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버지 제사도 안 지낼 참이냐? 기고

 

내일은 7.4 남북공동성명 41주년 되는 날이다. 아마도 남북 분단의 기나긴 여정에서 이 성명처럼 남북관계에 획기적 전기를 맞이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성명이 있기 이전에는 평화통일을 주장하기만 해도 빨갱이였다. 오로지 북진통일 밖에 말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 성명이 있었기에 이제는 헌법 전문에서도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말하는 규범이 마련되었다고 본다.

이것이 누구의 업적인가? 박정희 대통령이다. 71년에 미국과 중공이 수고하는 역사적 격변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국제정세에 부응하기 위해 북한과 비밀현상을 통해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의 3대원칙을 합의하고 서로 화해하기로 했다.

이 성명이 제대로 이행되었느냐는 물론 논란이 있다. 그러나 이 성명이 있었기에 이후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10.4와 같은 기념비적 선언이 나왔다. 이 점에서 7.4 선언은 남북관계에서 평화통일 규범의 출발점이었다. 2002년 5월에 평양에서 당시 박근혜 미래한국연합 대표는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7·4 공동 성명을 발표한 남북 지도자의) 2세로서 평화 정착에 노력하자"는 박 대표의 말에 김 위원장도 "그렇게 하자"며 동의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는 7.4 선언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고 기념행사도 하지 않으며, 아예 무시하고 있다. 아버지의 업적을 딸이 외면하고, 정부의 업적을 정부가 말하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다. 반면에 몇몇 민간단체가 기념행사를 추진한다는 소식만 들린다.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아버지 제사는 제대로 지낼 런 지, 궁금하다. 마치 지금 7.4 기념행사를 보면 아버지 제사도 남이 대신 지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무리 북한이 밉고, 김정은 하는 짓이 얄밉다고 해서 엄연한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민간 기념행사에 정부는 대통령이나 통일부 장관의 축사는 고사하고 화한 하나 보내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이 인륜이라고 할 수 있나?

최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군사작전 하듯이 공개한 처사를 보면 7.4 선언을 전혀 기리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묻고 싶다. 그 끝은 어디인가? 온 겨레와 민족이 축하했던 이 업적마저 팽개치고, 전임 대통령을 짓밟는 이 행태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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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