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진단] 북한 핵, 억지용인가? 협상용인가? 국내정치용인가? 남북군사력

<코리아연구원 정책보고서> 한반도 위기진단과 해법(2013. 4. 25.)

 

김종대(디펜스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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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위협에 대한 시각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세 가지 시각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핵 위협은 군사적 억지력 확보라는 북한의 핵심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핵 위협은 핵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을 벌여 한반도 정세의 새판을 짜기 위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셋째, 핵 위협은 대외적 요인보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라는 북한 내부의 요인이 크게 작용한 국내정치용이라는 시각이다. 이러한 세 가지 입장에 대해 우리는 똑같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왜 핵위협이라는 극단적 강수를 두었나?

이 질문에 대해 우리 사회 주류 입장은 북한이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 위협을 도발했다는 시각이다. 이 시각에서도 두 가지로 그 입장이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대남 전면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공세적 운용의 목적으로 핵 위협을 가한다는 입장, 두 번째는 대남 군사적 열세를 보완하려는 방어적 운용 목적으로 핵 위협을 가한다는 입장이다.

 

적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대남전략

 

공세적 운용의 입장에서 보자면 북한은 군사우위 달성한 후 한국을 위협 및 협박하여 적화통일 달성이라는 대남전략의 맥락에서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본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핵 보복력 확보 후에 재래식 전력으로 남한을 기습 도발하는 “3일 전쟁”, “우리식 전면전 수행”에 대한 최종점검을 하고 있다고 추측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기존의 대부대 위주의 대규모 전면전보다 핵미사일 위협을 앞세운 전략 로케트군, 20만 특수부대, 기습전력(공기부양정, 잠수함, 저공침투기)의 운용을 통해 그들 표현대로 “통일대전”을 수행하기 위함이 목적이라고 본다. 주로 국방부와 군 관련 인사들의 시각이다. 그런데 이런 시각의 문제점은 북한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이와 달리 또 다른 수정주의자들은 북한의 핵위협은 체제생존을 위한 억지력이라는 입장이다. 핵무기의 방어적 운용이 그 목적이라는 의미인데, 이에 따르면 북한의 핵무기는 냉전 이후 북한의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여 체제 생존을 유지하는 현상유지가 목적이다. 특히 1991년 걸프전 직후 북한 폭격 위협과 9.11테러 직후 미국의 북한 공격 위협을 경험한 극복은 최근 리비아의 가다피 몰락을 지켜보며 오직 핵무기만이 자신을 지켜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여기에다 남측의 군사비 투자 확대로 재래식 전력의 열세에 처한 북한은 비대칭 전력을 선호하게 되었고, 이것이 핵 위협의 동기를 형성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시각들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강력한 설명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는 의문이 있다.

첫째, 핵 보유가 북한에 어떤 안보이익을 제공했는가라는 점이다. 북의 핵 위협 때문에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 공격 연습이 올 3월의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통해 더 가속화되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 공격 개념은 2001년 미국의 핵태세검토(NPR)와 미 전략사령부(STRACOM)의 ‘개념계획 8022’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그 내용은 B-2 스텔스폭격기, B-52 전략폭격기의 지표관통형 핵폭탄(B-62-11), 핵추진 잠수함의 트라이던트 미사일, 항공모함 전투기의 핵 투발 등에 의해 다양화되어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전방위적 핵우산 제공을 초래한 북한의 조잡한 핵무기 개발은 아무래도 북한의 안보를 더 잠식한 것 아닐까?

 

북한의 이상 행동

 

둘째, 북한은 최근에 핵 개발 과정에 왜 은밀성을 도모하지 않았나 라는 점이다. 최고의 국가 기밀이라고 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미국에 공개(2011년 10월)한 데 이어 작년에 미사일 발사에 외신기자를 초청(2012년 4월)하고 핵보유국을 헌법 명기하며 핵 무력 강화 법령을 제정하는 등, 북한의 태도는 마치 핵개발 과정을 국제사회가 알아달라는 듯이 보인다. 그 결과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결의가 채택되어 국제적 감시망이 강화된 것은 북한의 핵 개발을 더 어렵게 하고 지연시켰다. 정말 핵을 보유하려면 최대한 조용하고 은밀하게 추진하다가 어느 날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기정사실화 전략이 효과적인데, 북한은 왜 핵 개발 자체에도 불리한 여건을 자초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핵 보유 말고 어떤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닐까?

셋째, 북한 핵의 효용성의 문제다. 전 세계에 중국, 러시아를 제외한 나라 중 미국을 핵으로 억지하는 국가가 있나? 설령 북한이 목표한 대로 핵을 개발했다 할지라도 그 정도 갖고 미국과 ‘공포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호확증파괴(MAD)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게다가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한다고 하지만 핵전쟁 상황에서 북한이 핵 운용을 제대로 통제하고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미국과 주변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공포의 균형이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는 북이 애초에 목표로 했던 억지력의 효과도 의문시 된다.

 

 

북한핵은 협상용인가

 

그렇다면 북핵 위협의 이면에 있는 다른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을 살펴보자. 우리 사회의 자유주의자들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여기에도 크게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첫번째는 북한 핵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협상 도구이고, 두 번째는 개혁개방에 직면한 북한이 전환기적 과두체제를 형성하면서 외부의 적을 활용해 내부의 결속을 꾀한다는 국내정치용이라는 시각이다.

첫 번째 관점에 따르면 북한 핵은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한반도 '새판 짜기 협상을 위한 도구이다. 북한은 체제 생존을 위해 미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전개하여 왔다. 특히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3월 8일에 “모든 불가침합의를 폐기한다”며 “정전협정 백지화”를 공언한 것은 미국과의 더 큰 협상을 위한 사전 포석에 불과하다. 이후에 평화협정이라는 새로운 한반도레짐이 창설되면 이것이 북한 생존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여 북미 관계 개선(수교) 및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린다.

두 번째 관점에 따르면 북한의 핵 위협은 대외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권력이 재편되고 개방에 직면한 북한에 새로운 과두권력이 형성되는 과정에 일어난 현상이다. 단적인 예로 1994년 김일성 사망 시에는 한만국경이 6개월 간 폐쇄된 반면에 김정일 사망 시에는 단 3일에 불과했다. 이제는 휴대폰이 150만대나 보급된 북한도 더 이상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갈 수 없는 국제적 상호의존 체제에서 주민들이 동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환기에 김정은-군부 엘리트가 공유할 수 있는 '외부의 적'을 만들어 국가 엘리트들이 계속 적응할 수 있는 국내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고자 핵 위협을 가한다는 시각이다. 또한 북한이 경제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재래식 전력에 의존하는 군비를 줄여야 하는데, 핵무기가 바로 그 여지를 제공한다. 정치-경제적 시각에 입각한 이러한 분석은 지난 3월 30일 북한 중앙당 전원회의에서 “핵무력-경제 병진노선 천명”으로 북한 스스로에 의해 표명된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에 대한 악마화 이미지

 

첫째, 만일 협상이 목적이라면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가동을 왜 중단시켰나? 이 조치는 남쪽으로부터 유입되는 달러뿐만 아니라 제3국의 외자유치도 심각한 지장이 초래된다. 궁극적으로 경제가 목적이라면 이러한 행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둘째, 왜 전선을 한미 정부와 군대에 국한하지 않고 민간으로 확대하였나? 북한 서방 언론을 향해 이미지 정치를 하면서 남쪽 언론사와 금융기관을 공격 대상으로 선정(사이버테러)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북한에 대한 '악마화 이미지', '미친 국가'라는 반감이 확산되어 향후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도 어려워진다.

셋째, 핵무력과 경제건설의 병진이 가능한가? 이제껏 평화체제와 경제발전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여 대외협상의 중요한 의제로 정립되어 왔다. 그런데 북한은 앞으로 핵을 가진 상황에서 경제적 고립이 심화될 처지다. 그렇다면 북한이 평화적 이미지를 관리하지 않으면서 경제건설을 위한 대외 협력을 도모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이런 의문이 유효하다면 제3의 새로운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 사회에는 이른 바 북한의 전략문화(strategic culture)에 그 원인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수령을 결사옹위”하며, “제국주의 미국을 응징 한다”는 집단적인 복수의 정서로 맺어져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유격대 국가, 극장정치를 통한 이벤트 정치로 통치가 이루어지며, 이 때문에 주로 국가 기념일에 위협을 가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1992년에 완성된 김일성의 노작인 '세기와 더불어'에서는 미국을 상대하면서 상대방의 핵심과 후방을 타격하여 심리적 충격을 주는 전략 선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객관적 상황이 불리할수록 더 공세적 태도 과시한다. 여기에서 북한은 겪이 맞지 않게 미국과 대등한 핵 국가로서, 미국을 체벌하는 징벌자로서의 위상에 집착하는 소위 ‘위신의 정치’ 행태를 보인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도 의문은 있다.

첫째, 김정은 후계가 원활하다면 아무리 군사국가로서의 국가 정체성이 있다고 해도 과도한 핵 도발 이유가 있는가? 2012년에 당-군-정부의 원활한 세대교체는 이미 이루어졌지 않나?

둘째, 일찍이 모택동은 “전략이 투철할수록 전술은 유연하다”고 했다. 김일성의 ‘세기와 더불어’도 기실 가르치는 것은 유리한 전쟁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김정은은 이러한 가르침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북한의 정체성에 과연 부합되느냐의 문제이다.

셋째, 구성된 이익의 중요한 축이 중국의 지지 아닌가? 굳이 중국이라는 북한 정체성의 중요한 한 축을 멀리하면서까지 위협을 구사하는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와 맺어온 문화와 정체성에 의한 국제사회의 맥락(social context)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정은 시대에 와서 왜 갑자기 새로운 행태와 정체성이 보여 지는 것일까?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이 관찰되자 케네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빌어먹을 미스테리”라고 투덜거린 바 있다. 지금 북한의 핵 위협이 바로 그러한 형국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투덜거릴 일이 아니라 북한의 핵 위협은 우리의 어떤 행동에 대한 반응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즉 우리가 하기 나름 아니었냐며 시선을 반대로 돌리는 것이다. 때마침 북한과 중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물밑 대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지켜보면 한반도 위기의 진정한 실체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201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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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