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대통령과 국방차관의 고강도 국방개혁 발언 분석 국방개혁

 

D&D Focus 2010년 1월호



‘경제’에 재갈 물린 ‘국방’,

언로 잃고 표류하는 국방비전



장수만 차관의 ‘국방개혁 재검토’ 발언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총체적 국방개혁 재검토’ 발언이 나왔다. 군의 근원적 개혁을 촉구하는 청와대 발 개혁 태풍은 향후 우리 군의 준비 태세와 국방운영에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선진적 국방운영과 획득체계 개편 등을 마련한 대통령 보고 준비를 하고 있는 확인되었다. 그 내막을 추적한다. 


 

 


석연치 않은 국방장관의 UAE 출장


지난 11월 하순.

주한미대사관은 김태영 국방장관의 갑작스러운 UAE 출장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애초 예정에 없던 김 장관의 출장은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장관급이 나서서 UAE와 긴급히 처리해야 할 국방현안이 무엇인지도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고, 국방부가 장관의 출장을 일체 비공개로 처리한 것도 세간의 의문을 증폭시켰다. 이 당시 미 대사관 직원은 물론 주한미군 관계자까지도 김 장관의 UAE 출장 목적과 일정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는 11월 18일에 합참으로부터 한반도 급변사태 대비 개념계획인 5029에 대한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국방부는 장관이 부재중이라며 연기를 요청했다. 국방위는 23일로 행사를 미루었는데 이 날도 김 장관은 나타나지 않았다. UAE 출장이 예정보다 길어졌던 것이다.

그러던 김 장관이 12월 초에 또 다시 UAE로 출국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또 다시 출장길에 오르면서 장관이 참석하기로 한 국방위원회 간담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들이 차질을 빚거나 약식으로 처리되었다.

미 대사관 측에서 장관의 출장에 대해 예민하게 나온 이유는 곧 밝혀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김 장관이 UAE로부터 원자로 건설 수주 활동을 하는 지식경제부 등 경제부처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출장이었던 것이다. UAE 원자로 건설은 미․일 컨소시엄과 프랑스, 그리고 한국의 3파전으로 수주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비록 액수는 적다 할 지라도 50조원 규모에 달하는 중동지역의 미래 차세대 에너지인 원자로 수출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는게 이 사업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UAE와 산업협력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면서 원자로 수주 성사를 다짐하고 있다. 일본도 역시 지난 1월에 UAE와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UAE는 오는 2020년까지 원전을 통해 2만㎿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원전 14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도 올해 UAE에 각별한 관심을 표방하면서 연일 원전기술의 해외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12월 4일 이 대통령은 영광원전 6호기를 둘러본 뒤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해외수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 졌다. 원자로 수주문제는 한미일 정상들이 직접 나서는 국가 간의 ‘자존심 경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한편 UAE 측은 원자로를 발주하면서 한국에 모종의 군사협력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이 경제부처 고위관계자와 함께 출장을 간 이유도 UAE 측의 군사협력 요구를 검토하고 협상하려는 것. 이 대통령이 “UAE 원전 건설 수주를 위해 관련 부처와 장관들이 발 벗고 나서라”는 불호령을 내리자 UAE의 군사협력 요구를 검토하기 위해 국방장관이 직접 나선 것이다.

그러나 UAE 측이 요구한 군사협력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현재 일체 비밀로 관리되어 외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올해 초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UAE 수출 협상 당시에는 아부다비는 미사일, EMP 폭탄, 무인정찰기와 같은 핵심무기 기술을 이전해 달라고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장관의 UAE 출장 시에는 황의돈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동행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 사단장을 역임한 황 부사령관이 중동 국가들 사정에 밝다는 것이 김 장관과 동행한 이유인 것으로 짐작된다. 국방장관과 부사령관이 경제 부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상당 기간 자리를 비운 것은 이례적이다. 바야흐로 경제전쟁의 시대에 비즈니스에 뛰어든 국방장관의 행보는 ‘돈 버는 국방’을 표방한 현 정부의 색깔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한편 국방 수뇌부가 자리를 비운 동안 국내에서는 연일 국방의 총체적 효율화를 통한 국방예산 절감에 대한 연이어 언급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에 전달된 국방부의 비밀 보고서


이전에도 여러 차례 국방예산 효율화에 대해 언급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10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강한 어조로 국방예산의 효율화를 재차 강조했다. 

“이제껏 내가 국방예산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여러 차례 지시했는데, 아직까지 이루어진 것이 없고 보고된 적도 없다. 재차 지시하니 제대로 만들어서 보고하라.”

대통령의 이러한 의중이 공개적으로 표출되자 국방부는 국방예산 선진화․효율화 방안을 작성했다. 그리고 12월 1일에 장수만 국방차관은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의 중기재정계획을 감안해 전력증강계획 등을 전체적으로 재정리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상희 장관이 수립했던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긴축 재정의 국정기조에 부합되도록 수정할 의사를 내친 것이다.  8월에 이 장관과 국방예산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장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향후 방위력개선비를 대폭 하향조정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UAE에서 돌아 온 김태영 장관은 국방예산 효율화 방안과 국방 획득체계 개편 등 국방현안을 망라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12월 7일에 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겠다고 청와대에 요청했다. 처음에 이를 수락한 청와대는 대통령 일정상의 문제로 7일 보고가 곤란하다며 10일로 연기한다. 그러나 10일에 보고가 이루어지기 이전인 8일에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최근 국방 업무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제는 제도적 차원에서 기존 (국방)업무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총체적 국방개혁’을 강한 어조로 또 다시 강조했다. 그 핵심 대목은 다음과 같다.

“무기도입과 조달, 그리고 병무관련 업무 등은 우리가 분단국가라는 특수성과 업무의 틀이 거의 고정돼 있다는 성격 때문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많다. 현재의 구조에는 근원적으로 비리가 생길 틈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획기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예산을 절감하면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본다. 그래야 국방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고 군의 사기도 올라갈 수 있다.”

이 발언이 있고나서 10일로 예정된 보고는 재차 연기된다. 김 장관이 대통령에게 국방개혁 방향을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강도 높은 군 개혁을 주문하는 일이 연이어 벌어진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국방부는 12월로 예정된 외교안보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전에 대통령 보고가 성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8일의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려던 ‘국방 효율화 방안’ 보고서와 모종의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자의 취재결과 이 보고서는 김 장관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려던 것인데, 보고가 성사되지 못해 문건 형태로만 청와대에 전달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보고서에는 국방예산의 효율화 방안과 함께 대통령이 “비리의 소지가 있다”고 지목한 국방획득체계에 대한 개선방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국방부는 현재 방위사업청이 갖고 있는 획득관련 계획수립, 예산편성, 감사 기능을 전부 국방부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획득체계 개선방안’을 보고서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된다. 더불어 국방부는 방위사업청 기능을 국방부의 획득차관(2차관)을 신설하여 그 권한과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방안을 설명하면서 국방부는 방위사업청의 인력 50% 감축을 포함한 획득 절차의 근본적인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현 방위사업청의 폐지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 보고서가 청와대에 제출되는 동안 국방부는 이미 방위사업청의 획득형 장교를 원 소속군으로 원대 복귀시키고 앞으로 국방획득사업은 방위사업청이 아닌 국방부와 각 군이 주도가 되어 추진한다는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방위사업청이 이미 유명무실화되고 있다는 한탄이 방사청 내부로부터 터져 나오는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무기도입의 구조적 개혁을 강조한 대통령의 말은 ‘국방부의 획득체계 개편에 대한 보고 내용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국방부가 올린 보고내용에 전부 공감한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에는 왠지 개운치 않은 점이 있다.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조선일보」는 거꾸로 “(획득관련) 예산, 계획, 감사와 같은 핵심 기능이 군의 전유물로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청와대의 의도라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 보도 내용대로라면 획득의 핵심기능이 국방부로 이관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거꾸로 방위사업청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더 강화하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획득과 군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고 경제 전문기관이 국방 획득을 담당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도대체 비리가 얼마나 많길래.....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획득의 핵심기능을 국방부로 이관한다는 국방부의 의도에 청와대가 동의한다면, 왜 이제껏 국방부 의중대로 획득체계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고 2년이 다 되도록 검토만 하고 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이 인식하는 것처럼 국방 획득 전반에 그처럼 비리가 많다면 국방부로 방위사업청의 핵심기능을 이관하는 것이 과연 비리 근절을 위한 올바른 처방이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이 문제를 결론 내리기에 앞서 청와대가 국방 획득 비리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지난 호에서도 시중에 알려진 것보다 여러 국방비리 사건이 사정당국에 의해 내사 중이며, 그 규모는 율곡비리 이후 최대 규모라고 소개한 바 있다(D&D Focus 2009년 12월호, 「청와대가 군을 통제하는 3가지 전략」 참조). 그런데 최근 검찰에서 내사하고 있는 또 다른 방위사업 비리 혐의가 몇 가지 더 포착된다. 

최근 서울지검은 한나라당 최고위원 K모 의원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해군 잠수함에 밧데리를 독점 납품해 온 S업체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또 다른 방산 비리 사건으로 비화될 잠재적 폭발력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사단장 재직 시절에 수의계약을 통해 냉동장비와 저질 돼지고기를 납품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은밀히 그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 드러나는 이러한 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은 아직 군 수사기관에 아직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검찰 주변에서는 지난정부의 조기경보기(AWACS) 도입과정에서 공급업체인 보잉사를 통해 거액의 정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포착되었다는 소문이 흘러 나왔다. 이 소문을 일부 언론이 취재하자 보잉사 측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대사에게 “한국정부가 지난 번 F-15K 도입에 근거 없는 의혹을 갖고 보잉사를 표적으로 조사하더니 이제는 조기경보기 문제까지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표적 수사하려는 정황이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놀란 스티븐스 대사는 청와대와 외교부에 강력한 항의의 듯을 담은 서한까지 준비했으나, 더 이상 조기경보기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자 편지 발송을 취소한 것으로 기자의 취재 결과 밝혀졌다.  

이 외에도 사정당국이 국방의 전 분야에서 먼지를 털자면 끝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검찰의 군 관련 비리 내사에 대해 국방부가 그 사실을 알기 이전에 청와대가 기획관리비서실을 통해 먼저 그 사실을 보고받도록 되어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 중 하나다. 지난 호에서도 기자가 지적했듯이 청와대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은 국정원, 경찰, 기무사 요원을 통해 방산비리에 대한 제반 정보를 총괄하고 있으며, 검찰을 통한 군 비리 수사를 총괄 기획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오죽하면 원래 사정 문제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이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다”며 하소연할 정도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각종 군 관련 비리 정보는 이명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우리 국방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심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껏 이 대통령의 군 비리 관련 언급들을 종합해 보면, 군 비리 예방을 위한 단기적인 행정조치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획득의 근원부터 완전히 갈아 업는 구조적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리 혐의는 대부분 국방의 획득 시스템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인가, 아니면 그러한 시스템과 무관한 개인이나 특정업체에 국한된 비리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시스템을 바꿔서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개인 비리라면 이것은 시스템을 고쳐서 해결할 만한 문제가 못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까지 불태우는 잘못을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개인 비리라 하더라도 민간인끼리의 자금거래나 사적인 거래까지 들추어내며 ‘먼지 털이’ 식으로 방위산업을 압박하는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더군다나 현재의 방위사업청이 그런 비리를 차단한다는 논리와 명분으로 만들어진 기관인데, 만들 때와 똑같은 이유로 없애야 한다는 논리는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서도 현재 방위사업청 기능을 국방부로 이관할 경우 과거 특정군 출신 선후배끼리 획득관련 핵심 직위를 전부 장악하는 ‘회전문식 인사’ 관행이 부활하여 획득의 투명성이 더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확인 된다. 따라서 아직까지 획득체계 개편에 대한 청와대의 정확한 의중이 무엇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한편 국방부가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위사업청 산하 기관에서 국방장관 직속기관으로 전환하는 취지의 입법예고까지 하면서 획득구조를 바꾸려고 했던 것도 무리한 발상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가 이러한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이것은 명백히 방위사업청의 임무와 권한을 규정한 「방위사업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법제처와 행정안전부가 국방부 의견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국방부는 스스로 입법 예고된 사안을 거두어 들였다.

이렇듯 국방예산 절감과 획득체계 개편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방부의 혼선은 국방개혁의 목표와 비전이 무엇인지 갈수록 아리송하게 만든다. 국방의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 국방의 내재적 논리와 경제논리를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중장기적인 선진화의 전략목표를 체계적으로 잡아 나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방식은 국방의 내재적 논리를 고려하지 않는 극단적 경제주의자의 시각에서 “비리가 많으니 국방의 모든 것을 개혁해야 한다”는 단순논리로 접근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합리성이 결여된 편집증의 일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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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