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놀러오면 독립심이 쑥쑥! 생생육아

서아와 윤정.jpg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친구네 집에 가서 자고 오거나  친구가 와서 함께 자게 되는

일이 생긴다.

내 아이에게도 그 친구에게도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부모들끼리도 잘 알거나 아이들끼리 서로 잘 통하는 사이에서야

가능한데 믿고 내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윤정이는 친구네 집에 가서 자는 일보다도 친구가 우리집에 와서 같이 자는 일을 좋아하는데

어릴때부터 우리집에 부르는 친구는 딱 두 명이다.

세 아이는 입학전부터 단짝으로 지내왔다.

 

어제는 그 두 친구중 한 명이 우리집에서 자고 가는 날이었다.

친구가 자게 되면 윤정이는 아주 신이 난다.

친구와 잘 곳을 정하면 모든 준비를 둘이 알아서 한다.

이번엔 이룸이 방에 설치해 두었던 커다란 그늘막 텐트 안에 이불을 펴주겠다고 했더니

두 아이는 캠핑을 온 것 처럼 신나했다.

 

친구가 오면 내 아이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윤정이의 경우엔 친구가 오면 한층 더 독립적으로 변한다.

평소엔 엄마에게 의지하던 많은 일들을 친구와 둘이 해내는 것이다.

이부자리도 갔다 놓으면 둘이 펴고 맘에 드는 배게를 챙겨와 보기 좋게

깔아 놓는 것은 물론이고 씻고 옷 갈아입고 잘 준비 하는 모든 것을

친구와 둘이 척척 한다.

얼마나 어른스럽게 변하는지 놀랄 정도다. 친구 앞에서 모든 것을

척척 해 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귀여운 욕심과 친구가 하는 일은

저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윤정이의 독립심을 왕창 자극하는 것이다.

목욕도 둘이서 같이 하는데 이번엔 머리도 친구와 둘이서 감았다.

이 일이 내게 퍽 특별했던 것은 윤정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머리를 감은 날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숱이 많고 머리가 길었던 윤정이는 자라는 내내

머리 감는 일을 싫어했다. 물에 대한 공포도 심해서

머리를 감다가 물이 조금이라도 얼굴로 흘러내리는 것 같으면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곤 했다. 한때는 이런 증상이 너무 심해서

한 달에 한 두 번 감기기도 했었다.

많이 자란 후에도 머리숱이 워낙 많다보니 윤정이의 머리를

감기는 일은 남편이나 내게도 만만치 않았다.

최근에는 머리를 여러번 잘라서 길이가 많이 짧아졌긴 하지만

그래도 어깨에 닿는 숱 많은 머리는 여전히 감기고 말리고 빗기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윤정이는 몸은 혼자 씻어도

머리 감는 것은 저 혼자 해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는 한참전부터 저 혼자 머리를 감는 다는 것이었다.

물론 숱도 적고 머리도 윤정이보다 짧긴 하지만 친구의 그 말은

윤정이의 도전정신을 자극한 모양이다.

둘이서 같이 목욕도 하고 머리도 감겠다고 목욕탕에 들어가더니

소근거리고, 킬킬거리는 즐거운 소리가 한동안 이어졌다.

엄마를 부르기에 가보니 다 행구고 수건으로 대충 말린 머리를

내게 보여준다.

 

'힘들지 않았어?' 했더니

'가운데는 샴푸 칠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다른곳은

깨끗하게 다 하고 잘 헹궜어요.' 하며 웃는 것이었다.

드라이로 말려 주었더니 두 아이는 사이좋게 앉아 서로의

머리에 빗질을 하는 것이었다.

아... 대견해라.

 

서아와 윤정 2.jpg

 

친구가 놀러온 날은 깜짝 놀랄만큼 일찍 일어나는 윤정이다.

밤 늦도록 소근거리며 책을 읽다 잤을 텐데도 아빠가 출근하는 다섯시 무렵부터

깨어나 마루를 살금살금 걸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오전 일곱시를 알리는 알람이 들리자 내가 자는 방으로 들어와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며 목청껏 외치고 깔깔거리며 사라진다.

늘 졸린 표정으로 아침 밥 상에 앉던 윤정이는 생기 가득해서  친구와 함께

집 안을 누비다가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웠다.

그리고 마당에 나가 친구와 함께 줄넘기를 넘었다.

평소 아침엔 상상도 못하던 풍경이다.

 

이룸 3.jpg

 

이룸이까지 언니들 따라 하느라 덩달아 독립심이 커진다.

다섯살 아이가 여덟살 언니들과 똑같이 하고 싶으니 얼마나 애를 쓰는지

보고 있으면 빙긋 웃음이 나올 정도다 . 언니들이 오는 날이면

저도 언니들과 같이 씻겠다고 하고 머리도 혼자 빗겠다고 야단이다.

아침일찍 일어나 언니들과 같이 밥 먹는 것도 물론이고

마당에 나가 줄넘기도 같이 하려고 애를 쓴다. 벌써 줄을 한 번 넘겨

그 위를  폴짝 뛰어 넘을 줄 안다. 줄넘기 배울때 하게 되는 첫 단계다.

언니들 덕분에 머지않아 줄넘기 신동이 될 기세다.

 

윤정이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섰다. 물론 둘이서 이 닦고

가방 챙기고 학교 갈 준비를 완벽히 한 것은 물론이다.

매일 이러면 정말..... 너무 좋겠다. ㅎㅎ

 

이런 넘치는 독립심은 친구가 간 다음날 다시 예전으로 순식간에 돌아갔다.

깨워도 더 자고 싶다며 뒹굴고, 느릿 느릿 아침을 먹는다.

일상을 반짝 빛나게 했던 흥분과 설렘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도 친구와 둘이 해 냈던 많은 일들로 윤정이의 독립심은 그 경계가

한 층 더 넓어졌다는 것을 안다.  기꺼이 발휘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다시 멋지게 해 낼 것이다.

 

그래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만 들면

척척 잘 해내는 내 딸인것을 아는데 그 모습이 매일 보이지 않는다고

안달하지 않는다. 엄마가 있을때는 더 의지하고 응석 부려도 되지, 암 그렇고말고..

다만 나는 잔꾀많은 엄마이므로 딸 아이의 독립심이 조금씩 더 커질 수 있도록

부지런히 계기를 만들어 딸의 손을 이끈다. 즐겁게 신나게 조금씩 저 혼자

꾸려갈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도록 돕는 것이다. 어려울 것도 없다.

언제건 좋아하는 친구가 놀러와 자는 일을 기분 좋게 반겨주고

두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준비해 주고 같이 해 보고 싶은 많은 일들을

유쾌하게 응원해주면 되는 일이다.

기분좋게, 행복하게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일..

아이의 독립심을 키우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선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를 불러보자.

두 아이가 빚어내는 새로운 에너지는 엄마도 더 행복하게 만든다.

 

 

 

 

 

 

 

Leave Comments


profile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don3123@naver.com 

Recen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