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정일, 공포를 쏘아 올리다』 서평

 

D&D Focus 2009년 5월호

 


기자정신으로 해부한

비대칭 무력의 실체와 김정일 전략



 


북한의 로켓 발사 임박에 촉각이 곤두서있는 상황에서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장사정포, 화학탄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정교하게 해부한 책이 나왔다. 월간 ‘신동아’에서 7년간 군사안보 기사를 담당하며 자료수집과 수많은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해온 필자는 “남북간 경제력 격차가 분명해진 1990년대 이후 북한 군사력 가운데 한미 양국의 군 관계자들을 긴장케 한 것은 병력숫자가 아니라 이들 비대칭 무기체계”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 책의 목적이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이들 무기체계의 위협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 대량살상무기가 실제로 사용될 경우 서울과 수도권에 어떤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그치지 않지만, 이 책은 국내외 전문학자들의 시뮬레이션 자료를 폭넓게 인용하고 이들의 기법을 차용해 실제 위협분석에 적용함으로써 구체적인 수치로 실체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 국방부가 개발한 HPAC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서울 용산에서 초보적인 수준의 핵폭탄이 폭발할 경우 최대 125만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결과를 내놓았다고 책은 소개한다. 특히 낙진이 과천, 분당, 성남, 광주 등 서울의 위성도시까지 간접 피해를 입히는 등 사상 최대의 참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불바다’론의 핵심인 장사정포의 경우 그 수량과 사거리, 서울의 지형까지 감안하는 분석이 이뤄졌고, 탄도미사일은 공산오차가 큰 북한 미사일의 특징을 반영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담고 있다. 북한이 장기간 비축해온 화학탄이 탄도미사일에 탑재될 경우 최대 20만 명의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특히 이 책은 이러한 무기체계가 실제로 한반도 전쟁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북한의 군사교리를 예측, 분석하는 내용도 다뤘다. 핵무기의 경우 초보 수준의 기술만을 보유한 현재 상황에서는 한미 연합군의 반격로를 끊기 위한 ‘핵 지뢰’로서의 사용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필자는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배치나 활용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무기체계가 단순히 군사적인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울의 민간피해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도 한국이나 미국이 수도권의 민간 피해를 우려해 쉽게 군사행동에 나서지 못하게 만드는 이른바 ‘공포효과 극대화’ 포석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책은 단순히 북한 무기체계의 최대피해 예상치를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그간의 평가를 넘어서기 위해 ‘창과 방패’라는 개념도 삽입했다. 북한의 ‘창’에 대응하는 한미연합군의 ‘방패’도 엄밀하게 분석한 것이다.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한미연합군의 대화력전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미사일방어(MD)체제는 한반도 전장에서 과연 효과가 있는지, 핵폭탄에 대응하는 한국군의 정밀타격체계나 미국의 핵우산은 과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여기에 실제로 남북간에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의 전쟁 전개 시나리오와 그에 대비한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 개념이 최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도 보론으로 삽입해 군사분야의 초보 독자들도 ‘한반도 전쟁’의 얼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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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