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죽어도 모를 그곳 통증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2010.11.17 09:56 양선아 Edit
» 회음부 통증으로 식은 땀을 줄줄 흐르는 내모습. 옆에선 남편이 코를 드르릉드르릉 골며 자고 있다. 나중에 이 고통을 알려주리라 생각하며 인증샷을 찍었다. 으히히히. photo by 양선아
1시간 밖에 진통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뒤 ‘역시 둘째는 덜 힘들구나’하며 좋아했던 나.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출산 후 한 달 동안 날 괴롭힌 것이 있으니 바로 회음부 절개 통증이다.
출산 경험이 없는 사람은 회음부 절개가 뭔지 잘 모를 것이다. 회음부란 질과 항문 사이의 일부분을 말하는데, 자연분만할 때 우리나라 상당수 산부인과에서는 아기가 나올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이 부위를 자른다. 부분 마취를 한 뒤 회음부를 자르기 때문에 분만할 땐 아픔을 못 느끼지만, 나중에 꿰맨 부위의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산모가 느끼는 그 고통과 불편감은 ‘제 2의 진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 진통보다 더 힘들었던 것이 이 회음부 절개로 인한 통증이다.
분만 직후 앉아서 모유수유를 하는데, 도넛 모양의 회음부 방석을 하고 앉아도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그렇게 식은 땀을 흘리면서도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들은 얼마나 위대한가!! )아랫도리가 갈기갈기 찢긴 기분이었고, 실제로 회음부 꿰맨 부위가 퉁퉁 부어올라 샤워할 때 보면 엉덩이가 상당 기간 동안 비대칭이었다. 둘째 아이가 머리가 큰 편이었고 아래로 많이 내려온 상태에서 분만을 해서인지 첫째보다 회음부 절개가 많이 됐던 모양이다. 첫째 아이는 둘째에 비해 머리도 작고 몸무게도 덜 나갔었는데 그 땐 회음부 절개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첫째 아이를 낳고서는 사흘 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내 미니홈페이지에 아이 사진을 올리며 지인들에게 출산 소식을 알릴 수 있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둘째 아이 낳고서는 소변은 물론 대변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컴퓨터 앞에 앉을 생각은 꿈도 못 꿨다. 밥 먹을 때도 앉아 있을 때도 회음부 방석 없이는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 걸을 때도 그 부위의 고통 때문에 어기적어기적 걸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2박3일 내내 좌약을 넣고 대변을 겨우 겨우 봤으며, 출산 뒤 한두 달은 괜히 남편을 향한 적개심만 키웠다. 남편이 회사 일로 바빠 새벽에 들어오거나 내가 아이를 돌보며 낑낑 대고 있는데 남편은 코를 드르릉 드르릉 골며 달콤한 잠을 자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머릿속에선 남편을 한 대 콕 쥐어박으며 이렇게 쏘아붙이고 싶었다.
‘당신도 아랫도리를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을 한번 당해봐야 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있어 여자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남편도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고. 내가 어떤 고통을 겪으면서 아이를 낳아줬는데 여왕처럼 받들지는 못할망정!! ’
회음부 절개 통증은 한 달 내내 지속됐다. 기저귀처럼 큰 산모용 패드를 하고, 좌욕을 하고, 열 램프로 따뜻하게 쬐어주고, 병원에서 준 연고도 발랐건만, 아랫도리의 부종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2주 만에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에 돌아온 직후 한 3일 정도는 난 눈물바다 속에서 살았다. 낮에는 첫째 아이가 매달리고 밤엔 둘째가 한밤 중에 똥을 싼 뒤 계속 젖을 찾아 잠을 한숨도 제대로 못 잤다. 거기에 회음부 통증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고통은 끝이 있는 법.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째 접어들자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그 고통도 많이 감소됐다. 회음부 절개 통증이 줄어들자 비로소 둘째 아이를 키우는 기쁨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출산한 지 88일된 지금 난 회음부 통증은 없다. 얼마나 다행인지.
» 공포의 분만대에서 벗어나 산파와의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출산을 하고자 하는 산모들이 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일산조산원 서란희 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회음부 통증으로 너무 고생한 터라 분만시 회음부 절개를 꼭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조산원에서는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음부 절개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와 조산사에 물었더니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안현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회음부 절개를 하면 아이가 나올 공간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분만시 발생하기 쉬운 질 또는 회음부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며 “과거 집에서 아이를 낳은 어머님들의 회음부를 본다면 대번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를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은 경우 회음부 손상도 심하고 질도 너무 넓어진다는 것이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아이 머리가 크거나 아이가 나오는 산도가 너무 좁은 경우 회음부 절개를 해줘야 질과 회음부 손상이 덜하다”며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우 외국인들보다 질이 늘어지는 정도가 약해 상당수 회음부 절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년째 조산원을 운영하고 있는 서원심 열린가족조산원 원장은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서 원장은 “이 세상의 어떤 동물들도 회음부를 절개하며 자식을 낳지 않는다”며 “왜 인간만이 회음부를 절개하고, 회음부 손상을 경험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회음부 손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인간들의 개입 즉 촉진제 사용을 지적했다. 자연의 섭리대로 엄마가 충분히 진통을 하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출산을 하면 질이 아이 머리가 나올 수 있는 정도로만 늘어져 회음부가 많이 찢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부인과에서는 좀 더 빨리 아이를 낳게 하고, 진통 시간을 줄이려 촉진제를 사용하는데, 엄마 몸이 약물로 회음부가 늘어날 짬이 없이 격렬한 진통을 하기 때문에 회음부 손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출산시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진통 시간은 좀 더 길어질 수 있지만 촉진제를 사용했을 때처럼 격렬한 고통을 겪지 않으며 회음부 손상도 적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또 외국에서는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는 것이 추세인데, 많은 연구에서 회음부 절개가 반드시 필요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엄마들이 ‘좀 더 빨리’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몸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자연의 섭리대로 아이를 낳아줄 것도 주문했다.
이 조산원에서 지난 6일 둘째 아이를 낳은 민경화(39살)씨와 실제로 통화를 해봤다. 민씨의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머리둘레와 몸무게가 거의 비슷한데, 첫째 아이는 병원에서 출산해 회음부 절개를 했고, 둘째 아이는 조산원에서 낳으면서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았단다. 민씨는 “첫째를 낳고서는 소변과 대변도 간신히 보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으며, 회음부가 회복하는데 2주 이상이 걸렸는데, 둘째는 낳고서는 출산 뒤 3일까지는 불편한 감이 있었지만 전혀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었고 회복도 빨랐다”고 전했다. 민씨의 경우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으니 회음부 손상이 적었고 출산 뒤 삶의 질도 절개를 한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민씨의 경험담을 듣고나니 ‘둘째는 조산원에서 낳아볼 걸’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설명도 이해가 되지만, 서 원장의 ‘자연의 섭리와 충분한 진통론’에 좀 더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회음부 절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것은 분만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과 직결된다. 분만 방법은 다양하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 이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경험자들의 얘기를 다양하게 들어보자. 또 아이와 엄마 몸은 천차만별이고 각각의 상태에 따라 분만 방법도 정해야 할 터이니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을 한 뒤 출산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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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글에 대한 관심 감사드립니다. 일단 저는 회음부 절개를 안하는 게 좋다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글 말미에도 적었듯이 아이와 엄마의 상태는 천차만별이므로 전문가와 상담을 충분히 하고, 다양한 분만법에 대해 잘 알아보고 출산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입니다. 아래 신순화님께서도 아주 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우리나라는 다양한 출산법이 시도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엄마들이 다양한 출산법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님께서는 팩트는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으면 산모와 태아가 죽거나 불구가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산부인과 전문의들께 확인 바로는 "그렇지 않다"가 팩트였습니다. 물론 산도에서 태아가 아주 오랫동안 눌려있거나 하는 경우 그럴 수는 있지만, 반드시 회음부 절개를 해야만 아이가 뇌성마비에 걸리지 않거나 팔다리에 이상이 없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박문일 한양대 산부인과 교수는 "회음부 절개와 뇌성마비는 연관성이 없다"고 말씀하셨고, 안현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반드시 모든 산모가 회음부 절개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는 경우 질 및 회음부 손상이 심하다. 엄마와 아이의 상태에 따라 회음부 절개는 하냐 안하냐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수술이나 약물에 대해 제가 무조건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 꼭 필요한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적절한 답변이 됐을까요? -
사진을 보니, 고통을 짐작하고도 남겠네... 나도 첫째 낳을 땐 몰랐는데 둘째 낳고는 통증 때문에 고생 좀 했지. 둘째를 조금 더 크게 낳아서인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보니 절개 부위가 확실히 더 넓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회음부 절개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사실 나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선아 글을 보니 더욱 그러네. 워낙 의견이 갈리는 부분인 듯 해.
회음부 절개 안하려고 일부러 조산원에 가는 분들도 실제 있잖아. 그럼에도 당장 출산 때 진통을 겪어야 하는 산모로서도 진통을 더 하고 낳아야 하나? 그렇지 않아도 되나? 절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기로에 서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결국 이 문제는 어느 것이 좋다, 최선이다 문제보다는 개개인의 선택에 맞기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아.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낫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통과 불편을 감수하고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들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음부 절개 역시 산모가 직접 본인이 원하는 쪽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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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의 의료수준을 평가하는 잣대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모성사망율과 태아사망율이다. 후진국은 자연의 섭리와 충분한 진통을 하고 출산하다 보니 산모도 아이도 많이 죽고 뇌성마비도 많이 생긴다. 출산시 자연의 섭리에 따른다면 불구가 될 수 도 있는데 자연의 섭리에 따르고 싶은가? 충분한 혹은 오랜 진통을 겪는다면, 태아의 출산시간이 길어지는 것이고 질내에서 아이 머리가 눌리면...죽거나 뇌성마비,혹은 팔다리를 못쓰거나하는 불구가 생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회음부를 절개해서 태아의 출산을 돕는 것이다. 양선아님은 특별히 회음부 절개 후 통증이 심했던 듯합니다만 그 통증이 중요한가? 본인과 아이에게 불행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적어지는 것이 중요한가?
마지막으로 인간만이 출산시 왜 회음부 절개를 하냐면 인간은 출산시 얼마나 많은 산모와 태아가 죽거나 불구가 되는 지를 알고 그것을 줄일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동물은 메스나 가위를 쓸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글을 좀 더 신중하게 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