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판 맥나라마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D&D Focus 2008년 11월호 


‘경영’과 ‘국방’을 접목하는 한국판 맥나마라

                                    유승민 한나라당 국방위 간사



김종대 편집장(jdkim2010@naver.com)


유승민 의원에 대한 취재는 쉽지 않다. 국정감사에 질의한 내용을 실은 보도 자료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 의원실의 보좌관들은 의원에게 질의자료를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단 참고자료만 제공한다. 그러면 의원이 직접 질의 내용을 정리하고 현장에서 일문일답을 통해 문제의 핵심에 접근한다.

유 의원은 절대 복잡하게 말하지 않는다. 의원실의 박홍규 보좌관은 “명쾌하고 클리어하게 큰 그림을 주목하면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순발력과 집중력이 이번 국감에서 이슈를 주도해가는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경제학자, 국방을 만나다


일찍이 군수장교 출신의 맥나마라가 민간 기업에서 경영을 배우고 이를 국방에 접목했을 때 미군의 고위 장성들은 처음에는 비웃었다. 그러나 그는 장관에 부임하여 논리적 분석과 선진 경영기법으로 미군을 개혁해나갔다. ‘컴퓨터 장관’으로 불렸던 그가 일일이 도표까지 그려가며 설명한 기획관리예산제도(PPBES)는 현대화된 국방경영의 기본틀이다. 오늘날 미군이 선진 강군으로 변혁되도록 한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이제는 국방도 경영의 시대다. 냉전의 산물인 이념을 넘어 미래의 다양한 위협에 실질적으로 대처하는 합리적 국방경영의 패러다임이 대세다. 이것이 포괄안보요, 실용적 안보라고 한다면,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본인이 의식하던 하지 않건 간에 국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깨우는 최적임자다. 그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방개혁 2020, 전시작전권전환, 무기획득체계개선, 주한미군 기지이전, 방위비분담금, 대체복무 및 복무단축 문제 등 굵직한 국방현안에 접근했다. 이로 인해 국방정책의 중심이 더욱 명료해졌다는 평가다.

한편으로는 장병들의 사기와 직결되는 먹고(두부, 수통) 입고(팬티, 런닝, 전투복) 신는(군화) 국방의 가장 기본적인 분야의 문제점까지 갈무리하여 군의 사기와 복지 증진의 여론을 조성했다. 군인공제회, 병무청 등 국방부 산하기관의 경영부실, 수의계약의 부당성을 거론하며 경영혁신의 당위성을 높였다. 이러한 그의 활약상을 지켜보면서 한국군의 선진화를 앞당길 문민의 상이 무엇인지, 그 전형을 보는 듯하다. 그에게서 맥나마라의 단상이 느껴진다.

항상 큰 그림을 놓치지 않으면서 구체적 문제점에 대한 과감한 접근은 국방부와 언론의 시선을 그에게 붙들어 맸다. 고위 장성 군 출신 의원들이 즐비한 국방위에서 경제학자 출신이 두각을 나타냈다는 사실 자체가 이제 국방의 환경이 변했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만 했다. 

국감이 마무리된 직후인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는 유 의원을 만났다.


- 경제학자가 어쩐 일로 국방위로 오셨습니까?


제 지역구가 대구 동구입니다. 선거 때 주민들과 대구의 K-2 비행장을 이전시키겠다고 약속했어요. 250만의 대도시에 전투기 비행장이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F-15전투기가 뜨고 내릴 때 소음이 장난이 아닙니다. F-16 전투기와 같은 엔진을 두 개나 달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그로인한 주민들의 고통을 압니다. 저에게는 숙명과 같은 임무입니다. 그래서 국방위로 왔습니다.


- 선뜩 그렇게 말씀하시니 뜻밖입니다. 


신문에서 국회의원의 이념 성향을 조사한 것을 보니까 제가 제일 오른쪽에 있더군요. 저는 안보를 위해 K-2 비행장이 어디엔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보와 경제를 다 잡아야죠.



한국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해야


- 국가안보현안에서 제일 관심을 두는 있는 주제는 무엇입니까?


북핵 문제입니다. 그래서 한미 간, 또는 미북 간의 핵관련 협상을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 북한 핵무기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것 웃기는 얘기예요. ‘핵우산’이 뭡니까? 핵 보복입니다. 이미 얻어맞은 다음에 핵으로 보복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절박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이 북한을 설득해야 합니다. 너희가 우리말을 들으면 선물을 주겠다, 예컨대 체제인정, 경제지원 같은 것 말이죠. 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도록 방관합니까? 우리가 해야지요.


- 핵 문제는 6자 회담이 기본 프로세스 아닙니까?


6자회담 갖고는 안 됩니다. 저는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남북대화가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김정일이 뇌질환으로 정상이 아니라는데 언제 장사정포가 날라 올지, 핵물질이 어떻게 통제 되는지, 불안정이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우리 대책이 있어야죠. 북한과 대화해야죠. 그러는 한편으로는 미국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견인해 낼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대선이 끝나면 이 문제를 갖고 미국과 바로 북핵 협상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 말하자면 우리가 정세를 주도하자는 결의와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현재 청와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그렇게 하고 있나요?


글쎄요... 경제가 지금 이 모양인데 그럴 겨를이 있을지... 하여튼 테러지원 해제는 미국이 잘못한 것입니다. 오바마가 만일 당선된다면 바로 우리는 미국과 북핵 문제를 제대로 접근하도록 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 외교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정을 위해서는 현 정부 국방의 비전과 독트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정부의 국방정책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국방이 어디로 가겠다는 겁니까?


예를 들면 노무현의 국방정책이라고 하면 621조원을 들여 자주국방을 하겠다, 라고 알려져 있을 겁니다. 그러나 MB 국방은 이거다, 라는 것이 없습니다. 아직 그런 작품을 내놓을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습니다. 국방부를 보면 너무 안주하면서 현실에 끌려 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MB 국방은 과거정부 답습이냐? 대체로 국방2020의 목표는 답습하는 척 하면서 예산은 증가율이 2%나 줄어들었지 않습니까? 기획재정부와 국방부가 합동으로 2020을 재검토해서 합리적 대안을 내놔야 됩니다. 제가 예결위 가서도 세게 주장할 겁니다. 국방예산은 늘릴 사유가 정당하면 늘려야 합니다.



“국방부는 준비 안 돼 있다”


- 국방부가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우선 예산문제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국방 전반에서 소프트한 개혁이 정말 필요합니다. 팬티, 런닝, 두부, 전투화, 이런 물자들을 수의계약으로 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상이군경이나 미망인을 돕기 위해 그런다는데, 도우려면 돈으로, 즉 수당으로 줘야지요. 왜 수의계약으로 밀어줍니까? 관행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전투화는 수의계약으로 한 켤레에 4만원이 넘게 줍니다. 4만원짜리 전투화면 지금보다 품질이 두 배는 좋아질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전시에 전투화를 누가 만드냐며 변명하더군요. 

군 복무 문제만 해도 그래요. 노무현 대통령이 18개월로 군 복무를 단축한 것은 정말 나쁜 일을 한 겁니다. 제대로 군에 복무할 수 있는 적정 기간을 고려했어야죠. 그러면 MB 정부는 이렇게 잘못된 일에 대해 제대로 말을 해야 하는데 무슨 눈치를 보는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정감사 때 제가 말했어요. 당신들이 정치인인지, 내가 정치인인지 정말 모르겠다고. 병무청, 방사청, 군인공제회, 정말 실망했습니다.



- 최근 화제가 된 불온서적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좌파를 진짜 이기는 방법은 우파가 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노무현이 잘못한 것 캐는데 유혹을 느끼는 것 같아요. 좌파를 깨는데 집중하는 것은 하책입니다. F-15 도입문제든, 뭐든 노무현 비리를 캐고 싶은 캐라 이겁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안보와 경제를 잘하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으로 이해해주십시오.

같은 이치로 어느 건강한 의식을 가진 보수 청년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미국에 준 방위비분담금을 갖고 미군이 이자를 만들어서 이라크 빼가고 펜타곤으로 가져간다면 용납을 하겠습니까?

촛불시위, 경제위기 다 문제지만 이를 넘어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무엇을 내놓아야지요. 그런데 그 사람들(정부 사람들) 자세를 봐서는 내놓을 것 같지가 않아요.



- 방위비분담금을 미국이 1조1000척 보아 둔 문제가 그렇게 문제가 많을까요?


떳떳하고 투명하게 해야지요. 만일 모아둔 자금의 일부가 주한미군이 아닌 이라크와 같은 다른 용도로 전용되었다면 이는 폭발성을 갖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는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과 의견을 같이 합니다. 그러나 이정희 의원과 의견이 다른 점은 우리가 LPP(연합토지관리계획)를 빨리 끝내야 하고 평택에 주택과 의료시설이 필요하다면 15조가 들든, 20조가 들든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원칙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LPP에 우리가 방위비 분담금으로 돈을 대는 것은 좋은데 우리는 우리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의회비준을 받고 각기 의무사항을 정하고 언제쯤 이전을 완료할지 합의해서 가야 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이자문제와 같은 것을 덮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투명하게 밝히고 국민을 설득해서 가야 해야 합니다.



국방문민화의 핵심은 국방장관 문민화


- 그런데 미국은 돈을 안대겠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지 않습니다. 전액 주둔(Host) 국가 예산으로 하겠다는 것이 전세계 기지이전(GPR)의 기본정신인 것으로 되어 있는데요.


미국이 LPP에 한 푼도 돈을 내지 않겠다면 LPP 추진은 불가능합니다. 저는 LPP가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빨리 해야 한다고 봅니다. 3~5년이 늦어진다면 의정부, 동두천, 대구시와 같은 지자체가 그 피해자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신정부가 구성되면 제대로 협상을 해서 이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한미 동맹과 관련하여 지난 10년간 정권은 가장 잘못된 유산을 남겨 놓았습니다. 바로 미국이 한국을 혐오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제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하게 분담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 논란이 많은 무기획득체계개선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저는 방사청을 폐지하고 국방부에 제2차관 제도를 두자는 안에 찬성합니다. 국방위 내에서는 소수의견이지요. 방사청 기능을 국방부로 흡수한다고 해서 부패가 조장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도와 사람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결정이 나느냐보다 국방부가 검토시기를 연기한다는데 더욱더 반대합니다. 그로인한 비효율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결심을 해야지 왜 소모적으로 시간을 끕니까?



- 경제학자로서 국방에 대한 경영마인드랄까, 문민화에 대한 의견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국방 문민화의 핵심은 바로 장관의 문민화입니다. 국방에 대한 이해와 경영마인드를 갖는 민간인 출신이 국방을 경영하고 예산을 다루는 것이 국방 문민화라고 봅니다. 군은 똘똘 뭉쳐 전투를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무래도 경영의 영역에서는 민간보다 부족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 앞으로 의정활동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습니까?


언젠가는 외통위로 가기를 희망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국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국방위를 먼저 하게 된 것은 저에게는 잘 된 일로 생각합니다.



- 창간 1주년을 맞아 의원님을 인터뷰하게 되어 뜻 깊었습니다.  


1주년을 축하드리고 디앤디와 독자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유승민의원 프로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와 미 위스컨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KDI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미국 UC San Diego, IR/PS대학원 초빙교수,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거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며 정가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제17대 국회의원을 하면서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제3정조위원장, 한나라당 대표비서실장을 역임했고 18대 국회에서는 대구 동구(을)에서 출마하여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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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