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부모님들... 고생하셨어요. 생생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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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계신 부모 산타 여러분... 큰 고생 하셨습니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대사를 잘 치루어 내셨는지요.
애들 동심을 위해서 때로는 비밀 작전처럼 몰래 몰래 산타 노릇 하시느라
얼마나 애쓰셨나요.
애써 애써 몰래 선물 준비하고 애들 잠 들기 기다려 선물 셋팅까지 했는데
카드에 적힌 글을 보며 '이거, 아빠 글씨잖아!'하는 똑똑한 애들땜에
화들짝 놀라지는 않으셨는지요.

 

저희도 10년 째 산타 노릇하느라 고생했습니다.
결혼해서 10년 쯤 지나면 애들도 어느정도 크고 해서 비밀 작전처럼
이 노릇 하지 않을 때도 되는데, 띄엄 띄엄 애를 낳다보니 이제
부모의 비밀을 다 알면서도 모른척 시치미 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리는 열 살 큰놈부터, '산타는 도대체 언제 다녀가지?' 창 밖만 보는
여섯 살 둘째와, '상타야, 빤니 와' 하며 소리지르는 세 살 막내가
버티고 있으니 도리없지요. 또 작전 수행 해야지요.

 

그 동안 너무 바빠서 미리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큰 아이가 덜컥
방학을 하는 바람에 선물도 죄다 남편 회사에서 받게끔 주문을 했지요.
주문하는 순간까지 아이들 소원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은 제 임무였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분명한데 막내는 늘 왔다갔다해서 힘들었어요.

 

'이룸아. 뽀로로 공이랑, 레고 프렌즈랑 어떤게 더 좋아?
산타 할아버지한테 어떤거 부탁했어?'

 

이렇게 물어보면 어떤날은 뽀로로가 나오고, 어떤날은 레고가 나오고
최근에는 '바삭 바삭 공룡쿠키'라고 해서 정말 머리에 쥐 날뻔 했지요.

 

간신히 세 아이 품목을 정해서 남편에게 카톡으로 비밀지령 보내고
크리스마스 전날 남편이 집으로 물건들을 가져오기로 했는데
요즘 회사에 큰 일이 생겨 주말도 12시까지 야근을 하는 남편은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새벽 1시 다 되어 집에 들어왔답니다.

산타가 아니라, 산타 노릇하는 남편 기다리느라 제가 다 잠을
설쳤지요. 그 시간에 받은 선물들을 애들 방에 놓아두고
벌써 한달째 집안 여기 저기에 걸어 놓은 커다란 양말 안에 편지를
써서 애들 머리맡에 놓아 두었습니다.

원래는 카드를 써야 하는데 너무 바쁜 남편은 카드 살 시간도
없었대요. 그래서 그냥 흰 종이 잘라서 제가 쓱쓱 몇자 적었지요.
이 노릇 하느라 2시 다 되어 잠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보람은 있었어요.

그 다음날 둘째부터 깨었는데 제 방에 갔다가 선물을 발견하고
온 집안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지르더라구요.

'오빠야, 오빠야. 산타 할아버지가 내가 제일 갖고 싶은 선물
주고 가셨어. 오빠 방에도 정말 큰 거 있어!!'

큰 애와 막내가 일어나고 모두 소리를 지르며 웃고 뛰어 다니고
'산타 할아버지 고맙습니다!'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지요.

 

큰 아이가 선물을 뜯다말고 포장지 겉면을 보면서 '어, 로젠 택배다' 하는 바람에

아뿔싸 하긴 했지만 눈치 빠른 큰 놈은 씨익 웃는 것으로 입을 다물어 주더군요.

그리고는 는 제 방으로 조립하러 들어가고, 둘째는 저 혼자 조립한다고
매달리고, 막내 것은 역시 남편이 조립해 주느라 애썼습니다.
주문에, 운반에, 조립까지 맡아 준 남편은 이날도 아침 먹고
바로 회사로 출근했어요. 아아.. 정말 얼마나 힘들까요.

 

애들은 성탄절 하루 종일 선물 받은 장난감으로 어울려 놀더군요.
열살 사내아이가 여섯 살 여동생과 지치지도 않고 함께
레고 놀이를 하는 정겨운 모습이란...

막내가 아직 어리니 부모 산타 노릇을 몇 년은 더 해야겠지요.
제가 큰 아이 나이때는 부모 몰래 선물을 준비해서 놀래켜 드리곤
했는데, 우리 큰 놈은 얼마나 더 커야 부모에게도 산타가 필요하단걸
알아줄는지요. ㅠㅠ

 

그래도 추운 겨울, 집안에서 종일 재미나게 노는 건강한 세 아이가
사실은 제일 고맙답니다. 그럼요. 부모에게야 그게 정말 선물이지요.

전국에 계신 부모 산타 여러분들.. 정말 고생하셨어요.
덕분에 아이들은 또 행복한 성탄절을 맞이했잖아요.

 

더 나이들면 우리에게도 산타가 와 줄까요?

 

한 번 기다려 볼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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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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