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겨울아!! 생생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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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아이들은 마음이 즐거워서 학교에 갔다.
언덕길 눈을 쓸면서 눈 덮인 학교 운동장에 넘칠 아이들 웃음소리를 떠올리곤 했다.
쓸어 내린 눈은 가장자리로 잘 모아 놓았다. 저녁에 돌아온 딸들이 분명 눈썰매를
타겠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낮엔 좀 녹는가 싶었는데 어두워지면서 기온이 뚝 떨어져 눈은 그대로 파슬하게 얼어버렸고
집에 돌아온 딸들은 저녁 먹을 생각도 안 하고 마당으로 다시 뛰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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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할 수 있어서 정말 신난다"
눈 쌓인 마당에 누워 팔 다리를 한껏 움직여서 눈천사도 만들었다.
눈 위엔 윤정이 눈천사와 이룸이 눈천사가 커다랗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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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제일 재미난 건 눈썰매!
경사가 높은 언덕길 눈은 한쪽으로 몰아서 잘 다져져 있었다.
겨울이면 1층과 2층 계단 입구를 막느라 쟁여둔 두꺼운 비닐 조각을 잘라와서 엉덩이에 대고
언덕길 끝에서 뒤로 누워 내려가기 시작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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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하고 순식간에 골목길까지 내려간다.
와아 하는 비명소리가 조용한 마을 골목길에 울려 퍼지고 가로등 불빛아래 상기된 뺨을 한 딸들이
비닐 썰매를 주워 열심히 언덕길을 올라 온다.
다시 눈썰매를 타고 내려가면서 또 즐거운 함성이 터진다.
조용한 시골마을은 밤 아홉시만 넘으면 인적도 드믄에 마을에서 제일 어린 아이들인 두 딸이
눈썰매 타며 웃는 소리가 추운 겨울 공기속에 멀리 멀리 퍼졌다. 쥐죽은 듯 조용하던 마을이
다시 생기를 얻어 살아나는 것 같았다.
필규가 어릴때는 동생들과 셋이서 눈썰매를 탔다. 개구진 아들은 엎드려 타고 누워서 타느라
늘 겨울 바지에 구멍을 만들어 놓곤 했는데 그래도 아랑곳않고 눈만 오면 눈썰매 타느라
언덕길에서 살았다. 그 명랑한 웃음소리, 야호  내지르던 함성소리.. 오빠를 따라 같이 내려가던
어린 딸들의 가쁜 숨소리... 생생하다.
눈썰매에 열광하던 아들은 벌써 열여섯..이제 스마트폰이 더 좋아졌지만 그래도 만약 집에 있었으면
한 두번 못 이긴척 눈썰매를 탔을 것이다. 재미없는 척, 너희들 생각해서 한 번 타준다 하는 표정으로
그러나 내려갈땐 저도 모르게 신나서 깜짝 놀라며 내달렸을 것이다.
작년에도 한 밤중에 아들과 눈썰매를 탔었다. 성큼 자란 마음 속에도 여전히 생생한 어린날의 즐거운
기억의 힘은 얼마나 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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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놀다 큰 딸은 춥다고 들어가버렸는데 막내는 데크의 눈 쌓인 곳에 철퍼덕 앉아
눈 빙수를 만드느라 오래 들어오지 않았다. 플라스틱 빈 화분에 눈을 채우고 그 위를
장식할 시든 나뭇잎을 찾느라 어두운 마당 어귀를 돌아다니는 건강한 막내딸의 모습을
창 밖으로 한참 지켜보았다.
 
한시간 넘게 마당에서 놀던 막내까지 들어왔다.
눈놀이를 하면 입었던 옷들은 몽땅 현관에 벗어두고 몸만 쏙 사라진다.
쌓였던 눈이 녹을때까지 그대로 두었다가 바지랑 양말, 윗 옷은 빨래통으로 가고
두꺼운 겨울외투와 장갑과 모자 머플러는 말리기 위해 벽난로 근처로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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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히 장작을 땐 훈훈한 벽난로위에 주렁 주렁 겨울 빨래들이 걸렸다.
장갑은 난로 아래 모아둔다. 아침이면 바삭하게 말라있을 것이다.
익숙하고 정겨운 겨울 풍경이다.

딸들은 옷을 갈아입은 후에도 마당을 오가며 눈을 퍼다가 책상 위에서 빙수를 만들고
물감으로  채색하느라 바쁘다. 늦게 오는 아빠 보여드린다고 정성껏 마당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내일까지도 안 녹겠지.

겨울은 꽁꽁 춥다. 눈이 오고 얾음이 얼고 찬바람이 부는 날들이다.
독감이 대유행이지만 아직 아이들은 건강하고 겨울바람 속에도 씩씩하고 즐겁게 뛰어 논다.
그런 놀이의 즐거움을 온 몸으로 안다. 이 집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다.
내 기침도 잦아들었다. 기운차게 눈을 쓸고, 아이들과 겨울밤 마당에서 한바탕 어울려 노느라
이 웃는 사이 기침은 스르르 약해졌다.
즐거운 기운이 몸을 낫게 한다. 그러니 힘써서 즐거운 시간을 많이 찾아가며 살아야지..

겨울밤이 깊어간다.
멀리서 남편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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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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