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감동, 가족 상장 수여식!! 생생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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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1일에 우리 가족은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가족 상장 수여식'이다.

지난해에 처음 했던 이 행사는 반응과 감동이 너무 좋아 앞으로 매년 이어가기로 했는데

이번이 두번째였다.

 

'가족 상장 수여식'은 말 그대로 가족이 서로에게 자기가 정하고 만든 상을 주는 행사다.

상 이름도, 내용도 물론 자기 맘대로다. 서로 어떤 상을 줄지, 어떤 상을 받을지 기대하고

예상해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막상 수여식이 시작되면 놀라움과 웃음, 감동과 뭉클함이

매번 기대를 넘어선다.

 

상장을 만드는 것도 각자 개성이 가득하다.

남편은 우리 가족 사진을 배경에 깐 상장 용지를 특별히 만들어 그 위에 멋진 글씨로

써 내려간 상장을 준다. 나와 두 딸들은 색도화지를 이용하고 필규는 그냥 흰 종이에

색연필로 쓱쓱 글씨를 써서 준다. 정성이 들어간 것도 있고, 휘리릭 만들어 온 티가

역력한 상장도 있지만 감동과 기쁨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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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네살이 되는 필규는 쑥쓰러워하면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장들을 가족에게

수여해서 큰 박수를 받았다.

아빠에게는 '인내심 상'을 주었다.

- 위 사람은 자녀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잘 참아내셔서 이 상을 드립니다'라고

써 있었다. 제가 몇 번 큰 잘못을 저질렀을때 남편이 화내지 않고 말로 타이르고

잘 받아주었던 것이 매우 고마왔던 모양이다.

나에게 준 상은 '현모양처상'이었다.

- 위 사람은 올해 들어 민주적으로 소통을 많이 해서 이 상을 드립니다-

'회복적 정의 '공부를 하면서 갈등이 있을때 무조건 화부터 내면서 야단을

치기 전에 대화로 풀려고 나름 노력했던 것을 아들은 느낀 것이다.

내가 노력했던 부분을 아들이 알아주었다고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이 뿌듯하고

고마왔다.

얇은 종이위에 휙휙 갈겨 쓴 보잘것없는 상장이었지만 작은 종이 한 장으로

내가 얻은 기쁨과 행복은 대단히 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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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살 때에는 글씨를 쓸 줄 몰라 그림만 그려서 상장을 주었던

이룸이는 지난해 스스로 터득한 글씨로 가족 한명 한명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 만든 상장을 또박 또박 읽는 모습으로

가장 큰 감동을 주었다.

이룸이가 윤정언니에게 준 상은 '알려상'이었다.

-언니는 내가 몰를때 알려주는 언니다- 라고 써 있었다.

이룸이가 내게 준 상은 '인기상'이었다.

-엄마는 재미스며 웃기며 우리를 웃개해주는 엄마다 엄마 사랑해요-

라고 써 있었다.

아..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상이었다.

여섯살 아이가 제 생각을 담아 글을 만들고 글씨를 써서 만든

상이라니...

이룸이의 1년이 반짝 반짝 눈부시게 이 안에 모두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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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이는 가장 정성들인 상장을 가족 모두에게 주었다.

반듯반듯한 글씨로 귀여운 그림도 그려서 아빠에겐 '타닥타닥 상'을 주었다.

- 이 상은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두꺼운 나무를 벽난로에 넣어 불을 때주신

아빠께 이 상을 수여합니다-

겨울마다 마당에서 장작을 패서 벽난로를 피워주는 아빠의 수고를 위로하는

상이었다.

나에게는 '요리조리상'을 주었다.

- 이 상은 우리에게 맛있고 멋진 요리를 만들어 주신 우리의 신순화 셰프님께

올립니다 -

내가 만든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 맏딸 다운 기특하고 고마운 상이었다.

오빠에겐 '책벌레상'을 동생 이룸이에게는 재미있고 기발한 것을 만들어낸 '창작상'을

주었다.

 

남편은 윤정이에게 '늘 맑음 상'을 주었다.

- 항상 웃는 모습으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기특한 우리 윤정.

오늘 2015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에 늘 맑은 목소리와 맑은 눈망울로

가족뿐만 아니라 주위 모두를 밝게 비춰주는 윤정이에게 아빠가 이 상을 수여합니다.

 

언제나 윤정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빠- 라고 쓰여 있었다.

 

남편이 이 상장을 일는 동안 윤정이는 눈물이 글썽해 있다가

마침내 아빠에게 안겨 눈물을 흘렸다.

오빠와 동생 사이에세 늘 많이 치이며 마음고생이 많으면서도

엄마 아빠가 힘들때 제일 먼저 알아채고 제 손을 내미는 착한 딸을

남편은 칭찬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오늘 받은 상장 중에서 아빠가 주신 상장이 제일 맘에 들어요"

하며 윤정이는 눈물을 훔쳤다.

1년 동안 애쓴 마음이 모두 채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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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내게 준 상은 '나의 사랑, 나의 순화'상이었다.

- 2015년 한 해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세 아이들의 꿈을 펼 수 있도록

인내하고 감뢰한 당신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아도 빛나지 않는 별이 없듯이

늘 내곁에서 그 별이 되어준 당신에게 이 상을 수여합니다.-

남편이 상장을 읽어가는 동안 필규는 옆에서 시,공간이 오그라든다며 몸을 비틀어댔다.

그 모습을 보면 모두가 웃었다.

 

사실 2015년 한 해 나는 남편에게 많이 소홀했다.

막내의 유치원 입학과 더불어 찾아온 반 나절의 자유에 취해 이런 저런 모임에 가입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에 마음을 빼앗겨 많은 에너지를 그쪽에 쏟는 동안

남편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틈 하나 만들지 못하고 지냈던 것이다.

남편은 외로왔고 허전했을 것이다.

연말에 찾아든 불안정한 직장 상황과 더불어 남편은 극심한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뒤늦게 남편의 마음을 알게 된 나는 미안함과 후회로 역시 힘든 시간을 지냈고

우린 그 시간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새롭게 확인했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아끼며 지내자고 결심한 터 였다.

많이 부족했던 마누라지만 그럼에도 한결같이 나를 사랑해준 남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상을 받으며 나는 다시 뜨거운 남편의 사랑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눈물을 닦으며 울고 웃으며 남편의 상을 받았다.

1년 동안 내가 누린 최고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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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상장 수여식은 처음엔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행사였다.

그러나 첫 해 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가족 모두가 받은 행복과 감동은 정말

큰 것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우린 지난해 서로에게 주고 받은 상장까지 모두 꺼내놓고 다시 들여다보며

웃고 이야기했다. 올해 주고 받은 상장도 모두 모아 잘 보관 했다.

'가족상장수여식'은 우리 가족만의 귀한 전통으로 잘 이어가자는 얘기를

나눈것은 물론이다.

매년 마지막 날에 가족 모두가 모여 서로에게 상을 주고 받는 이 행사가

두고 두고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한 추억이 될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인정, 사랑으로

마무리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이다.

다시 시작되는 1년도 많은 변화와 일들이 우리를 찾아 올 것이고

쉰이 되는 남편은 직장에서의 입지가 하루가 다르게 좁아 지겠지만

어떤 고비가 와도 지금처럼 서로 아껴주고 품어주며 잘 헤쳐나가면 될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고맙게 뿌듯하게 2015년을 보냈다.

그리고 새해가 왔다.

새 날들을 새롭게 사랑해야지.

불끈 힘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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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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