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너 마저..., 엄마라서 더 미안 생생육아
2010.10.12 04:48 신순화 Edit
9개월에 접어든 셋째 이룸이를 유모차에서 떨어뜨렸다.
저 혼자 떨어진 것이지만, 떨어뜨린 게 맞다. 엄마인 내가 부주의했기 때문이다.
이룸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윤정이와 산책을 나섰던 날, 유난히도 뜨거웠던 가을볕 아래
유모차에 타고 있기가 싫었던지 이룸이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달래보다가 안될 것 같아서
길가에 유모차를 세우고 미리 챙겨왔던 아기띠를 어깨에 메고 버클을 다느라 잠시 아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은 참이었다. 버둥거리던 이룸이의 몸이 유모차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가까스로 잡긴 했지만 이미 이룸이의 이마 한 가운데와 코 끝이 아스팔트에 긁힌 다음이었다.
자지러지는 아이를 안고 그대로 길가에 주저앉아
‘미안하다,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가슴을 치며 사과하고 후회했지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아이의 수가 늘어나면 아쉽고 미안한 고통과 상처의 역사도 같이 늘어난다.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키우면 좋겠지만 부모들의 실수 때문에, 혹은 부모들이 아무리
아이들을 잘 보려해도 아이들은 넘어지고, 떨어지고, 부딛치고, 구르며 다치기도 하고 상처 입기도 한다.
사고라는 게 정말 한순간이라서 잠시의 부주의나 방심이 사고를 부르기도 하고
아이에게 눈을 떼지 않고 온갖 신경을 쓰는 순간에도 어이없이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니
아이 키우는 일, 정말 어렵다. 어쩔수 없는 상황도 있지만 아이들 안전 사고의 대부분은
역시 어른의 부주의가 부르기 마련이다.
첫 아이는 이 무렵쯤 외출하기 위해 카시트에 앉혔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안전벨트를 채우기 전에 잠깐 뭔가를 하느라 몸을 창쪽으로 돌리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곁에 있던 남편이 아슬아슬하게 붙잡는 바람에 심하게 바닥에 부딛치진 않았지만 아찔한 일이었다.
둘째 윤정이는 겨우 2개월째에 유모차에 눕힌 상태로 공원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아이의 몸이 유모차에서 스르르 밀려나와 바닥으로 거꾸로 떨어져 버렸다.
역시 안전벨트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를 보러 시골에서 시어른들이
상경하기 며칠 전이었는데 윤정이의 코 끝이 심하게 긁혀서 마음이 너무 아팠었다.
바닥이 콘크리트가 아닌, 우레탄 재질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침대에서 떨어진 일들은 세아이 다 두세번씩 있었다.
한창 뒤집기 시작할 때 침대에 재워 놓고 집안일을 하다가 일어난 사고들이었다.
내딴에는 곁에 베개도 대 놓고, 바닥에 쿠션도 깔아 놓았지만 그것들이 아이가 떨어지는 것을
다 막아주지는 못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바닥에 이불 펴고 재워야 하는 게 맞는데
설마 설마 하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우리집 침대의 높이가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이마에 혹이 생기는 정도로 끝이 났지만
침대에서 떨어진 후로 전신마비가 왔다는 남편 회사 동료 아이의 일을 생각하면
운이 좋은 편이었다.
스푼을 입에 문 상태로 앞으로 넘어져 목구멍 언저리에 상처가 날 뻔한 일도 있었고
어린 동생이 누워 있는 침대에서 큰 아이들이 뛰며 장난을 하다가 아이 몸 위로
넘어져 팔이 심하게 눌리는 일도 있었다. 손톱을 깍아주다가 살까지 같이 깎는 일도
세 아이 모두 있었으니 참 미안하기 그지없다.
저 혼자 앉기 시작할 때는 아이곁을 내내 지켜야 하는데, 잠깐 한눈을 팔면 여지없이
뒤로 콰당 넘어지곤 한다.
아이의 두개골은 워낙 유연해서 어지간한 충격에도 크게 상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이가 넘어졌을 때마다 심장이 벌렁 벌렁 놀라고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아이가 다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이건 뭐, 놀라운 무용담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특히 아들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 다리가 부러지고, 깁스 한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한다. 어릴 때는 물론 다 커서도 이따금씩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달려가는 일이 드믈지 않단다.
아들만 둘 키우는 앞집 엄마도 얼마 전에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이가 친구들과 야구를 하다가
공에 눈 언저리가 맞아 찢어지는 사고를 당해 응급실을 찾았다.
친정 조카 녀석도 일곱살때 헬멧을 쓰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인라인을 타다가 가속도가 붙어
그대로 벽에 얼굴을 부딛치는 바람에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으니 그런 걸 듣다보면
그래도 우리 큰 아이는 남자치고 큰 부상없이 자라준 셈이다.
필규와 같이 축구를 배웠던 친구 아이는 유난히 몸 놀림이 재빠르고 운동을 잘 하는 아이였는데
저보다 몇 살이나 많은 형들과 정글짐을 타고 놀다가, 형아들 따라 정글짐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다가 머리를 부딛쳐, 두개골이 보일 정도로 살갖이 찢어지는 큰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한 해에만 응급실을 대여섯번이나 달려갔다는 그 엄마의 한숨을 들을 때에도 아직까지
응급실로 달려가본 적 없게 자라고 있는 큰 아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9개월로 접어든 이룸이는 길 생각은 안 한고 벌써부터 가구를 붙잡고 일어서고 싶어한다.
막내답게 오빠와 언니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하는 행동에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데다
오빠가 좋아하는 레고며 구슬같은, 어린 아이에게 위험한 장난감들이 사방에 널려 있으니
아이 보는 일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이러다 저 혼자 기어다니기라도 하면 집안의 물건 절반쯤은 없애거나, 높은 곳으로 올리거나
들고 있어야 할 판이다.
남편이 애지중지 하는 베란다의 화초들에도 진즉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룸이다.
서랍도 열기 시작하고, 어설프게 숨겨 두거나, 치워 놓은 것도 귀신같이 찾아낼 일이 멀지 않았다.
정말이지 어린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머리 뒤에도 눈을 달고 있어야 한다.
이룸이를 유모차에서 떨어뜨린 날 남편은 나에게
‘세 아이 모두 빼놓지 않고 한번씩 떨어뜨리는구만...’ 한마디 했다.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큰 아이들이 다쳐서 오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아직 스스로 걷지도
못하는 어린 아이가 다치는 일은 곁에 있던 양육자의 잘못과 부주의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유모차나 카시트에 태울 때 안전벨트부터 매어 주고, 아이가 답답해해도 쉽게 풀어주지 않아야
하는데, 아이를 셋이나 키우는 동안에도 이것 하나 습관이 되지 못했으니
할 말이 정말 없다.
이룸이 이쁜 코 끝에 아직도 남아있는 생채기를 볼 때마다 미안해진다.
흠 없이 상처없이 키워주고 싶은 마음만큼 엄마가 노력하고 챙겨줘야 할텐데, 번번히
덜렁거리고 실수하고 마는 엄마라서 더 미안하다.
막내야... 이제부터라도 정말 조심할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