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의 황당한 기자회견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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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강남에서 사무실을 내고 얼마 있다가 유명한 무기 로비스트인 린다 김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린다 김을 로비스트로 끌어들인 전설적인 무기중개상 아놀드 카쇼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부탁했다. 터키 사람인 카쇼기는 전 세계의 왕실, 군부, 정보기관, 정치인들과 끝을 짐작할 수 없는 폭넓고 깊은 인관관계를 갖고 있었다. 이 놀라운 인물이 중동에서 무기를 팔을 때 사연은 기구하다 못해 끔찍했다. A라는 나라를 찾아가 “B라는 나라가 당신네를 공격할지 모른다”며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어 B라는 나라를 찾아가 “A가 너 네들을 겨냥한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러면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무기 수요가 발생한다. 어쩌면 전쟁 가능성을 높이기도 하고, 적대국 사이의 중재도 하면서 계속 무기를 팔아먹는 것이다. 린다 김 조차도 그런 카쇼기를 ‘죽음의 상인’이라고 불렀다.

국제정세에 밝은 뛰어난 로비스트들은 무기가 어떻게 팔리는 것인지, 그 속성을 훤히 꿰뚫고 있다. 이들을 거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무기를 팔기 힘들다는 것이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그래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전 세계의 무기거래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냉전 이후 세계는 무기거래를 축소하면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다 같이 노력하고 있고, 무기거래에 있어 상당한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무기거래는 전 세계 무역량의 5%이지만 국제 비리 스캔들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블랙마켓이라고 할 수 있는 무기 거래를 줄이기 위해 유엔, 국제투명성협회, 국경없는 의사회 등 양심적 지식인과 단체가 뜻을 모으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아주 놀라운 보도 자료가 한 장 날아왔다.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이 3월말에 유력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와의 인터뷰 자료와 4월 12일자 해당 매체의 기사 내용이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노대래 청장은 “금년 우리나라의 무기 수출 목표는 30억불”이라고 밝히며 초지일관 “무기수출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그동안 무기 수출을 강조해 온 노 청장은 작년 12월 21일의 <문화일보> 기고에서 “5년 후 우리나라 무기 수출은 100억불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매우 우려스럽고 위험한 주장이다. 전 세계 OECD 국가들 중 어떤 정부의 고위관리가 자국의 무기수출 목표액을 공개하면서까지 무기 수출 정책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경우는 없다.     

작년 초에 전직 국방과학연구소 소장 등 과거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회동한 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아주 의미 있는 발언이 나왔는데, 참석자 중 한 명이 필자에게 그 내용을 전해 왔다. 이명박 정부가 “무기수출 7대 국가에 진입한다”는 국방산업 선진화 전략을 재작년 10월에 공표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가 중장기 무기수출 목표를 정해서 발표를 하느냐는 것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전 세계 무기거래가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며 ‘전쟁 없는 세계’를 지향해 왔고, 평화와 군축, 공동안보와 다자간 안보협력을 지구촌이 지향하는 규범과 가치로 인식해 왔다. 아직도 분쟁과 갈등이 속출하는 국제사회에서 무기거래는 일종의 ‘필요악’이지 국가가 무기를 많이 팔겠다는 목표를 정해서 이를 내외에 공표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이다. 한 국가의 정책이 국내적으로 정당성을 갖는 것만이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한국의 무기수출 정책 공표는 그러한 규범을 벗어났다. 이 때문에 OECD 가입국가 중에서 국가정책으로 무기 수출을 대폭 늘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

하려거든 조용히 하던가, 대통령이 나서고 국방부와 방사청이 나서서 ‘죽음의 상인’이 되기를 자처하는 이 요란한 광풍에 윤리적 성찰은 없었다. 그 중에서도 노 청장의 경우는 입만 열면 무기 거래에 대한 관심과 수출 확대를 부르짖고 있다. 한 때는 국내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전 세계의 정치학자들과 시민단체도 다수 구독하는 유력 외신에까지 이런 주장을 하는 데 대해서는 충격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런 주장은 동맹국을 비롯한 여러 무기 생산국으로부터 강한 견제도 초래했다. 작년의 F-15K 센서인 타이거아이 무단분해 의혹으로 촉발된 미국의 속마음은 한국의 무기 수출을 강하게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의 방산보안청(DTIC) 청장이 최근 들어 자주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들은 한국 무기에 적용된 기술의 족보를 철저히 따져보고, 미국의 기술이 적용된 경우 로열티를 확실하게 징수하며, 해외 수출은 반드시 견제하기 위해 수시로 들어온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아는 방위사업청장이 무엇이 그렇게 아쉬워서 국가의 겪을 떨어뜨리는 기자회견이나 하고 다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무기수출 액수를 5년 전과 비교하는 방사청의 발표 자체도 신빙성이 없다. 2006년에 2억불 남짓하던 방산 수출액이 작년에 24억불로 무려 12배 성장했다는 것이 방사청의 발표인데, 이게 사실일까? 방위사업청장이 그렇게 엄청난 실적을 올릴 만큼 탁월할까? 아놀드 카쇼기가 놀랄 일이다. 실제로 방산 수출액이 이렇게 늘었다면 우리 방산 업체의 주가는 마구 올라가고 회계도 개선되었을 것인데, 노 청장 재임 기간 중에도 방산 업체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된 상화이고, 부가가치나 생산성, 수익률 지표 어느 것 하나 개선된 것이 없다. 일종의 유령 통계를 만든 것이다. 이런 걸 만들어서 국내는 물론 세계로부터도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일을 왜 하는 걸까?

과거에 90년대에 인도네시아 독재정권이 동티모르 독립운동을 유혈 진압할 때에도 한국이 팔아먹은 소총, 차량, 탄약이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는데 쓰여 져도 아무런 양심을 가책을 받지 않는 불감증의 나라가 한국이다. 동티모르 사태 당시 영상 자료화면을 보면 인도네시아 정부군이 학살에 사용한 무기, 기동장비, 심지어 시위진압 장비까지 몽땅 한국제다. 모든 것은 ‘국가 이익’의 이름으로 합리화되었다.

유엔은 분쟁 중인 쌍방 국가에 동일한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비인도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리스와 터키가 긴장관계에 있을 때도 양 측에 동일한 탄약과 신관, 야포를 팔았다. 그래서 한국 무기끼리 교전을 할 뻔 했다. 수출이 금지된 지뢰를 미국 몰래 외국에 수출하려고 선적까지 했다가 발각된 일도 있다. 우리는 무기 수출에 대한 그 어떠한 도덕적 판단이나 규범체계를 갖고 있지 못한 나라다. 전직 국방과학연구소장들은 무기수출 정책을 수립한 것이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 그걸 발표했다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무기거래의 정치군사적 의미를 무시하고 단지 ‘돈이 된다’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 인식의 천박성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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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