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가면 엉엉 울던 딸, 수면 치료 받다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 12월6일자 <한겨레> 26면에  ‘소아치과 수면 (진정)치료’(http://babytree.hani.co.kr/?mid=media&category=38804&document_srl=40302)에 대해 썼습니다. 마침 얼마전 수면 내시경할 때 사용되는 약물인 미다졸람에 대한 안전성 여부도 논란이 된데다(진정치료할 때 미다졸람도 쓰이거든요), 주변에서 수면치료 받아도 되는지 걱정하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마침 저희 딸도 충치로 수면 치료 권유를 받았고요. 치과 의사에게 딸 아이 앞니가 여러 개 상했고 아이가 예민해서 많이 무서워하니 “수면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요... 또 많이 갈등했습니다. 아이를 울리면서라도 그냥 치료할까, 아니면 의사 권유대로 수면치료를 할까.... 아직 어린 아이에게 수면 진정제를 먹인다는 것이 꺼림칙했기 때문입니다. 전 아이에게 될 수 있는 한 약물을 먹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아무튼 장시간의 갈등 끝에 의사 권유를 따르기로 했고, 성공적으로 썩은 앞니 4개를 치료했습니다. 저처럼 아이가 치과에서 치료받아야 하는데 치과를 너무 무서워하는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 제 경험을 들려드릴게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치 예방.  충치 예방 가이드도 함께 싣습니다.

 

 


 
 
 
 
  
영유아 구강검진도 꼬박꼬박 했다. 그때마다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다. 그런데 아이 앞니가 자꾸 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치과에 한번 가야 하는데... 가야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동네 소아치과에 간 것이 지난 8월 어느날. 아이 전용 치과라서 그런지 진찰 의자에 누우면 뽀로로 영상도 보여주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 고 해서 찍고 의사가 진찰을 했다. 뽀로로 영상이 나와도 아이는 무서운 기계들을 보자 마자 또 의사 선생님 얼굴을 보면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눕혀 검진을 했는데 모든 걸 종합적으로 본 의사는 “아이 앞니 사이가 많이 썩어 신경치료를 받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너무 울고 제어가 안되니 수면치료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수면치료에 대해 설명을 듣는데 ‘웃음 가스’를 주입해 아이가 일시적으로 잠들게 한다고 했다.
 
 

처음엔 수면치료라는 말 그 자체, 또 웃음 가스라는 말 그 자체가 무서웠다. 아직 나이 어린 아이에게 수면 진정제를 먹이고, 가스를 주입한다고? 혹시라도 아이가 깨어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등등 두려움이 앞섰다. 주위 엄마들에게 경험담도 듣고 또 조언도 들어 병원을 한 군데 더 가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주위 엄마들 얘기로는 치과 견적은 병원마다 좀 차이가 있으니 몇 군데 다녀보고 결정을 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또 다른 병원을 갔는데 “신경치료를 해야할 지는 충치를 긁어봐야 알겠지만, 한 개 정도는 그럴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이가 너무 치료에 겁을 먹으니 수면치료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얘기했다. 결국 두번째 간 병원에서 치료 일정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워낙 예약이 밀려 있어 한 달 뒤로 일정이 잡혔다.
  
 
 

한달 뒤 치료를 하러 가야하는데 아이가 목감기가 심하게 걸렸다. 감기에 걸리면 수면 진정치료를 할 수 없다. 코로 호흡을 해야하는데 숨을 제대로 못쉬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일정을 잡으니 치료가 두 달 뒤로 미뤄졌다. 미뤄진 기간 동안 치아가 더 썩지  않도록 칫솔질을 열심히 시켰다. 그리고 치료 날짜가 가까워질 때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아이 체온관리에 신경썼다.
 
 
 

치료 당일 딸 아이를 밤 12시 이후로 금식시키고 아침 9시까지 도착했다. 아~ 얼마나 떨었는지.... 병원에서는 먼저 진정제 처방을 해줬다. 15cc 정도의 오렌지색 약을 딸에게 먹였다. 병원에서는 조용한 곳에서 아이를 재우라고 했다. 그런데 요녀석 도통 잠들지를 않았다. 자꾸 휘청휘청하면서 잠 안자겠다며 자꾸 떼를 쓰고 보챘다. 의사는 “원래 이 약을 먹으면 좀 보채는 경향이 있다”며 “잠들때까지 기다려보자”고 얘기했다. 한 30~40분 걸렸나... 1시간 걸렸나... 꽤 시간이 흐른 뒤에 민지가 잠들어서 치료실로 옮겼다. 진찰 의자에 눕혀 수면 가스(아산화질소 가스)를 흡입하면서 서서히 치료를 시작했다. 워낙 아이들에겐 수면 진정제를 안전하게 최소의 용량을 주기 때문에 복용하는 진정제만으로는 지속적인 진정 효과를 얻을 수 없어 수면 가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잇몸에 마취를 하고 치료를 하려는 순간....민지의 입에 치료 도구를 넣자마자 민지가 악을 지르면서 깨버렸다. 그리고 토하기 시작했다. 잠든 사이에 토하면 기도를 막거나 기도를 통해 폐로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금식을 시키는데 민지 속이 별로 좋지 않아 토한 것이다. 갑자기 의사가 “산소 100% 투입” 하는데 얼마나 가슴이 콩닥콩닥하던지... 안절부절 못했는데 다행히 의사가 튜브로 이물질 다 제거하고 민지를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나는 민지를 안아서 달랬다. 민지는 가수면 상태에서 훌쩍훌쩍대면서 보챘다.
  

의사는 아무래도 민지가 예민한 상태인 것 같다며 한번 더 시도해보고 자꾸 깨면 다시 진료 날짜를 잡자고 했다. 아... 이 고생을 다시 해야한다니.... 다시 하기 싫었다. 잇몸 마취까지 다 해놓고 다시 시작해야한다니....
  
 
 
 

 

“선생님... 민지는 설득을 하고 설명을 하면 말귀를 잘 알아들어서 가만히 있을 거예요. 평소에도 설득을 하면 잘 참는 성격이거든요.... 고생한 김에 잇몸 마취도 다 됐으니 오늘 치료 다 끝냈으면 좋겠어요....”
  

의사선생님께 이렇게 말씀 드리고 나는 민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민지야~ 선생님이 민지한테 예쁜 이를 만들어줄거야. 하얀 생크림처럼 예쁜 이를 만들어줄거야. 민지가 조금만 참고 반지같은 것을 끼고 아~벌리고 있으면 돼. 치료 잘 하면 엄마가 민지가 좋아하는 생크림이랑 스티커 사줄게. 엄마가 민지 손 꼭 붙잡아 줄테니까 엄마가 곁에 있을 테니까 누워서 치료 받자” 
  
  

그런데 신기하게도 민지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진료 의자에 누웠다. 그리고 내 손을 꽉 붙잡고 가만히 누워 치료를 받았다. 이미 잇몸 마취가 돼 있는 상태라 통증이 없어서 그랬나보다. 그래도 지지지 충치를 긁는 소리며 물방울 튀는 것이며 모든 치과 치료가 그렇듯 정말 공포스러웠을텐데 잘 견디고 있었다. 무서울 때마다 내 손을 꽉 붙잡는데 얼마나 안쓰럽던지...
  
 
 

그렇게 해서 1시간 정도 걸렸나... 앞니 4개를 치료했다. 썩은 치아 다 갉아내고 뻥 구멍 뚫린 부분 떼웠다. 그렇게 해서 총 54만원정도의 진료비가 나왔다. 다행히 신경까지는 썩어 들어가기 않아 신경치료는 하지 않아도 됐다. 얼마나 다행인지...
  

의사 선생님이 임신한 여의사 선생님이셨는데 정말 친절하고 아이한테 설명도 잘해주고 꼼꼼하게 치료도 잘 해주셨다. 
  
아~ 이렇게 해서 그렇게 공포스러웠던 치과 치료를 마무리했다.  치과 선새님께서는 앞니 4개 말고는 다른 치아는 관리가 잘 됐다고 말씀해주셨다. 앞니 4개가 썩은 것은 아마도 밤중수유를 오래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해줬다.

민지는 치과 진료 받고 와서 한숨 푹 자고 평소보다 밥을 더 많이 먹고 이도 새하얗게 예뻐져 몹시 기뻐했다. 수면 진정치료 무서워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그렇게 겁낼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애가 잠든 상태에서 구토를 하면 안되니 금식 철저히 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다음날 아침 애가 배고플까봐 그 전날 9시 정도 치킨을 먹였는데 그게 좀 애 속에 부담이 됐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치료하면서 깨달은 사실. 이가 썩기 전에 관리를 잘해줘야 한다는 것. 충치가 생기면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고생한다. 칫솔질 아이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엄마가 한번 더 해주고, 밤중 수유는 이가 나기 시작하면 중지하고, 정기적으로 치과에 들러 점검하고, 사탕이나 젤리, 단 음료수 등 충치 유발하는 음식 먹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 뿐만 아니라 집안 모든 식구들이 충치 관리를 해서 뽀뽀를 통해 전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양선아기자 anmadang@hani.co.kr
  
 
 
 
 
 

 

영유아 충치 예방 가이드


 

 
 
 
‘밤에 젖먹이기’ 늦어도 돌까진 끊어야


 
 
보통 생후 6~12개월 사이에 치아가 나기 시작해서 30개월이면 모든 젖니가 나오게 된다. 이때는 부모들의 올바른 수유 습관이 중요하다. 잠자기 전이나 밤에 젖을 먹는 아이가 있고, 우유병을 물고 자는 아이들도 많다. 이럴 경우 충치가 생기기 쉬운데, 위 앞니가 모두 썩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밤중 수유는 만 6개월부터, 늦어도 돌 되기 전까지 끊는 것이 좋다. 되도록 아이가 잘 시간에는 수유를 줄이고 우유 대신에 보리차나 생수만 주는 것이 좋다.
첫 치아가 나온 뒤 소아치과를 방문해 앞으로 구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상담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만 2살 전에는 거즈, 손가락 칫솔 등을 사용해 칫솔질에 아이가 점차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해준다. 하루에 세 번 닦아주되, 적어도 밤에 자기 전 한 번은 꼭 구석구석 닦아줘야 한다. 달고 끈적거리는 음식을 먹은 뒤엔 바로 칫솔질을 하도록 한다. 아이들이 충치균에 노출되는 경로는 주로 보호자의 침을 통해서다. 뽀뽀, 음식을 씹어서 주는 행동, 빨대 및 수저 등을 같이 사용하는 등의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이유식에서 유아식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밥을 입에 물고 있는 습관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충치를 유발한다. 그런 습관은 빠른 시간 안에 고치도록 유도하자.
아이들이 혼자 양치질을 할 수 있는 시기는 6~7살 정도다. 5살 이전의 아이에게 이를 닦으라고 하면 한쪽만 닦고 다 닦았다고 하기 쉽다. 6~7살 이전까지는 아이 스스로 이를 닦게 한 뒤 부모가 한 번 더 닦아주는 게 좋다. 치약은 불소가 들어 있는 어린이용 치약을 콩알만큼 사용하고, 치약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면 치약 없이 칫솔만으로 닦아준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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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