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사진 속 추억이 방울방울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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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린 아이의 나’와 마주한다. 엄마와 떨어지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과거의 나를 떠올리고, 텔레비전에 쏙 빠져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과거의 나를 본다. 많은 부모들은 대체로 자신의 결핍감을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이가 나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 역시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로 그렇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가족=따뜻한 공동체’라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길 바라고, 아빠의 넉넉하고 포근한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라고, 남매끼리 서로 돕고 의지하며 정답게 살기를 바란다.
 
지난 연말 우연히 외장 하드에 들어있는 사진 파일을 보다가 아이들 사진 파일을 쭉 보게 됐다. 일상을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아이들 사진도 많이 찍어 저장해 놓고 틈틈이 본다. 힘들고 짜증날 때 그 파일을 열어놓고 잠시 사진 구경이라도 하면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다시 살아갈 기운을 얻는다.

 

임신-출산-신생아-유아 시기때의 사진들을 훑어보면서 ‘아~ 5년이라는 세월이 이렇게도 빨리 지나갔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들을 보며 내가 아이 둘 낳기를 참 잘 했다고 생각했다. 힘든 점도 많고 기회 비용도 많았지만, 아이 하나보다는 둘을 낳았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더 많았다. 
 
민지는 민규가 태어나기 전부터 뱃속에 동생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생이 태어나서 누나는 항상 동생과 함께 했다. 동생이 있어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그 대신 동생이라는 든든한 존재가 생겼다. 둘은 지금까지 3년 넘는 시간을 함께 했는데, 그 관계의 깊이는 바다보다도 깊다. 엄마·아빠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죽이 됐든 밥이 됐든 둘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니 말이다. 때로는 서로 머리를 잡아당기고 싸우고, 같은 장난감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지만, 그래도 둘은 서로를 사랑한다. 둘은 서로를 모방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서로 영향을 받는다.
 
민지가 무슨 잘못을 해서 내가 큰소리를 치면 민규는 옆에서 이렇게 말한다. “엄마~ 누나 혼내면 안 되지~누나 이쁘다~ 해야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 누나를 위로한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상황에서 민규의 이런 행동을 보면 나는 피식 웃음이 나온다. 만날 싸워도 제 누나 감싸는 모습을 보면 ‘하나뿐인 누나 소중한 줄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민규는 또 엄마와 누나를 동시에 차지하려는 욕심이 있는데, 잠을 잘 때도 엄마와 누나를 양쪽으로 끼고 자려고 한다. 누나가 엄마 옆으로 가기라도 하면 “누나~ 여기로 와~”하며 끝내 자기 옆자리에서 자도록 만든다.
 
무남독녀로 자란 나는 항상 언니·오빠가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그래서 어렸을 때 얼마나 외로웠으면 엄마에게 “나는 커서 자식 열 명 낳을거야”라고 말했겠는가. 특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형제·자매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마련이다. 직장 초년병 시절, 친정 엄마가 아프셔서 지방에서 입원을 했다. 달랑 자식 하나뿐이니 나는 제대로 간호도 못하고 병실에 엄마 혼자 두고 서울에 올라와야 하는데 그 발걸음이 어찌나 무거웠는지 모른다. 결혼이나 출산처럼 중요한 인생의 대소사를 겪을 때도 나와 이런 저런 경험을 함께 나눌 자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한 적 있다.
 
오랜만에 우연히 아이들 사진첩을 보다가 남매 사진만 추려 정리를 했다. 둘이 함께 한 사진들을 연도별로 정리해서 나중에 좀 더 크면 둘에게 보여줄 생각이다. 둘이 함께 한 세월 속에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방울방울 만들어졌는지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
  
그 시간을 상상하며 나는 혼잣말로 속삭인다.
‘너희들은 좋겠다, 함께여서’라고….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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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