보다 각 영화의 관객 비중이 높다면, 그 지역 사람들이 다른 지역보다 영화를 더 많이 봤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예상대로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사람들이 도 지역보다 더 많이 영화를 본 것으로 나타난다. 예외적인 지역도 있는데, 인천과 경남이다. 인천은 대도시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 비중보다 영화 관람객 비중이 낮다. 반면 경남은 도 지역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두 영화 관람객 비중이 인구 비중에 가깝게 나타난다.

대도시 주민들이 지방 주민들보다 영화를 더 보는 이유는 뭘까? 너무나 답이 뻔해서 어리석은 질문처럼 느껴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문화오락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 더 많고, 등등 몇가지 답을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요소가 아래 지도에 나타난다. 영화관이 주변에 없어서 보고 싶어도 보기 쉽지 않은 지방의 현실이 그것이다.

아래 지도는 2013년 8월 현재 영업중인 전국 상업용 영화관의 좌석수를 시군구별로 표시한 것이다. 전체 영화관은 496개인데 이 가운데 상업용 영화관은 456개이며 나머지는 시민회관 같은 비상업용 시설이다. 상업용 영화관의 전체 스크린 숫자는 2361개, 전체 좌석수는 39만5475다. 지도가 한 눈에 잘 보여주듯이 대부분의 영화관은 대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농촌 지역은 영화관 하나 없는 곳들이 수두룩하다. 영화관이 있는 시군구는 전체 230곳 가운데 130곳이다. 영화관이 없는 곳들은 대부분 농촌 지역이지만 뜻밖에 서울 도봉구과 경기 과천시에도 영화관이 없다. 상세한 시군구별 영화관 현황 자료는 구글 독스에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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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plug.hani.co.kr/data/1417196
■ 정리된 표 자료: 구글 독스에서 보기
■ 원 자료 보기: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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